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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J씨 Jun 23. 2024

오늘의 메뉴 : 이런 족!발 같은!

장소 : 인천 가장 맛있는 족발


오늘의 메뉴 : 반반족발


  어릴 적 외가댁을 가면 외할머니가 시장에서 '족'을 사다가 직접 삶아주셨다. 외할머니표 족발은 간장 양념도 붉은 양념도 없었다. 아무런 양념도 걸치지 못한 맨살이 반들반들한 족발이 식탁 위에 턱 하니 올려져 있는 그 모습이 내 인생의 첫 '족발'이었다. 요즘 족발은 계속해서 발전하여 불에도 구워지고 막국수를 넘어서 당면도 들어가졌다. 이제는 입맛 따라 취향 따라 골라먹을 수 있는 족발 메뉴가 너무도 다양해서 치킨처럼 반반 족발이 없으면 주문하기 힘들다. 




 인생은 계획대로 안된다. 진리 같은 이 공식이 내게는 적용되지 않기를 바랐다. 오만도 경솔함도 아닌 그저 바람이었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고민해서 브런치 작가로 인정을 받았던 그날.

어떻게 내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 기록할지, 설레는 마음으로 계획을 세웠다. 한 글자씩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 내려갔을 때의 뿌듯함이란. 


'아, 잘 살고 있다!'


 누군가 내린 대한민국 30대 평균 연봉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월급이지만 그래도 퇴근하고 나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미래를 그려나갔다.

그런데 정말 인생은 계획대로 안되더라.


"회사 사정이 안 좋아져서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어요."


아, 백수가 되었다. 


'이런 X발 같은….'


 6년이나 다닌 회사에서 내게 시간은 일주일이었다. 일주일 동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서류 처리하느라 유종의 미를 거둘 새도 없떠밀리듯이 퇴사하게 되었다.


사장님 퇴직금은 제 때 주시는 거죠? 저 반반족발 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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