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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JI Dec 19. 2024

가나 대선 이야기

벌써 2주가 지났네요. 지난 12월 7일 가나 대통령 선거가 있었습니다. 선거를 앞둔 12월 2일 교민들은 이런 공지를 받았습니다.


오는 12.7.(토) 가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11.28.(목) NPP 및 NDC 등 12개 정당의 대통령 후보들이 평화로운 선거를 공약하는 평화 협정(Peace Pact)에 서명하는 등 가나 정부 및 선거 캠프에서 평화선거를 위해 노력하고는 있으나, 선거 결과에 불복한 지지 세력들 간의 충돌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아래 기본 신변안전 수칙 및 소요 사태 발생 시 가이드라인을 명심하시어 안전사고 예방에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이하 생략)


12월 5일에는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에서 또 다른 공지를 올렸습니다. 선거 기간 동안 아파트 시설 특별 순찰을 강화하고, 관리사무소의 직원들은 갈등 해결과 응급 처치 등에 관한 교육을 받을 예정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선거 후 12월 9일 대사관에서 다시 공지를 올렸어요.

지난 12.7.(토) 가나 대통령 선거 관련, 일부 지역에서 지지자 간의 충돌로 인하여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국지적으로 선거 관련 사건사고가 발생했으나, 12.8.(일) 오전 집권 여당(NPP) 후보의 선거 패배 인정으로 향후 며칠 내 공식 선거 결과 발표를 앞두고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이하 생략)


가나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먼저 독립을 이루기도 했고, 1990년대에 독재를 버리고 민주화를 선택한 이래 정치적으로 안정된 나라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선거 전후로 긴장감이 조성되는 것을 보며 조금은 놀랐습니다. 그런데 불과 그 며칠 전 우리나라에서 계엄령이 발표되어 전 국민이 기본권을 침해당할 뻔했던 일을 떠올리니 정치적 안정은 보장된 것, 선물 받은 것이 아니구나, 우리는 언제 깨어질지 모르는 얇은 얼음장 위에 서 있는 것이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퇴임하게 되는 NPP당의 아쿠포-아도 대통령은 한때 120명의 장차관으로 구성된 역대급의 비대한 내각을 구성하는가 하면, 사촌을 장관에 임명했고, 선거관리위원회에 본인을 지지하는 사람을 앉혔다고 합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나 국민의 95%가 대통령이 부패했다고 생각하고 74%의 국민은 올해 부패가 증가했다고 말했답니다. 특히 가나는 지금 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어 국민들은 경제적으로 고통받고 있지요 (12.7.자 이코노미스트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선거결과는?


네, 야당 NDC의 마하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2012~2016 가나의 대통령이었다고 하네요! 고인 물이겠네요. 당시에 대규모 정전, 높은 인플레이션, 통화가치 하락 등으로 대선에 패배해서 NPP당에 정권을 내주게 된 것이었답니다. 채무 불이행은 사실상 마하마의 정권에서부터 그 징조를 보였던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요즘 악재가 많은데, 가나도 걱정이네요. 걱정을 해서 걱정이 해결될 거면 계속 걱정을 해야겠지만… 평범한 시민은 걱정 대신 일상을 잘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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