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예술과 추상표현주의의 혁신적 결합, '희노애락'
63빌딩에서 접한 ‘레픽 아나돌’의 작품, ‘희노애락(Life and Dreams)’의 첫인상은 일단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래도 직관적으로 웅장하고 강렬하며 시각적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런 특성은 현대 미술 사조의 하나인 ‘추상표현주의’를 떠오르게 한다. 추상표현주의는 1950년대 전후 미국에서 주목받은 미술 동향으로 대표작가는 ‘잭슨 폴록’, ‘윌렘 드 쿠닝’, ‘마크 로스코’ 등이 있다. 추상표현주의는 사실의 재현에서 벗어나 작품을 창조해 내는 예술가 내면의 감정, 생각, 등이 창작의 소재가 된다(고민철, 2021). 그런 의미에서 레픽 아나돌의 작품은 추상표현주의의 현대적 재해석으로서, 표현의 본질에 촛점을 맞추며, 표현의 재료가 된 빅데이터의 시각화에 집중한다.
추상표현주의는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표현기법을 선보인다. ‘드립페인팅’은 ‘잭슨폴록’이 선보인 기법으로 전통적인 회화기법인 붓으로 물감을 칠하는 것이 아닌 물감을 캔버스 위에 직접적으로 부어버리거나 떨어뜨리는 회화 기법 중에 하나다. 이 기법은 작가 내면의 감정이 바닥에 놓인 캔버스에 색상이 떨어지는 우연적인 패턴으로 시각화 되며, 그려진 결과물 보다는 이 작품을 창작하는 행위에 더욱 집중한다는 특징이 있다(문혜헌, 홍경희, 2009). 레픽 아나돌의 작품도 사실의 재현으로서의 시각화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패턴을 이뤄내는 원인으로서의 재료가 바로 ‘빅데이터’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전통적인 회화는 물감과 붓을 통해 캔버스에 그려지며, 예술가의 의도를 반영한다. 레픽 아나돌의 작품은 물감과 붓 대신 빅데이터를 재료로, ‘드립 페인팅’ 대신 AI 알고리즘으로, 캔버스 대신 대형 스크린을 활용한다. 인간의 내면이 경험을 통해 총제적으로 구성된 ‘스키마’이듯 AI알고리즘도 빅데이터 학습을 통한 구성된 패턴이라는 점은 유사하다. 예술가의 내면이 캔버스에 시각화 되듯 ‘희노애락’은 빅데이터로 학습된 한국의 불꽃놀이와 K-pop 뮤직비디오가 AI라는 붓을 통해 대형 스크린에 형형색색으로 융합된다.
‘희노애락’을 보고 있으면, 정말 우연처럼 희노애락이 펼쳐진다. 때로는 붉은 색상으로 강렬하게 피어오르다가, 유화처럼 어느방향으로 튈지 모를 것처럼 스며들다가, 금새 사그러 들고 다시 다음 색상과 패턴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색상도 봄처럼 화사하게 피어 오르다, 갑자기 파란색으로 물들이더니, 어느샌가 가을의 앰버톤으로 물들며 사그러진다. 인생의 축소판인 사계절의 흐름을 ‘희노애락’으로 은유한 것만 같다. 유화적인 색상과 패턴이 규칙과 불규칙으로 융합돼 때로는 상식적인 방향으로 번지다가 때로는 예상치 못한 변칙으로 계속 시선을 잡는다.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는 패턴에서 다양한 의미를 읽어내려는 시도가 현실을 잊고 내면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계속 보고 있으면, 잭슨폴록이 캔버스에 작업하고 있는 현장을 빨리감기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스크린의 크기가 주는 입체감과 웅장함 역시 앞도적이다. 유사한 형식인 ‘미디어 파사드'와 마찬가지로 평면적인 캔버스를 3차원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시각적 충격이 있다. ‘희노애락’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 다양한 색감이 학습에 사용된 불꽃놀이영상 처럼 3차원으로 펼쳐진다. 그래서 당장이라도 화약이 터지듯 물감이 터져서 스크린 밖으로 폭발해 나올 것 만 같다. 이런 디지털 작품은 역시 시각적 몰입감이 주는 신선함이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레픽 아나돌의 작품은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그의 작품은 인공 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기존의 예술 작품에 대한 전형을 과감하게 탈피한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접근은 앞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하며, 예술과 기술의 융합은 기존에는 접해보지 못한 신선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특히 이번 ‘희노애락’은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의 특성이 AI라는 붓을 통해, 어떻게 인생을 상징할 수 있는지 시각화한다. 이런 아나돌의 작업을 통해 우리는 예술이 단순히 미적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데이터와 기술을 통해 새로운 형태와 의미를 창출할 수 있는 도구임을 인식하게 된다. 이는 예술의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며, 예술가와 감상자 모두에게 더 깊은 이해와 참여를 요구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AI 너마저~ 예술을 하는구나
[ 여담 ]
63빌딩에서 무료로 관람 가능하고, 소셜미디어 이벤트도 진행중인네요
#현대미술 #추상표현주의 #디지털아트 #AI예술 #빅데이터 #레픽아나돌 #미술전시 #63빌딩 #희노애락 #미디어파사드 #기술과예술 #인공지능아트 #혁신적예술 #감성적예술 #아트테크 #미술관람 #아트프로젝트 #미술작품 #미술의미래 #컨템포러리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