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하루일글

손톱과 시간의 흐름 사이

2025년 12월 2일 하루일글

by 강민경



2023년 12월 오늘 일자 하루일글을 읽다가 놀랐다. 이때 썼던 글의 소재와 감상이 최근에 쓴 원고와 비슷했기 때문. 하루일글은 손톱을 깎으며 시간의 흐름에 대해 떠오른 감상을 썼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쓴 글은 하루일글을 참조해서 쓴 게 아니라, 앤솔로지 글이 안 풀려서 손톱을 깎다가 영감을 받고 서둘러 옮겼던 것. 나로서는 모두 NEW 글이지만 이렇게 놓고 보니 같은 감상이다. 내 세계에서 펼쳐지는 타이밍은 신기하다. 그것이 내 무의식의 세계와 연결되어, 내 안에서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 소름 돋을 정도다.

게다가 오늘 하루일글 전에 읽은 책에도 이런 감상에 대한 엇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어떤 작가가 작품집을 내고 나면 뭔가 다음 작품집에서는 다른 것을 보여 주기를 바라는 심리가 있다. 자신이 ‘이미 본 것’에는 더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심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의 경우 또한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볼 때 그것이 달라지기를 바라면서 보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중략) 글쓰기가 자신의 고유성을 주장하는 방식, 즉 우리가 스타일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반복과 관계한다.” 157-158p


“…(중략) 고다르는 그러한 통제가 이미지의 본성을 완전히 억누를 정도로 강력할 수는 없다고 보았던 것 같다. 이미지는 언제나 다시금 재현되고자 하며, 다른 어딘가로 전해지고 보여지고 기록되고자 하기 때문이다.” 174p


강보원 ‘에세이의 준비’ 중에서

⠀⠀⠀⠀⠀⠀

일상에서 발견하는 감상의 반복은 어쩌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아마 필연적일 확률이 높다. 내 세계에서 나라는 독자가 나라는 책을 여러 권 읽을 때,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보다도 내가 가진 흥미로운 것들을 반복해 보는 것이 재미있다. 내 것을 회상하는 일을 즐기는 건 어쩌면 인간의 본능이며,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주장해 본다). 일단 재밌고, 늘 흥미로운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건 미래를 바라보는 일이기도 하다. 봐라, 내가 똑같은 소재로 비슷한 글을 의식도 못한 채 또 쓴 것을. 또한, 나라는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에서 보더라도 내가 겪은 감정을 겪은 사람, 책, 작품, 글을 발견했을 때 더 반갑다.

⠀⠀⠀⠀⠀⠀

내 세계 속 ‘우연’을 발견하고

놀랍고 신기하고 반가워서 쓴 일기

이며 그 글 중 하나는 INFJ 앤솔로지 ‘당신은 모르실 거야’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chaekpyunsa 참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운동은 생각없이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