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닐지도 모르지. 깨진 유리병을 주웠다. 방문은 잠겨 있었다. 머리를 맞는 중에 잠들어 버릴 뻔했다. 코앞까지 들이밀었을 때는 등뒤로 땀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뒤를 돌았을 때는 누군가 서있었다. 크게 뚫린 방충망과 웃는 누군가. 엄마가 창문 고리 꼭 잠그고 자랬는데, 말 좀 들을 걸. 그렇게 집밖으로 나섰다. 주먹에 힘을 주고. 가방에서 약을 하나 꺼내 먹었다. 뭍에서 뭍까지는 훨씬 깊이 기울어져 있는 것 같다. 나는 저장된 사진을 보며 길을 찾아 나섰다. 걸을수록 이 공간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실감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답을 알 수 없었다. 그저 앞으로 걸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