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 인천 가장 맛있는 족발
오늘의 메뉴 : 반반족발
어릴 적 외가댁을 가면 외할머니가 시장에서 '족'을 사다가 직접 삶아주셨다. 외할머니표 족발은 간장 양념도 붉은 양념도 없었다. 아무런 양념도 걸치지 못한 맨살이 반들반들한 족발이 식탁 위에 턱 하니 올려져 있는 그 모습이 내 인생의 첫 '족발'이었다. 요즘 족발은 계속해서 발전하여 불에도 구워지고 막국수를 넘어서 당면도 들어가졌다. 이제는 입맛 따라 취향 따라 골라먹을 수 있는 족발 메뉴가 너무도 다양해서 치킨처럼 반반 족발이 없으면 주문하기 힘들다.
인생은 계획대로 안된다. 진리 같은 이 공식이 내게는 적용되지 않기를 바랐다. 오만도 경솔함도 아닌 그저 바람이었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고민해서 브런치 작가로 인정을 받았던 그날.
어떻게 내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 기록할지, 설레는 마음으로 계획을 세웠다. 한 글자씩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 내려갔을 때의 뿌듯함이란.
'아, 잘 살고 있다!'
누군가 내린 대한민국 30대 평균 연봉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월급이지만 그래도 퇴근하고 나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미래를 그려나갔다.
그런데 정말 인생은 계획대로 안되더라.
"회사 사정이 안 좋아져서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어요."
아, 백수가 되었다.
'이런 X발 같은….'
6년이나 다닌 회사에서 내게 준 시간은 일주일이었다. 일주일 동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서류 처리하느라 유종의 미를 거둘 새도 없떠밀리듯이 퇴사하게 되었다.
사장님 제 퇴직금은 제 때 주시는 거죠? 저 반반족발 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