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2 - 20250112
누워서 실컷 이야기 나누고 이제 정말 자자고 눈을 감고 있었다. 조용하길래 살포시 눈을 떠보니 동글이가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동글아 왜 안 자~"
"응?"
"눈뜨고 뭐 했어? 왜 엄마 보고 있었어??"
"엄마~ 예쁘니까! (웃음)"
사랑스러운 이 아이.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나~
아침에는 등원 준비를 위해 돌봄 선생님이 집으로 오신다. 선생님은 집에서 우리 집까지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운동 겸 종종 걸어오신다고 하셨다. 날이 너무 추워져서 오늘도 걸어오셨는지 궁금했던 나는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오늘도 걸어오셨어요?"
"아 그럼요! 날이 추워도 목도리까지 딱하고 걸어오면 괜찮아요."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동글이가 입을 열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글로 대화를 남겨본다.
"선생님!!!! 내가 버스 사줄까?"
"(웃으며) 그래~ 동글아 선생님 나중에 버스 사줘!"
"아니면 택시를 타고 오든가"
"(ㅋㅋㅋㅋ)"
"선생님!! 비행기를 타고 왔어야지.
내가 비행기도 사줄게!"
저녁밥을 든든히 먹고도 배가 출출했는지 동글이가 시리얼이 먹고 싶다 했다. 나도 먹고 싶은 마음에 식탁에 와서 앉으라고 했다. 동글이가 좋아하는 초코 시리얼도 꺼내고,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는데 찰랑찰랑 우유는 조금밖에 안 남았다. 하는 수 없이 동글이 그릇에만 시리얼과 우유를 따라주고 그 앞에 앉아 먹는 모습만 지켜봤다.
"동글아 그런데 우유가 없다.. 엄마도 먹고 싶은데"
"젖소한테 가서 우유를 받아오면 되잖아!"
"(ㅋㅋㅋㅋㅋ)젖소는 어디 있는데?"
"동물원에 있겠지~!!!"
시리얼을 못 먹어 아쉬웠던 내 마음은 웃으며 이내 사라졌다. 그래도 다음엔 우유를 넉넉히 사둬야겠다!
전기 콘셉트에 관심이 많아진 동글!
불이 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설명해 주었지만 궁금한 게 많은가 보다. 동글이는 호기심 가득 한 얼굴로 내게 묻는다.
"불이 나면???"
"불이 나면 우리 침대도 다 타고, 우리 좋아하는 책도 다 타고 없어져!"
"그러면 다시 사 오면 되잖아."
"아니~ 불이 나면 우리가 잠 잘 곳도 없어진다니까?"
"왜?"
"불이 나면 여기가 다 부서지고 없어질 수 있거든"
"그럼~ 중장비가 와서 고쳐주면 되잖아!!"
"(^^)"
요즘 동글이에게 무얼 설명해 주는 일이 난감할 때가 많다. 불이 나면 어떻게 되는지를 설명하는 이 날에도
타요 중장비를 무척 좋아하는 41개월 아이에게는 중장비로 무엇이든 고치면 된다 생각하니 말이다 : )
아직 둘째가 통잠을 자지 않아 새벽 수유를 하고 있다. 일하는 남편을 위해 주말은 늦잠을 자도록 배려하고 있어 이 날도 동글이와 둘째 모두 내가 한 방에 데리고서 잠을 잤다.
부스럭부스럭. 동글이의 움직임에 잠에서 깼다.
동글이는 내가 피곤한 걸 알았는지 작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인다.
"엄마, 내가 더 재워줄게"
그리곤 작은 손으로 내 몸을 토닥 토닥인다.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 차에서 내렸다. 매일 같이 동글이의 이동수단인 유모차를 가지고 움직이는데, 이 날은 정신없이 나오는 바람에 유모차를 두고 다녀왔다. 나는 아기띠로 둘째를 안고, 동글이 손을 잡았다. 동글이의 반대쪽 손은 남편이 잡아주었다.
"어? 우리 넷이서 걸어가네?"
그러곤 싱글벙글~ 기분 좋아하며 타요 노래를 부르며 걸음마한다. 왜 동생만 안고 가느냐고 때 부릴 수도 있었을 텐데 아빠, 엄마랑 손잡고 걷는 그 순간이 나처럼 참 좋았나 보다.
이렇게 동글이와의 시간들을 글로 남기고, 다시 읽어보니 그때 그 장면들이 생생히 떠오른다. 사진과 영상이 아니더라도 내가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이렇게 붙잡아 둘 수 있다니- 기록을 안 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