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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티나 Feb 10. 2024

03 다시 생각해 보는 가수 조용필

루이 루이 센루이

휴우… 남편의 작은 움직임마다 소리를 내는 오래된 우드플로워의 삐그덕 거리는 소리에 

일요일 이른 아침인데도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지은 지 100년이 넘은 집에 살다 보니 매일 듣게 되는 소리지만 오늘따라 많이 거슬린다. 

이럴 땐 고풍스러운 멋이고 뭐고 단열이 잘된 현대식 집에 살고 싶어 진다. 


  창밖을 보니 거리는 희뿌옇게 보이고, 가랑비도 날리고 밖은 정말 추워 보인다. 

남편은 이 날씨에도 벨라(우리 식구 중 하나인 개)를 데리고 아침 산책을 나갔나 보다. 

벨라를 위한 남편의 성실함은 정말 놀랍다. 

아침 수업이 있는 날에도 어김없이 일찍 일어나 단 10분이라도 벨라와 함께 걸은 후 학교로 간다. 

인내심, 말과 일치하는 행동, 나와 벨라에게 모두 같이 성실함이 내가 남편을 존중하는 좋은 점들이다. 

벨라를 위한 남편의 배려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사랑이다. 

개주인이 될만한 사람이다.


    아침 준비를 위해 베이컨을 굽기 시작하는데 내 입에서 조용필의 꿈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


     슬퍼질 땐 차라리 나 홀로 눈을 감고 싶어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난, 40세 초반에 늦게 미국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을 떠나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15년째 살고 있다. 

내가 조용필 노래를 이렇게 흥얼거리다니… 한국에 있을 때도 그의 노래를 거의 듣질 않았고, 

미국에선 예전부터 자주 듣던 한 두 가수의 한국 노래만 가끔씩 들었다. 


조용필 노래에 대한 관심은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최근 방송 중인 한국 드라마 “ 웰컴 삼달리”를  보면서였다. 남자 주인공 이름이 조용필이어서가 아니라, 

드라마 중간 중간에 자주 나오는 조용필의 노래 가사가 자꾸 귀에 맴돌았다. 


  지난 토요일,  어린 화분들 물을 주고, 전기 청소기를 돌리고 , 

가구들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면서 조용필, 그의 노래를 들어보고 싶었다. 

처음엔 좀 더 재밌게 집안일을 하고자 들었는데, 어라! 자꾸만 귀 기울여 듣게 되었다. 

다른 가수들과 차별화되는 뭔가가 있었다. 


 한국에 있었을  때 내 여자 동료가 회식 자리에서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녀가 그랬다. 

자기는 노래를 별로 안 좋아해서, 가수 이름도 노래도 잘 모르는데 , 

자기가 꽂혔던 단 한 명의 가수가 바로  조용필이라고… 

그때는 그녀가 조금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하! 그녀가 가졌던 감정, 이런 것이었구나. 

그러고 보니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도 조용필 가수를 부를 때 항상 뒤에 '씨'자를 붙여 조용필 씨라고 했다. 

우리 할머니가 다른 사람들과 그에 대한 얘기를 할때도 항상 조용필 씨라고 불렀다.


  나이 들면서 가수를 보는 시각, 노래에 대해 받아들이는 각도가 조금씩 변한다. 

그렇다고 같은 연배의 가수 노래에 더 친밀감을 가진다는 뜻은 아니다. 

좀 건방지게 말하자면, 노래를 못하는 가수와 잘하는 가수의 구분이 내 나름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한 여자가수는 높은음으로 올라가면서 소리 내지르는 거 듣기가 너무 싫은데 

많은 쇼에서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고, 

한 여가수는 음이 안 맞게 노래하는 거 같은데 외국에서 연말이면 들어와 아직도 쇼를 하고 인기도 있다. 

또 어떤 가수는 연말 중요한 시상 무대에서 미국 가수의 흉내를 내는 거 같아 정말 우스웠다.

 내가 듣기엔 음도 안 맞을 뿐 아니라 보기 어색한 의상과 춤은 더욱 기괴했다. 

자신이 만들고 부른 옛 노래 몇 곡은 정말 좋았는데, 

그 한 번의 무대가 정녕 그의 실력을 다 드러낸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견해와는 상관없이  그는 여전히 유명하고 인기 있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실력은 절대 위, 아래로 요동치치 않는다. 흔들림이 없는 것이다. 

가수가 어떤 날은 정말 잘 부르고 , 어떤 날은 형편없고, 

이렇다면 그 분야의 전문가라 부르기엔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느낌)이 있어야 한다. 

이런 것이 진정한 실력이다. 


   사람의 맘을 움직이는 것, 가사를 음미하도록 하는 것, 높은음을 들을 때 거부감을 주지 않는 것, 

음정이 틀리지 않나 의심할 필요가 없는 것, 남을 모방하지 않는 것, 과하고 거북한 춤동작을 하지 않아도 

내 몸이 음을  따라가게 하는 것, 이런 것들이 진정한 실력이다. 


  내 견해로는 이러한 것들을 모두 가진, 조용필은 분명 가수로서 진정한 실력자라고 말할 수 있다. 

요 며칠간, 조용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오랫동안 한 번도 개인적으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그에 대한 흥미로운 재발견이었다. 

요즘 점점 여러 각도에서 세상을 보게 된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에 새로운 관심이 생긴다. 

다양함에 너그러워지는 것, 사람 냄새나게, 나이 듦이 흐뭇하다. 

항상 봐왔던 무지개도 새롭게 보이는 이 나이듦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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