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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티나 Mar 18. 2024

04 Trader Joe's, $10의 행복

루이 루이 센루이

    미국  마트 중 트래더 조(Trader Joe's)는 내가 아주 즐겨 가는 곳이다. 그곳에 가면 그냥 재밌다. 

 딱히 살 것이 없어도 자주 간다. 다양한 스낵과 커피 케이크, 스콘(Scone), 사우어 크림 도넛(Sour cream donuts), 특히 트레더 조의 프렌치 바닐라 아이스크림(French vanilla ice cream)은 가족 모두가 좋아한다. 

벨라도 여기 프렌치 바닐라 아이스크림 통만 보이면 꼬리를 흔들며 즐거워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트레더 조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시즌에 상관없이 나오는 다양한 가격의 꽃다발이다.  

오래전부터 금요일이면, 한 주 동안 열심히 일한 나에 대한 보상으로, 트레더 조에서 꽃다발을 사게 되었다.



 나에게 꽃 한 다발이 주는 행복의 부가 가치는 상당히 높기 때문에 행복은 연장시키고, 비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생각해 냈다. 

우선 텐달러 미만은 꽃병 하나에 다 담아 언제나 식탁 위에 놓아둔다. 

사실 6불짜리 꽃묶음은 양이 적어  두 개로 나누어 담을 수도 없다.




그리고 텐달러 이상의 꽃다발은  두 개의 꽃병에 나눠 담는다. 하나는 거실이나 다이닝 테이블에, 

다른 하나는 침실이나 홈 오피스 등 그때  기분에 따라 놓고 싶은 곳에 놓아 둔다. 

그러면, 언제나 내 눈이 머무는 곳은 꽃이 있고, 

그때마다 혼자 미소 짓게 된다.

왠지 모르게 남편과  싸움도 덜하게 되었다. 


혼자 있고 싶은 시간엔 식탁 위에 놓인 꽃을 보며, 차도 마시고 책도 읽고 이렇게 글도 쓰게 되니 꽃 한 다발이 주는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넘는다.   











  시간이 흐르니 남편도 내 최고의 행복을 알아버렸다. 심하게 싸웠을 때, 어떤 제안을 해도 냉랭하던 내가 , 꽃 한다 발을 사다 주니 금세 화를 풀었으니, 트래더 조 꽃 한다 발이 내 화를 잠재울 수 있음을 알아버렸다. 남편은 이제 그 방법을 우리를 위해 지혜롭게 쓰고 있고, 그때마다 난 행복하니 우린 둘 다 일상에서 윈윈(win-win)하고  있다. 

트래더 조 텐달러짜리 꽃다발은 이제 우리 가족 모두에게 행복을 준다.




세인트루이스에 이른 봄이 찾아왔다.  

아직도 여전히 쌀쌀하지만 이번주가 지나면 봄은 또 지나갈 준비를 할 것이다.

세인트루이스의 변더스러운 날씨와 오래 살다 보니, 여기(미국) 사는 사람들이 계절의 바뀜에 왜 그렇게 안달하는지  알게 되었다. 조금만 따뜻해도 반바지에 짧은 티, 그러다 조금만 추워져도 풀오버에 모자… 그들은, 우리는 잠깐의 따스함도, 싱그러운 바람의 느낌도,  자연의 푸르름 또한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결혼 후 계절별로 옷을 정리해 놓으면 어느새 서로 섞여있는 옷 때문에 남편과 많이 싸웠다. 처음엔 오전에 입었던 짧은 반바지가 왜 서랍장 한쪽에 다시 놓여있을까.. 짜증이 났다. 남편에게 따지면 며칠 후 날씨 따뜻해지면 다시 입으려고 그랬단다.  그럴 때마다 많이 싸웠고, 남편은 내가 유난스럽다고, 심지어는 결백증이 있는 게 아닌지 의아해했다. 이제 여기서 살다 보니, 계절별로 나눴던 옷이 모두 섞여있었던 건 바로 날씨 때문이었다.  모든 게 변덕스러운 날씨 탓이었다. 특히 세인트루이스의 날씨는 더 유난스럽다. 나도 어제 입었다가 넣어 둔 조끼를 다시 꺼내 입고

 있으니, 모든 게 날씨 때문이었구나. 




꽃들도 피어날 시기를 혼동하는 날씨지만, 나에게는 트레더 조가 있다. 

트레더  조에 가면 텐달러에 우리 가족 모두의 행복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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