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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기록] 순간을 기억하는 방법

20250102 - 20250112

by 마음 닻






25년 1월 2일 D+1229

누워서 실컷 이야기 나누고 이제 정말 자자고 눈을 감고 있었다. 조용하길래 살포시 눈을 떠보니 동글이가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동글아 왜 안 자~"

"응?"

"눈뜨고 뭐 했어? 왜 엄마 보고 있었어??"

"엄마~ 예쁘니까! (웃음)"



사랑스러운 이 아이.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나~





2025년 1월 8일 수요일 D+1235

아침에는 등원 준비를 위해 돌봄 선생님이 집으로 오신다. 선생님은 집에서 우리 집까지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운동 겸 종종 걸어오신다고 하셨다. 날이 너무 추워져서 오늘도 걸어오셨는지 궁금했던 나는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오늘도 걸어오셨어요?"

"아 그럼요! 날이 추워도 목도리까지 딱하고 걸어오면 괜찮아요."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동글이가 입을 열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글로 대화를 남겨본다.



"선생님!!!! 내가 버스 사줄까?"

"(웃으며) 그래~ 동글아 선생님 나중에 버스 사줘!"

"아니면 택시를 타고 오든가"

"(ㅋㅋㅋㅋ)"

"선생님!! 비행기를 타고 왔어야지.

내가 비행기도 사줄게!"







2025년 1월 9일 목요일 D+1236

저녁밥을 든든히 먹고도 배가 출출했는지 동글이가 시리얼이 먹고 싶다 했다. 나도 먹고 싶은 마음에 식탁에 와서 앉으라고 했다. 동글이가 좋아하는 초코 시리얼도 꺼내고,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는데 찰랑찰랑 우유는 조금밖에 안 남았다. 하는 수 없이 동글이 그릇에만 시리얼과 우유를 따라주고 그 앞에 앉아 먹는 모습만 지켜봤다.



"동글아 그런데 우유가 없다.. 엄마도 먹고 싶은데"

"젖소한테 가서 우유를 받아오면 되잖아!"

"(ㅋㅋㅋㅋㅋ)젖소는 어디 있는데?"

"동물원에 있겠지~!!!"




시리얼을 못 먹어 아쉬웠던 내 마음은 웃으며 이내 사라졌다. 그래도 다음엔 우유를 넉넉히 사둬야겠다!








2025년 1월 10일 금요일 D+1237

전기 콘셉트에 관심이 많아진 동글!

불이 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설명해 주었지만 궁금한 게 많은가 보다. 동글이는 호기심 가득 한 얼굴로 내게 묻는다.


"불이 나면???"

"불이 나면 우리 침대도 다 타고, 우리 좋아하는 책도 다 타고 없어져!"

"그러면 다시 사 오면 되잖아."

"아니~ 불이 나면 우리가 잠 잘 곳도 없어진다니까?"

"왜?"

"불이 나면 여기가 다 부서지고 없어질 수 있거든"

"그럼~ 중장비가 와서 고쳐주면 되잖아!!"

"(^^)"



요즘 동글이에게 무얼 설명해 주는 일이 난감할 때가 많다. 불이 나면 어떻게 되는지를 설명하는 이 날에도

타요 중장비를 무척 좋아하는 41개월 아이에게는 중장비로 무엇이든 고치면 된다 생각하니 말이다 : )







2025년 1월 11일 토요일 D+1238

아직 둘째가 통잠을 자지 않아 새벽 수유를 하고 있다. 일하는 남편을 위해 주말은 늦잠을 자도록 배려하고 있어 이 날도 동글이와 둘째 모두 내가 한 방에 데리고서 잠을 잤다.



부스럭부스럭. 동글이의 움직임에 잠에서 깼다.

동글이는 내가 피곤한 걸 알았는지 작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인다.



"엄마, 내가 더 재워줄게"

그리곤 작은 손으로 내 몸을 토닥 토닥인다.








2025년 1월 12일 일요일 D+1239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 차에서 내렸다. 매일 같이 동글이의 이동수단인 유모차를 가지고 움직이는데, 이 날은 정신없이 나오는 바람에 유모차를 두고 다녀왔다. 나는 아기띠로 둘째를 안고, 동글이 손을 잡았다. 동글이의 반대쪽 손은 남편이 잡아주었다.



"어? 우리 넷이서 걸어가네?"


그러곤 싱글벙글~ 기분 좋아하며 타요 노래를 부르며 걸음마한다. 왜 동생만 안고 가느냐고 때 부릴 수도 있었을 텐데 아빠, 엄마랑 손잡고 걷는 그 순간이 나처럼 참 좋았나 보다.







이렇게 동글이와의 시간들을 글로 남기고, 다시 읽어보니 그때 그 장면들이 생생히 떠오른다. 사진과 영상이 아니더라도 내가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이렇게 붙잡아 둘 수 있다니- 기록을 안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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