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 버튼 누르기
새빨간 뮤직 애플리케이션 속에는 내가 동경하는 작은 세상이 있다. 즐겨 듣는 플레이리스트에는 얼마의 팝과 추억의 가요(가령 god 노래와 같은) 그리고 클래식이 대중없이 담겨있다. 이곳저곳에서 주워 담은 나의 음악 모음집. 영화, TV 광고 등 그 경로는 어디든지 상관없다. 뜻밖의 장소에서 취향의 노래를 발견하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곧바로 검색에 들어가기도.
아껴둔 책의 표지를 넘기는 순간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한껏 분위기를 내고 싶은 날
드라이브로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훌쩍 여행을 떠나는 길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시간
정성껏 선곡을 하고 재생 버튼을 누른다. 배경음악이 흐르는 순간, 우리는 모두 각자의 영화 속 주인공이 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삶의 단편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일을 대게 음악이 하고 있다고. 우리는 감당해야 할 꽤 많은 시간을 음악에 기대어 사는 것이라고.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재생 버튼 하나면 아주 손쉽게 현실이 된다.
어떤 음악을 듣는지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돼.
영화 <비긴 어게인>이 개봉 10주년을 맞아 재개봉했다. 그저 반가운 마음으로 별생각 없이 예매한 영화는 2시간 내내 나를 보기 좋게 제압했다. 기분 좋은 압도였다. 한창 꿈을 향해 달려가는 길에 스쳤던 영화는 10년이 지나 전혀 다른 영화가 되어있던 것.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영화의 말미, 그레타가 보이는 눈물과 웃음의 의미를 알 것 같은 지금의 나는 아무래도 그간 훌쩍 커버렸나 보다.
이렇게 영화 <비긴 어게인>은 나의 플레이리스트로 다시 돌아왔다. 영화에 등장했던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러닝타임의 감동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의 발로. 그런데 이 글에 덧붙이고 싶은 노래는 의외로 다른 곡이다. 바로 존 레전드의 ‘Nervous’. 긴장된다는 부정적 의미만을 내포하고 있는 줄 알았던 단어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언어였다니. 설렘에 가까운 떨림, 어쩌면 두려운 만큼 설레는지도 모를 묘한 감정이 그레타의 미소에 묻어났던 것은 아닐까. 장면을 곱씹으며 재생 버튼을 눌러본다.
https://youtu.be/Uq1ckViVlS0?si=LVxu1uQZtzxfjIv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