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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국의 할배 Sep 11. 2024

미국 이민에서 느끼는 것들(언어)

우리가 살아가면서 나 이외의 사람들과 소통에 가장 필요한 것이 언어이고 이 언어는 대개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습득하여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학교를 가면서부터 좀 더 고급언어를 배우게 된다. 그래서 이민을 가게 되면 언제 이민을 왔느냐가 이민 간 나라의 새로운 언어를 습득해서 잘할 수 있는지 결정이 된다. 


대개 고등학교 이후에 이민을 오게 되면 새로운 언어를 모국어처럼 하기가 어려운데 그 이유는 학교를 다니면서 배우는 언어의 어휘력이 전 분야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생물, 체육, 음악, 미술, 수학, 과학, 역사 등 고등학교까지 배운 어휘력과 문화에 관련된 표현들은 고등학교 이후에는 따로 배우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고등학교 이후에 이민을 와서 대학을 나와도 전공 이외에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사투리나 은어들을 스스로 배우지 않으면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과 완벽하게 소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25세 이상 되어서 이민을 오면, 정착하는데 집중하느라 언어를 제대로 배울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이민 간 나라의 언어를 모국어처럼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 나는 독일에서 11년 유학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 기간에는 영어를 배우거나 사용하지 못했다. 대신에 독일어로 통역과 번역을 할 정도로 생활하는데 아무 불편이 없었는데 공부를 마치고 귀국을 하니 독일어가 무용지물이 되고 독일식 발음의 영어로 소통해야 했다. 그래도 회사에서 인도 연구소나 중국연구소와 협업을 할 때,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때 나의 위치는 “갑”의 위치였기에 “갑”의 영어만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 이민을 오니 상황이 달랐다. 처음 미국에 이민을 와서 차를 사고 집을 구하고 필요한 업무 처리를 하는 데는 그다지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을”의 입장에서 영어를 할 때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에만 “갑”과 “을”이 있는 게 아니었다. 

대화에도 “갑”영어와 “을”영어가 있었는데, 내가 “갑”의 입장에서 영어를 할 때는 상대가 내가 알아듣기 쉽게 천천히, 그리고 정확히 말해주고 이해하지 못한 듯하면 다시 설명을 해 주지만 내가 “을”의 입장이면, 내가 이해하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자기들이 할 말만 빠른 속도로, 그것도 어떤 때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관용어나 사투리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 “갑”의 입장이란 상대방이 나를 필요로 할 때인데, 예를 들면 내가 보험을 들어야 하거나, 차를 사는 경우에는 내가 “갑”의 입장이 되는 것이다. 이럴 때 상대방은 나를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내가 필요한 경우 예를 들면 직장을 구하거나 혜택을 받는 경우라면, 내가 “을”의 입장이 되며 이때 상대방이 나에게 사용하는 영어는 사뭇 다르다. 그리고 조금만 버벅대거나 이해하지 못하면 무시를 당하게 되며 그 대화는 즉시 중단이 되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외국어 수준은 괜찮다고 느끼는데, 보통 “갑”의 입장에서 대화를 할 때 이거나 뉴스와 같은 표준어를 사용할 때일 것이다. 만약 이민을 계획하거나 진행 중에 계신 독자분들이라면 “을”의 입장에서 대화를 할 때도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언어 공부를 하시기를 추천드린다. 그래야 정착하는데 어려움이 없고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민 초기에 “을”의 언어를 이해하고 말할 수 있도록 언어부터 배우기를 강력하게 권장한다. 특히 듣기가 중요한데 말하기는 내가 선택해서 할 수 있는 말을 하면 되지만 듣기는 상대방의 말을 일방적으로 이해해야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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