첫차는 장기렌트였다. 큰돈을 뒤로 미루는게 장점이고 보험, 세금이 포함되니 공부 없이 앱쓰듯 탈수 있는게 장점이었고, 세금환급도 되고 신차를 바로 받는게 장점이었다.
대부분 아저씨들이 그렇듯 이론상 완벽하다고 생각한 전략은 맞지 않았고 인생계획이 개인사업자에서 입시미술 선생님으로 바뀌면서 캐스퍼는 내게 어울리지 않는 선택지가 되었다. 귀엽긴 하지만 내 생활에 캐스퍼는 안어울렸고, 나중에 나이먹고 “저 차 1세대 처음나올때 내가 탔었다.” 라고 말할정도의 에피소드는 생긴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고양시에서 다시 서울로 들어오고 아내를 자주 태워야하는 내게 맞는 낡은 세단을 얻었다. 원래 처음차도 아버지가 형에게 물려준 낡은 옵티마 리갈을 타고싶었지만 수리비나 썬팅, 타이어, 블랙박스 등 모두 교체해야하는 상황이었고, 교체하다보면 03년식 차에 150이상을 써야하는건 너무 비효율 적인 것 같아 포기했었는데 (당시 21년) 그나마 덜 낡은 지금차(12년식이다.) 타면서 수리도하고 타이어도 교체하고 썬팅도 하고있다.
완벽한 논리가 아닌걸 알고 있지만 낡은 차에 cdp가 달려있고 하드웨어는 멀쩡해도 소프트웨어가 엉망이라 불편한게 좋다. 첫차가 하드웨어가 부족하고 소프트웨어가 너무 차고넘치는 차였는데 정반대임이 웃기다. (물론 신차에 cdp튜닝 가능한걸 알고있다.) 아무튼 낡은 차에 cdp가 나한텐 재미요소니까 내가 좋아하던 밴드들의 cd를 쿠팡으로 뒤져보니 안팔려서 2000~5000원이면 사는 재고품이 되어있다. 공교롭게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좋아하던 엘범이 있다고 싸게 사서 신난 내가 너무 좋다.
앞자리에서 카페사장님과 지인이 “딸래미가 학교에서 날씨를 수학적으로 말해보라고 숙제를 받았다”라고 했다. 가족과 대화가 중요한데 어렵다는거 보면서 15년뒤의 위기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