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피하던 사실을 직면하게 되었을 때는 스스로가 미치도록 역겨워서 구역질이 났다. 불길한 예감은 늘 틀리지를 않았고 이번에도 예감이 옳았다. 머리는 계속 아프다. 어지럽고 울렁거려서 물을 세게 틀고 변기를 부여잡고 웩웩.
내가 오늘 아침부터 코피를 흘린 이유와 얼마 먹지 못한 아침밥을 게워낸 건 이래서였을까.
당신이 서러운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얼마나 꽁꽁 싸매서 마지막에는 어린아이가 되었어. 가장 아픈 사람이 가장 말이 없는 탓에 아무도 모른 채 시간은 흘렀다.
나 계속 배가 고파.
나도 계속 배가 고파.
육개장을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져.
왜 이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