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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품 Jun 28. 2024

L3. 내가 모르는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것

입시 카페에 무심코 쓴 댓글

작성일 : 2024.02.01


서울로 올라가기 전 조금이라도 알바를 해서 돈을 벌어야하는 나는 네이버 대표 입시카페인 ‘수만휘’에 과외 및 수시 컨설팅 관련 게시글을 작성하기 위해 필요한 자격요건을 채워야 했다. 댓글 5개, 게시글 1개 그게 조건이었다. 그래서 무작정 아무 게시판에나 들어가서 댓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떤 삼수생이 이번 입시도 망했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나 역시 재수생이자 반수생이었기 때문에 생판 모르는 남이었지만 마음이 쓰였고, 기왕 댓글 쓰는 김에 위로를 담아 길게 써주었다. 지금 당신의 절망감도 머지않아 무뎌질 거라고, 시간을 믿어보라고, 입시가 잘 풀리지 않은 지금 이 순간이 당신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댓글을 썼다.


사실 다른 댓글처럼 형식적으로 “힘내세요”혹은 “잘 될 겁니다”라고만 작성했어도 요건은 채우는 거였지만 나름대로 경험과 진심을 꾹꾹 눌러담아 작성했었다. 내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게시글 작성자께서 내 댓글에만 감사하다고, 힘이 되었다고 답글을 달아주셨다.


텍스트로 오가는 정일 뿐이므로 작성자분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을지 아니면 그냥 남이 하는 말이거니 하며 가볍게 넘기셨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굳이 고맙다는 인사의 답글을 남겨주니 나 역시 기분이 좋아졌다.


가끔 우리 학교 커뮤니티에도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장문의 위로 댓글을 남기곤 한다. 지금까진 항상 글쓰신 분의 답글을 받았는데, 다들 진심을 다해 감사하다고 한다.


사실 그런 말을 듣고 싶어서 댓글을 남긴 건 아니었다. 익명의 누군가라도 본인을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조금이라도 힘이 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너무 힘들어서 매일 아침마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게 원망스러웠을 때, 아무나라도 좋으니 내게 위로의 말을 건네줬으면 싶었으니까.


가능하면 모든 사람들이 대체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진지하게 위로하는 와중에 ‘털어비리시는’ 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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