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의 시작은 외로웠다.
중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나는 영국이라는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곳으로 조기유학을 왔다.
그 당시 조기유학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는데, 유학을 오게 된 배경은 나 또래 아이들과 달랐다. 보통 엄마 아빠가 아이들을 유학 보낸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나는 엄마 아빠를 조르고 졸라서 유학길에 오르게 되었다.
굳이 포장을 하자면 어린 나이에 꿈이 커서? 그런데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나 역시 도피유학을 온 것.
한국이 싫었다. 집이 싫었다. 막상 글로 쓰자니 쉽지 않은데 엄마 아빠가 싫었다.
전라북도 고창이라는 시골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나는 우리 집 “꼴통”이라는 소리를 자주 들으면서 컸다. 공부 잘하고, 운동 잘하고, 피아노도 잘 치고 천재 소리를 들으며 뭐든 1등을 하던 언니와 달리 나는 게으르고, 주위 산만한 것이 포동포동하다가 비만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점점 우리 가족 “꼴통”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컸다.
지금 생각해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오는데. 내가 그리 공부를 못한 것도 아니었는데, 반에서 1등도 제법 하고, 3,4등 밖으로 밀려난 적도 한 번이 없는데 언니하고 비해서는 뭘 하나 제대로 하는 아이가 아니었던 것.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일 때 우리는 전주로 이사를 갔다. 고창에서 큰 약국을 하시던 아빠는 주말에만 전주를 오셨고, 일단 엄마, 나, 언니 이렇게 셋이 먼저 “도시”로 이사를 갔다.
시골에서 장터를 뛰어다니고 다리 밑에서 물고기를 구경하고 커온 나는 전주가 신기했다. 시내버스는 재미있었고, 아파트 생활은 세련돼 보였고, 단지 내 제과점은 천국 같았다.
어린 내 눈에 화려하기만 했던 전주. 그런데 이사를 오고 5년 동안 나의 생활은 그리 행복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