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즐겨보던 방송
MBC 퀴즈 아카데미(1987-1992)
https://www.youtube.com/watch?v=QL82heN-a5E
방송되던 당시 국민학생이었는데요.
노찾사의 "사계"는, 당시 방송 예고편에 배경음악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예고편이나 방송 말미에는, 민중가요들이 소개되었던 것 같네요.
(주로 노찾사?, 노찾사는 민중가요가 아니다 라는 분도 계시지만)
https://youtu.be/9LcIsJlB1HY?si=nsW1nRi4dAzWMPvW
처음엔 독특한 리듬과, 기계음 처럼 들리는 여성 합창. 전자오르간소리 에 매료되어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 다시 들어보니, 러시아 민중가요나 폴카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노찾사 음반을 구한건, 훨씬 나중이고, 테이프에 녹음해서 많이 들었는데
당시 국민학생 수준의 눈높이에도,
"사계" 라는 선명한 노래제목, 반복되는 빠른 리듬.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라는 가사를 통해 묘한 감정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후에, TV에서 나오는 60~70년대 봉제공장 직공들의 자료화면을 볼 때마다,
"사계" 노래 속, 다람쥐 챗바퀴 도는 것처럼 고단한 삶을 살던, 10대 소녀 미싱공들을 저절로 떠올리게 된 것 같습니다.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지났죠.
2016년 경찰의 시위 강제 진압을 앞두고 다만세를 부르던 이화여대 학생들
https://www.youtube.com/watch?v=Lo3UMxYFNW0&t=4s
당시 시위의 배경입니다.
2016년 이화여자대학교 사태는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이 학교 측의 일방적인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미래라이프 대학) 참여 철회를 위해 학교를 점거하면서 발생한 시위로 시작하여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 부정 입학 의혹까지 제기된 사태이다.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의 경우, 학교 측의 교육을 질을 낮추고 등록금을 위한 학위장사에 학생들과 졸업생들은 분노했다. 이에 대해 일부 여론은 실업계고 출신들이 학위를 받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낸 순혈주의적 행동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실업계고 출신의 학생을 받는 대학 입학 전형은 이화여대 내에 이미 존재했을 뿐 아니라 평생교육을 위한 평생교육 대학원 또한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는 점에서 교내 구성원들의 공분을 샀다. 결국 10월 19일 최경희 총장이 사퇴하였고 2016년 이화여대의 시위는 정유라 부정입학 문제와 함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물론, JTBC를 비롯한 언론에서는 이화여대의 이 새로운 시위 방식에 대해서 굉장히 놀라는 분위기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zFAGQIcYUU&t=4s
심지어, 당시에 이대생들의 시위를 놓고도, 곱지 않은 시선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아직, JTBC 태블릿 공개 전이었고, 국민적인 분노가 폭발하기 전입니다.
그래서, 이대 시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논조의 언론 기사가 많았습니다.
디피 게시판에도, 당시에 이화여대 시위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순혈주의다", 지금까지 다른 사회 이슈에 입다물고 있던 이대생들이 왜 자신들의 이권에 관련된 시위 에만 투쟁하느냐? 라는 비아냥과 비난이 속출했습니다.
(당시 회원들에 대한 이불킥 공격이 될 것 같아, 본문을 굳이 직접 링크하지 않겠습니다만)
당시 90년대생 이화여대 학생들은, 자신들의 세대의 노래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아서 시위했습니다.
Kenji 작사 작곡의 "다시만난세계"
2016년 당시에도, 이미 "다시만난세계"는 걸그룹의 바이블 같은 곡이었지만, 이 곡이 시위 현장에서 들리는 가사의 의미는 새로운 충격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2016년 프로듀스 101 출연, 다만세의 고음 부분을 깔끔하게 성공해서, 강한 인상을 남긴 유연정.
https://www.youtube.com/watch?v=OxPPdI9AqX4
https://x.com/isakchoi312/status/1867886918488477986
탄핵이 가결되는 순간,
아쉽지만, 현장에 가지 못해서, 그 순간을 TV로 지켜봤습니다만,
여의도의 모인 시민들이 감격의 함성을 지르고 오열하는 모습을.
각 방송국 카메라들은, 생생하게 포착해서 전달했습니다.
우원식 의장이 탄핵안 가결을 선포하는 순간
울려퍼진 노래는 (누구나 예상했겠지만)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lla3focISU
원곡 가수인 소녀시대 멤버들도 팬들을 응원하고 선결제에 동참했습니다.
소원봉 (2019년 출시)
탄핵이 가결된 이후 , 막내 서현양은 인스타 스토리에
'소년이 온다' 책과 '다시만난 세계'의 가사를 공유하여 동참하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물론 "다시만난 세계"의 원곡 가수는, 당연히 소녀시대이지만,
"다시 만난 세계" 를 이 시대의 민중가요로 만든 것은 8년 전 이화여대 학생들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 분야에는 원조가 분명히 존재 합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토요일 탄핵 표결 전날, 학교에서 총회를 개최했습니다 .
학교에 모인 2600명의 학생들은, "다시만난세계"를 다시 불렀습니다.
이화여대 방송국이 제작한 "다시만난세계"
https://www.youtube.com/watch?v=UzFAGQIcYUU&t=4s
서울대학교에서 진행한 학생총회
서울 시내 모든 학교가 이미 시국선언을 한 이 후에 하는, 학생총회였습니다.
이들의, 학생총회의 모습은, 이화여대 학생총회의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정장을 입은 학생회장, 임을 향한 행진곡을 부르며 학교를 행진하는 모습은,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거의 학생총회의 모습을 보고 복각해서 재현한 것과 같은 느낌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EcH5SlFXCg
여대는 존재의 의미를 이미 상실했다.
