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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취향 Feb 20. 2024

같이 살래요?

story1 l 같이 살 집을 결정하기까지 걸린 기간, 3일

“같이 살래요?”


“그래요.”

당돌한 잉뿌삐의 물음에 미적지근한 대답을 했다.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프로젝트’는 즉시 실행됐고, 옥돌은 어느새 보증금과 월세의 상한선을 세우고 우리 집 찾기에 몰입했다. 부동산 플랫폼을 열고, 서울 내에서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동네를 중심으로 몇 집을 추려 바로 부동산에 연락을 취했다. 동시에 혼자 살려고 알아본 자취방 예약을 취소하는 그녀였다. 인프제는 그녀의 실행력에 어리둥절하며 이 흐름을 따라갈 뿐이었고, 다음 날 5시, 모레 1시에 마포구 일대의 집을 보게 됐다.


우리가 이구동성으로 “여기다!!”를 외쳤던 집이 있었다. 아쉽게도 그 집은 우리가 집을 보러 가기로 한 당일 오전에 계약자가 나타나 잡지 못할 곳으로 사라졌다. 나는 찐 운명의 집이 나타나리라 생각했고, 집을 보러 다닌 지 삼일 차가 되는 1월 28일 일요일 오전 10시 반. 우리의 집을 발견했다!




이날의 이야기는 전날, 토요일 밤부터 시작된다. 옥돌과 나는 연희동에 있는 내 집에서 같이 자고, 다음 날 아침 10시 반 마포구에 있는 집을 보러 가기로 했다. 자전거로 10분 거리라 넉넉하게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친구와 함께 있으면 늦기 마련이다.


우린 조금 늦었고, 나는 10분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요량으로 대여 자전거 따릉이의 페달을 열심히 밟았다. 약간 추웠지만, 공기가 깨끗하고 햇살이 따스했다. 자전거를 달리며 맡는 아침 내음이 짐짓 상쾌해서 나는 아이유의 노래 가을 아침을 흥얼거리며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그런데, 우리의 요가 선생님이자 나보다 10cm는 큰 옥돌이 오질 않는 것이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그녀와 나의 거리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다. 알고 보니, 차가운 아침 바람에 옥돌의 손이 아려 오고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오랜만에 타는 아침 자전거와 날씨에 취해 있을 뿐이었다.




자전거에서 내려, 옥돌은 아스팔트 위에 쪼그려 앉았다. “더 이상 못 가겠어. 먼저 가요…” ‘10분밖에 안 탔는데 그렇게 손이 아프고 체력이 소진됐다고…?’ 그녀의 체력을 보고 ‘힘쓰는 일은 내가 맡아서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며 옥돌을 길에 두고 오르막길을 올랐다. 집 앞에서 기다리는 부동산 중개사와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깔끔하고, 채광 좋은 남향에 거실도 넓었다. 우리가 집을 보는 조건은 첫 번째 내가 사는 동네를 사랑할 수 있는가? 두 번째 너른 거실이 있는가? 세 번째 2층 이상이며 15평 이상인가?라는 조건에 딱 맞는 집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집 안으로 들어온 옥돌은 집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앉아서 많은 걸 본 모양인지, 집을 보고 나오는 길에 이 집이 우리 집이라며 가계약금을 넣자고 했다. ‘아니 오늘 오후에 보러 가기로 한 집이 두 채나 더 있는데...?’ 그녀의 추진력에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전화를 받은 부동산 중개사는 가계약금 제도는 안 하며, 바로 계약을 진행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린 우선 계약을 하기로 이야기해 놓고, 오후에 다른 집을 보러 갔다. 하지만 오후에 본 집들은 어딘가 우리와 안 맞는 부분이 있었고, 결국 아침의 우여곡절을 함께한 마포구의 집을 계약하게 되었다.



/ 아무도 모른다.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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