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선
지난 30년 영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오면서 신기하게 생각한 것 중의 하나는 사립학교 출신 vs. 공립학교 출신으로 나누어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선에 대해 끄적여 본다.
정작 이 땅덩어리에서는 지난 100여 년간 전쟁이 없었던 터라 영국은 아직 오래된 사회적 구조가 그대로 보존된 점이 많다. 그중 하나는 바로 사립학교 출신과 공립학교 출신 사이의 이방인에게는 보이지 않는데 영국 사회에서는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는 그 선. 특히 억양에서 드러나는 외국인은 잘 느끼지 못하는 그 선.
내가 처음 영국에 왔을 때 나의 가디언이 해주었던 그 말이 참 맞는 말이라는 것을 자주 느꼈는데 그것은 바로 “British people will try and establish from the first sentence that comes out of your mouth your level of education, wwhether privately educated or not, where you are from, and ultimately therefore, where you fit into the social hierarchy.” 간단히 번역을 하자면 영국인들은 처음 누구를 만났을 때 첫 문장을 통해 너의 교육 수준, 사립학교 아니면 공립학교 수준인지, 쉽게 말해 사회계급을 알아보려고 분석할 것이다.”
흥미로우면서도 씁쓸한 문화이다. 왜 그럴까?
통계에 따르면 영국 국민 전체의 7%만이 사립학교를 다닌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 지배층, 예를 들면 정치, 경제계를 주도하고 있는 이들은 사립학교 출신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하나의 통과문이라 할까? 실제로 나는 세계 4대 회계법인의 영국 법인에서 파트너로 일을 하고 있는데 내 주변 생활은 사립학교 출신이 대다수이다.
그렇다면 영국에서 사립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첫 번째로는 돈이다. 사립학교 학비는 웬만한 돈을 가지고는 쉬운 결정이 아니다. 물론 중학교까지는 공립을 다니고 고등학교에만 사립을 다니는 방법도 있지만 대다수 영국 가정들은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사립의 길을 선택하면서 유치원부터 선을 타고 시작한다. 만 4세부터 만 18세까지 14년을 사립을 선택한다면 1년에 한 명당 20,000 파운드 (원화로 3천만 원) 훌쩍 넘는 학비를 감당해야 하는데, 아이 둘에 학비 외에도 들어가는 비용 그리고 보모비까지 생각을 하면 아이 둘을 사립학교에 보내려면 1년에 거의 8천만 원 - 1억을 생각해야 한다.
이 금전적인 부담은 영국 평균 가족당 1년 수입이 15,000파운드라는 통계와 비교했을 때, 특히 이건 세금 내기 전 수입이니 대다수의 영국인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두 번째로는 교육의 차이. 우리는 현재 아들 둘을 사립학교에 보내고 있는데 그 교육과 공립학교의 교육은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다. 아이들은 영국 정부에서 정하는 커리큘럼은 사실 교육의 작은 부분일 뿐이며 그 외에 운동, 예술, 리더십 등 여러 가지 다 방면으로 교육을 받으며 세상을 보는 눈을 다르게 키워가는 듯하다. 이 아이들은 자신들은 커서 남을 리드해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거기에 필요한 지식과 방법을 어려서부터 배워가는 것이라 느껴진다. Respnsible Leadership 이 중학교 3학년 아들 입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서 느껴지는 이것.
세 번째로는 시설, 환경의 차이. 감히 글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캠퍼스의 차이는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눈에 보이는 환경도 있고 또 선생님들이 지원해 주는 그 인프라 자체가 다른 차원이라 할까.
예를 들면 현재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은 공부 (특히 철학) 그리도 운동에 관심이 많은데 주마다 철학 클럽을 통해 토론을 배우고 있고, 운동은 매일매일 트레이닝과 훈련을 하는데 프로선수들이 받을 법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접하고 있다. 중학교 운동 스태프들만 해도 30명이 넘는 팀이니.
돈만 된다면 내 자식을 위해 사립학교 보내기 싫은 부모가 있을까. 그런데 요즘은 이게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아무래도 이 시스템 자체가 너무나도 불공평한 것이기 때문에. 엘리트즘의 극이니까. 그게 또 나쁜 것일까? 자유주의, 캐피털리즘의 국가에서.
쉽지 않은 영국의 깊은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