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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 Jul 22. 2024

언플러그드

모든 플러그를 뽑고


방학식날이었던 지난 금요일에 미루고 있던 인제 관사의 냉장고 정리를 했다. 올 2월에 이사하고 처음 하는 냉장고 정리였다. 한 학기 동안 식사를 거의 밖에서 해결했기 때문에 2월에 이사 올 때 갖고 온 음식들이 그대로 있었다.



정리라고 해봐야 냉동실과 냉장실에 있던 음식, 소스류 모두를 장바구니에 넣는 게 다였다. 유통기한이 지났는지 안 지났는지, 유통기한이 지났어도 먹을 건지 버릴 건지는 원주에 가져가서 천천히 판단하면 되니까.



넓은 시장바구니와 큰 박스 하나에 들어갈 만큼의 양이 나왔다. 냉장고를 싹 비우고 냉장고 코드를 뽑았다.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냉장고 문을 활짝 열어뒀다. 그리고  집안의 다른 모든 플러그들도 뽑았다.



 TV, 세탁기, 건조기, 제습기, 에어컨,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드라이기, 충전기, 보일러, 탁상형 전자시계까지. 하나씩 코드를 뽑을 때마다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



모든 플러그를 뽑고 정말로 필요할 때만 플러그를 꽂으며, 나도 이번 방학을 그렇게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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