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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JI Sep 28. 2024

떠나는 것만큼 중요한, 보내기

김혜남 선생님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을 읽으면서 당연하지만 생각해 본 적 없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은 죽을 때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생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태어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온전히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긴다… 다시 한번 갓난아기 때로 돌아가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삶을 시작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삶을 마감하도록 운명 지워진 게 바로 우리 인간이란 존재다.
… 그러므로 죽어 가는 사람의 손을 잡고 같이 울며 그를 어루만져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가 편안한 위안 속에서 외롭지 않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어쩌면 죽어가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죽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막내삼촌이 떠오른다. 대입 논술시험을 삼촌 댁에 묵으며 치렀다. 기숙사 방에 컴퓨터를 넣어 주셨다. 사업장이 있는 충무로에 가면 영화를 보여주시고 밥도 사주셨다. 교환학생 간다고 했을 때 자기 일처럼 기뻐하셨다. 그런 막내삼촌이 편찮으셨는데, 나는 병문안 한 번을 가지 않고 부모님 뒤에 숨어 있었다. 용돈 주시고 영화 이야기 하시는 삼촌이 아닌, 아프고 약해진 삼촌한테는 어떤 말을 할지 몰랐다. 겁도 났던 것 같다. 내가 삼촌의 마지막을 함께 할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전에 삼촌을 찾아가 눈 한 번 맞추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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