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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trainer
Jun 15. 2024
나의 생은 하는 일마다 꼬였던 굴곡진 삶이었다. 많은 이들에게 주어진 평범한 삶이 내겐 허락되지 않았다. 작은 실수에도 여지없이 실패가 뒤따랐고 사람과의 악연까지 이어져 뒤얽혔다. 거듭된 실패로 큰 빚을 지고 바닥까지 떨어져 이렇게 사는 건 죽는 것만 못하단 생각을 하던 어느 날, 시장 입구에서 구르마 바닥에 엎드린 채 상반신으로 그것을 끌고 손으로는 물건이 가득 실린 수레를 밀며 장사하여 자식을 키우는 아저씨를 보게 됐다. 며칠 동안 그의 수레를 밀며 많이 반성했다. 두 다리가 없음에도 주어진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아저씨에 자극받아 나도 바닥을 기며 살기로 했다.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삶, 각오했지만 현실은 너무도 아픈 고통의 연속이었다. 나날이 조여 오는 채무 압박에 일상생활을 이어가기 힘들었다. 그러나 피한다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 것, 하나씩 부딪쳐가며 해결하려 애썼고 잡념을 끊어내려 한계를 넘어서는 노동에 나를 맡기며 몸부림쳤다. 악착같이 벌어 빚을 갚아갔고 이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하는 일에 완벽을 꾀하려 집중했다. 수많은 실패와 도전 끝에 난 차츰 신중한 사람이 되었고, 세월을 통해 조금씩 내 삶도 변화를 이루어 '안 되는 가운데 되어지는 삶'으로 변해갔다.
그러던 중 아끼는 후배 C가 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우리 아이보다 어린 13살 된 상주를 위로하고 오는 길 만감이 교차했다. 전에 올렸던 '삶과 죽음 사이에서' 언급했듯이 가까이 지내던 그의 죽음은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죽음은 나와 상관없는 남의 일이 아니라 언젠가 반드시 내게도 찾아올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 죽음을 난 어떻게 준비하며 살고 있나? 바쁘게 살던 일을 멈추고 여명기간 1달 판정을 받은 환자의 심정으로 삶을 돌아보며 그간의 기록을 정리했다. 죽음 앞에 서보니 이제껏 소중하게 여기던 것들이 모두 먼지처럼 사라지고 마지막에 남는 건 가족이었다.
생의 끝에서 삶을 정리할 때 누구에게나 아쉽고 후회되는 일이 있듯, 나에게도 많은 재산을 잃고 주변 사람을 힘들게 했던 후회와 아버지께 잘해드리지 못한 회한이 있다. 또한 어머니를 아프게 떠나보낸 슬픔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좋은 아내를 만난 덕분에 아이들이 잘 자라 자리를 잡았고, 나도 바닥에서 나와 다시 꿈을 꾸고 그것을 위해 10여 년간 치열하게 살았으니 이만하면 행복했다고 생각한다. 인연으로 만나 살면서 모나고 어질지 못한 나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께 용서를 빈다. 그리고 부족한 나를 아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