지금 시대에 여대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만약, 우리나라에 여대를 모두 공학으로 바꾼다면, 오늘날의 "다만세" 시위, 응원봉 시위는 존재했을까?
전세계에 유래 없는 응원봉 시위가 태어난 것은 과연 K-팝의 덕일까?
과연 여대가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8년전 노란 촛불의 불빛이, 다양한 색깔의 더 강력한 불빛으로 업그레이드한 공로는 누구의 덕인가?
12월 7일 집회 참가자 비율을, 생활인구데이터로 분석한 표입니다.
20~30대 여성이 집회를 주도한 계층이라는 것은, 객관적인 데이터로 분석되었습니다.
(그 다음이 50대 남성, 40대 여성/남성입니다.)
https://newstapa.org/article/gWDhc
아직 사태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논공행상이 적절하게 되지 않으면, 공을 세운 이들에게 허탈감을 줄것입니다.
여의도 일대 식음료 매장 선결제 러쉬도 이어졌습니다 .
20~30대 직장 여성으로 부터 시작된 선결제는, 좀 더 주머니가 넉넉한 40~50대 남성들이나, 연예인, 단체의 통큰 후원이 이어졌습니다.
파리바게트에 500만원을 선결제하고, 자신은 SNS를 안하니, 대신 알려달라고 떠난 중년 남성. SNS 에서는 왜 하필 파리바게트냐, 불매운동하는 것 모르냐? 라는 지적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불매운동에 대해서 잘 모르신다. 본인이 판단하셨을 때 가장 좋은 위치에 먹기좋은 곳이라고 생각하신 장소에 결제를 하신 것일테니, 비난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라는 의견이 대세가 되어 잠잠해지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이런것이, 20~30대 여성들과 40~50대 중년 남성이라는 그 동안 서로 소 닭보듯 하던 집단의 보이지 않는 연대가 아닌가? 싶은 작은 에피소드였습니다.
반면, DC인사이드나, 펨코 등지에서 보여지는 20대 남성의 정서는 기본적으로, 현재 시국에 대한 무관심입니다.
바쁘고 돈이 없어서 집회 참석할 겨를이 없다고 합니다.
20대 남성보다 더 바쁜 40대 50대 남성은 어떻게 집회에 참가하냐는 반박이 이어집니다.
무관심한데만 그치면 다행인데, 선결제, 응원봉 시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선결제된 식음료를 무전취식했다는 무용담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dcbest&no=288583
그렇다고 해서, 20대 남성 개OO론은 아닙니다.
단순히 20대 남성이라는 특정 세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돌 팬들이 소비자주의에 매몰되어, 고작 돈을 썼을 뿐이면서, 타인의 인격을 샀다고 생각하는 점을 지적하는 글.
이러한 태도는, 탈 이념적인 성향이라고 보기보다는, 천민자본주의에 절어버린, 소비자주의(or 소비자 지상주의) 로 봐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결국 자신들은 탈 정치라고 생각하고, 방관자일 뿐이니 사회에 도움도,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단순히 방관자를 넘어서 이기주의로 공동체 주의를 망가뜨리는 정치적 행위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결론은, 20대 여성들에게 좀 더 따뜻한 시선을, 좀 더 이해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칭찬할 것은 칭찬하고 지적할 것을 지적해야 하는데,
칭찬도 눈치를 보고, 비난도 눈치를 보는 온라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칭찬받아야 마땅할 20대 여성에 대해서 충분히 칭찬하는 분위기가 있었나?
혼나야 할 20대 남성들에게, 날카로운 비판이나 분석이 있었나?
오히려, 갈라치기 하지 말라고.
너무 여자들 올려치기 하지 말고, 20대 남자 들 까지 말자는 의견이 먼저 나옵니다.
이것이 갈라치기인가요?
우리의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고 다짐했었지만, 하지만 오히려 아이들 때문에 울컥 했다는 386 꼰대 홍사훈
https://www.youtube.com/watch?v=j_drU_BDTw8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광장에서 시위를 주도하는 젊은 여성의 활약상을 강조하는 윤여준씨의 발언, 진행자인 김현정씨는 성별을 일부러 세차례 발언을 지웁니다.
https://x.com/nalCee/status/1867095831297528261
그렇다면, 정치에 무관심한 20대 남성과 구분해서, 활발히 시위와 정치적 활동에 젊은 여성들의 공은 분명히 인정하는 것이, 적확한 언론의 스탠스이라고 생각합니다.
을 애국가로 지정하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클래식이 되어버린 곡. "임을 위한 행진곡"
"다시만난세계" 는 8년 뒤에도 "임을 위한 행진곡처럼" 광장에서 울려퍼질 것인가?
시대가 또 급변하면, 2010~2020년대, 20대 여성들이 시위를 주도하던 시대에 불리던 곡으로 남을 것인가?
궁금하긴 하지만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제도 오늘도 다음주도,
윤석열이 탄핵되고, 윤석열 김건희가 죄값을 치를때까지, 20대 여성들은 광장에 응원봉을 들고나가
"다시 만난 세계"를 목놓아 부를 것입니다.
12월 7일 탄핵이 좌절된 이후에도 광장에 남아 희망을 잃지 않았던 그들의 기록은 데이터로 남아있습니다.
저는 그들의 정의감과 용기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soffna23
P.S 선결제는 일부 업체들이, 비양심적으로 선결제금 분량을 운용하는 바람에..
좋은 뜻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검증된 업소가 아니고서는 지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선결제 분량은 소진되었다고 하고, 다른 주문을 받는다던가 하는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