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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선령 Jun 25. 2024

[전시] 진묘수에 반한 공주의 하루

무령왕릉의 수호자 진묘수!

공주는 이름부터 기품이 있다.

작년부터 국립공주박물관 홍보가 핫했다.

지명인 공주와 동음이의어인 공주를 활용하여 백제인의 미감을 친근하게 알린다.

릴스에서 유행하던 ‘공쥬들아 배틀을 신청한다’ 밈을 연상케 한다.

가깝고도 먼 충남. 공주박물관에 폭우를 뚫고 도착했다.


충청권에서 발굴된 신석기 빗살무늬토기부터 조선시대 백자까지 150만점을 수용하는 수장고. 파편을 모아 하나씩 형태를 확인하고 이어 붙이는 노고 덕분에 이렇게 역사를 다시 볼 수 있구나 감사함을 느꼈다.

눈 두는 곳마다 국보다.

진묘수와 묘지석이 제일 먼저 반겨준다.  

귀걸이와 관꾸미개의 화려함, 공주답다.

1500년을 고스란히 간직하다가 1971년에 발굴된 무령왕과 왕비 관의 출토 당시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온전한 형태가 경이롭다.

진묘수에 반했다. 무령왕과 왕비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게 돕고 무덤을 지키던 진묘수의 설명글 ‘1971년 7월 무령왕릉의 입구가 열리던 그 순간, 1446년에 걸친 수호신의 임무를 다하였다.’ 에서 멋짐이 폭발한다.

날렵하지 않은 통통한 몸통에 뭉퉁한 입, 철제 뿔이 귀여워 보이지만.

무령왕릉이 백제의 고분 중 유일하게 온전한 상태로 발견되기까지 묵묵히 지킨 이 녀석이 믿음직스럽다. 미니 진묘수를 데리고 와 집도 만들어 주고 밥도 먹였다.

서혈사지 석불좌상는 불상의 정면과 측면, 광배를 고정하기 위한 광배공이 뚫여 있는 후면까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좌상 뒤에 전시된 또다른 광배를 비춰보며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점심으로 알밤어죽과 도리뱅뱅을 먹었다.

물고기의 이름이 아니라 동그랗게 돌려 담는다고 해서 도리뱅뱅이다. 재미있다.

공주의 하루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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