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책을 필사하며
다산북스 출판사의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필사책을 읽고 따라 쓰며 그동안 확고했던 나의 신념을 마주했다. 동글이가 걸을 수 없어 힘든 건 집에 있으나 외출을 하나 변함이 없었다. 둘 중 더 힘든 걸 하나 고르라면 밖에서 아이를 보는 상황.
동글이는 수술 후 재활 치료가 필요했기에, 100일 때부터 우는 아이를 안고 치료실을 데리고 다녔다. 수술 후 장기간동안 집이 아닌 병원에서 입원 재활을 했고, 그러다 보니 아이를 육아하는 환경 자체가 남들과 달랐다. 보편적인 육아가 아니었기에 그때부터 ‘누가 내 어려움들을 알까.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어.’ 라는 생각들이 내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또래 친구들보다 결혼을 더 빨리 한터라 육아 과정을 나눌 사람도 없었지만은, 나는 누구와도 가깝게 지내고 싶지 않았다. 재활 치료실에서 만나는 분들은 각자 아이의 아픔들이 달랐기에 치료실에 오고 가야 하는 입장은 같았으나 이상하게도 서로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더욱 어려웠다. 나는 어려서부터 어딜 가든 주로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일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다. 그런 나를 상대방은 귀신같이 알아챘고 치료실에서 만나는 엄마들은 나처럼 이야기보따리를 한 아름 안고 있어 내게 토로하기 바빴다. 자기의 것들로 내가 보이지 않는 사람들.. 그러면서 그때의 나는 그런 상대방이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며 점점 환아 엄마들에게도 거리를 두게 되었다.
-
나는 우리 아이에 대해 말하고 싶었지만 사람들은 내게 묻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디가 아프냐고, 왜 걷지 못하냐고, 궁금한 것을 내게 묻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나는 내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어졌고, 누군가에게 이해받을 기회도 잃어버리고 있었다.
그렇게 동글이 재활치료에 매달리며 2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갔다. 0에서 24개월의 아이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다들 힘들어하는데, 나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계절 내내 우는 아이를 달래 가며 운전을 해 치료실을 다녔다. 치료실을 도착하면 다시 또 우는 동글이를 달래며 한 동작이라도 더 잘 받게 하려는 나의 노력은 시작된다. 동글이가 울기만 해서 치료는커녕 허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그럼에도 그때의 난 그렇게라도 했어야 했다. 그렇게 평일 주 5회를 매일 같이 치료실을 왕복하며 나는 점점 더 피폐해져 갈 수밖에 없었다.
반복되는 일상과 선택적으로 좁힌 관계 속에서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이 생각은 좀처럼 다른 길을 만나지 못했다. 이 생각은 나를 더 혼자로 만들고 고립감을 느끼게 했다. 같은 또래를 키우는 엄마들은 나보다 더 수월하게 육아하는 것 같이 느껴졌고, 이런 생각이 강해질수록 나만 더 힘들게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생각들로 하루하루가 힘겹고 버거웠다. 그럼에도 난 엄마니까 더 버티고, 버텼다. 버티다 못해 눈물이 터져버린 시점. 치료실은 주 2회로 줄이고 동글이를 기관에 보내기로 했다.
모든 결정들이 쉽지 않았지만 나 혼자 애쓴다고 될 일들이 아니었음을 조금씩 받아들였다. 하루아침에 아이의 다리 근육에 힘이 붙는 것도 아니었고 동글이의 희귀 질환 특성상 더 좋아지기 위해 하는 재활 운동이 아닌, 더 나빠지는 걸 막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2년의 시간을 통해 인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
동글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혼자 있는 시간. 아이만 바라보던 내 시선은 나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옮겨졌다. 그 덕분에 동글이가 41개월이 된 지금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을 거란 생각들로 꽉 차 있던 내 마음속에도 드디어 틈이 생겼다.
이제야 내 생각을 거리를 두고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 그렇지.‘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책을 필사하며 그간 나를 가둬둔 생각을 다시 알아차려본다. 상황이 다르고 경험이 다른데 어떻게 타인이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그동안 가졌던 바람들이 오히려 말이 안 된다는 생각도 들어 잠시 웃음 짓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내게 자주 떠오르는 특정 신념들을 알아차리고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헤아려 깨닫는 것. 이렇게 진하게 마주한 신념은 다시 일상에서 떠오를 때 더 이상 나를 가두지 않도록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 여러분도 저와 비슷하게 나를 가둬두는 생각들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