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명작
*영화 <탑건: 매버릭>에 대한 일부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얼굴 보니 좋네.“ 매버릭이 말했다.
“저도요.”
눈 덮인 수풀 어딘가에서 매버릭과 루스터는 그렇게 다시 만났다. 하늘을 찌를 듯이 빼곡하게 들어선 나무들은 그들 사이를 가로막았던 오해로 얼룩진 시간처럼 보였다. 이제 두 남자는 함께 이 숲을 빠져나갈 것이다. 한 때 구스와 매버릭이 그러했던 것처럼.
즐겨 찾는 노래 리스트에 담긴 레이디 가가의 ‘Hold My Hand’는 내 마음의 명작, 영화 <탑건: 매버릭>의 사운드트랙 중 한 곡이다. 호소력 짙은 레이디 가가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선율이 고조될수록 잠시 잊고 있던 영화의 감동이 또렷해지고는 한다. 레이디 가가는 2008년 데뷔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댄스 팝을 선보였지만, 나는 그녀의 음색이 서정적인 노래와 더 잘 어울린다고 감히 확신한다. 그녀가 주연으로 출연했던 영화 <스타 이즈 본>을 본 이후부터.
레이디 가가의 노래는 다시금 내 앞에 <탑건: 매버릭>을 데려왔다. 몇 번째 보는지 알 수 없는 이 영화.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매번 부족함 없이 즐겁다는 것. 신작 영화를 접할 때만큼의 긴장감은 없지만 그렇기에 즐거운 것이라 말하면 역설일까. 우당탕탕 예측 불가인 나날 가운데 러닝타임 속에서 만큼은 안락하고픈 마음의 투영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아는 영화는 편안하다.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즐거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매버릭이 타고 있던 전투기가 적의 미사일 공격에 당하면서 조우하는 두 사람. 어쩌다 서로를 구한 루스터와 매버릭이 숲 속에서 다시 만나는 장면은 영화를 통틀어 손에 꼽는 위트 있는 장면 중 하나다. 매버릭이 루스터의 해군사관학교 입학을 수차례 막으면서 둘 사이의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작전 수행을 위한 훈련을 거치면서 어느새 서로에게 스며든 매버릭과 루스터. 그들은 비로소 손을 맞잡을 준비가 된 것이다. 새하얀 눈 위에서.
https://youtu.be/O2CIAKVTOrc?si=neN4CmXO4p71b8W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