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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Dec 11. 2024

땅 위에 서는 법


웅크리지 않고도 단단해지기로 해.

부드러운 흙을 뚫고 자라는 싹처럼, 가장 연약할 때에도 단단함을 품을 수 있기를. 잔잔한 물결에 파도가 되어 다가갈 수 있기를.


단단함은 날카로움이나 딱딱함이 아니야. 단단함은 흔들림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고, 쏟아지는 비에도 뿌리가 썩지 않는 것이야. 아무것도 아닌 듯 땅 위에 내려앉는 빗방울 속에도 작은 단단함이 담겨 있지.


한때 나는 부드러운 것이 단단함을 이길 수 없다고 믿었어. 그저 굳은살처럼 두껍게 겹겹이 쌓아야 세상과 맞설 수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어. 단단함은 겹겹이 쌓는 게 아니라,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누군가는 말했지. 단단함은 상처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단단함은 오히려 상처를 감추지 않는 용기라고. 숨겨진 아픔 속에서도 스스로를 감싸 안을 수 있는 마음이라고.


단단함은 새로운 형태로 태어날 거야. 나를 거쳐 너에게, 너를 거쳐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흘러가겠지. 그래서 단단함은 독립적인 것이 아니야. 서로 연결되고 교차하면서 세상을 잇는거지.


그러니 웅크리지 않고 단단해지기로 해.

손끝으로 땅을 짚고 다시 일어날 수 있기를. 그 순간 무릎에 남은 흙이 증언할 거야. 너는 땅을 밟고 다시 일어섰다고.


결국 단단함이란 그렇게 간단한 것일지도 몰라.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반복 속에서, 나약하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나는 이미 단단하다는 걸 알아가는 과정.


우린 단단해질 것이고, 동시에 부드러움을 잃지 않을 거야. 웅크리지 않고도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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