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요한 Oct 01. 2024

첫번째 정규앨범, [감정 기록]

'23. 7. 19. 발매


수록곡

1. 감정 기록

2. The Cafe (Title)

3. Hold Your Hand Again

4. 가을에 꿈을 꾸다

5. 나를 마주볼 때

6. 푸른밤

7. 310호

8. 엄마에겐 항상 미안한 마음 (Title)

9. Lovely Plum

10. 여름 걸음


[앨범 소개]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법

또 기록하는 법


[Credit]

Composed by 한요한

Strings Arranged by 유민정


Guitar 한요한

Strings 위드스트링

1st Violin 남민지

2nd Violin 김홍연

Viola 김정희

Cello 임은진


Guitar Recorded by 한요한

Strings Recorded by 이창선(Assist. 최은미)

Mixed, Mastered by 유한민


Album Photo by 송사무엘


-


나는 평소 말이 많은 성격이지만

이상하게 음악에는 말 수가 적고

앨범 소개에 쓰는 글도 최대한 줄이고 줄여서 내보낸다


이번 첫 정규 앨범은

지금껏 내왔던 싱글 곡들 소개글 보다 더 짧게 냈다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법

또 기록하는 법


위 소개글이 정말 내가 연주곡을 쓸 때의 생각이다

문장을 보탤 수록 듣는 이의 상상력을 제한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서 딱 핵심만 적었지만

여긴 나의 수다가 허용되는 곳이니 곡 별로 배경을 설명 해보겠다


-


1. 감정 기록

2020년 5월 작곡

2019년~2021년 군생활 할 때 간부숙소 바로 앞에 있던 원주천,

'뛰기'와 '걷기'를 정말 많이 했던 곳이다

한 번 뛰면 무조건 5km~10km를 뛰었기 때문에

나의 호흡을 느끼며 생각을 할 시간이 참 많았다


또 뛰기 힘들만큼 몸과 마음이 우중충 한 날에는

하염 없이 걷고 또 걸으며 음악을 들었다

우연히 내 감정과 일치하는 음악에 꽂히면 그 음악만 2~3시간이고 돌려 듣기도 하였다


'감정 기록'은 여느날과 다르지 않게 퇴근 후 원주천을 걷다가 집에 돌아와 기타를 치고, 녹음해서 SNS에 올렸던 곡이다

그 때 SNS에 연주와 함께 담았던 멘트가 앨범 소개글이 되었다


나는 평소 '기록'이라는 걸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일기는 당연히 쓰지 않고

노트에 기록을 한다 한들 자주 잊어버리고, 잃어버린다

그나마 기록이란 걸 하기 위해 지금처럼 글을 쓰고 있지만


내게 가장 좋은 기록 방법은 바로 곡을 쓰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시절 찍었던 사진들을 보면 추억에 빠지곤 한다

그런데 지난 시절 자주 듣던 음악을 들으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가 당시 느끼던 감정까지 생생히 느끼곤 한다

내가 작곡을 하는 것은, 그 시절 나의 감정을 나만의 음악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


2. The Cafe

2020년 4월 작곡


내 글들을 보다보면 '그놈의 군대 얘기'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겠나, ROTC를 선택하며 내 20대 절반이 군대였는데..


The Cafe는 강원도 원주시 반곡동에 위치하고 있던

'카페, 반곡'이란 곳을 생각하며 쓴 곡이다


군생활 할 당시, 간부숙소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했던 넓고 세련된 카페였다

퇴근 하자마자 운동하고 씻고, 옷을 단정히 갈아입고

이곳에 와서 책을 읽으면 그렇게 힐링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있던 부대에는 그렇게

감성적인 대화가 통하는 분들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책을 통해 저자와 독자 간의 소통을 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단기 전역 간부들은 보통 취직에 필요한 스펙 공부를 많이 하는데

나는 막연히 기타치고, 책 읽고, 운동하고, 음악 듣고... 그게 루틴이자 일상의 전부였다



뭔가 엄청 치열하게 자기개발을 하진 않았지만

후회 없이 밀도있게 나만의 시간을 가진 것 같다


이 카페를 자주 오가던 시기에

내 첫 발매곡인 'Last Spring'과 '지난날의 따스함'도 썼다

두 곡 다 만나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미어지는 마음에

새벽을 뒤척이다 쓴 곡들이다


-



3. Hold Your Hand Again

2021년 5월 작곡


말년 중위 때 나는

주기적으로 가던 통영으로 휴가를 떠났다

전역 직전, 나름 안정적인 생활 패턴에 적응 했고

모아둔 둔도 적당히 있었고

군생활은 거의 끝나갈 때

편한 마음으로 여행을 오니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1년도 넘게 헤어져있던 전 여자친구 생각이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헤어진 여자친구와 이 곳에서 보낸 추억이 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한 번 헤어지면 끝이라는 생각에 절대 다시 연락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 난,

전진희 -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

강아솔 - 아름다웠지

강아솔 - 그대에게



이 세 노래에 단단히 꽂혀 여행 내내 무한 반복해서 들었다

참 신기했던게, 듣다가 전율을 느끼는 음악이라 해도

몇번 이상 들으면 첫 감동이 사라지기 마련인데

당시 이 노래들은 들어도 들어도 처음 느낀 감동이 계속 느껴지는 경험을 했다

또한 시와 음악이 여행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마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감성이 최고로 높았던 시기였을 것이다

그러다 자정 쯤 안부만 묻는다는 목적으로


전 여자친구한테 카 톡 을 보 내 고 야 말 았 다


안부는 무슨,

우리는 아침 해가 뜨기까지 카톡을 하고 전화를 했다

1년 넘게 헤어져 있었는데 어떻게 다시 이렇게 연락할 수 있는 지 신기했다



나는 휴가 복귀 전 한 번 만나자고 했고

우리는 진짜 다시 만났다


나는 감정에 이끌려 그녀에게 무작정 연락했던 것처럼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아버렸다


그런데 그 손이 낯설고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연애 초반 손을 잡았을 때 가슴이 터질듯한 설렘이 느껴지는 동시에

그 손을 꼭 잡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익숙한 추억들이 떠올랐다


상반되는 두 느낌이 동시에 다가왔고,

그녀를 좋아했던 기억, 미워했던 기억, 그리워했던 기억 등 여러가지 기억들이 동시에 만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폭발했다



사람들이 보든 말든 길거리에서 눈물을 주륵 주륵 쏟았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울었던 것 같다 ㅎ

(지금까지 진상 전남친의 이야기였습니다)



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을 떠올리며 기록한 곡이 바로 Hold Your Hand Again이다



-


3. 가을에 꿈을 꾸다

2021년 11월 작곡


전역 후 나는 막연하게 음악을 해보겠다며 싱글 음원들도 발매하고

연습도 열심히 하였지만

얻어지는 것들이 별로 없었고, 특히 금적적인 수입이 없으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부모님과 마찰이 있어 졸업한 대학교 앞에 작은 원룸을 구해서 살았다

이때는 숨만 쉬어도 돈이 빠져나갔다



음악을 본업으로 하더라도 돈은 벌어야 했기에

대학교에 있는 계약직 공고문이 올라올 때마다 지원했으나

지원하는 족족 떨어졌으며

당장 음악으로도 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마음은 항상 불안하고 조급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날씨가 너무 좋아

집 근처에 있는 대학교 호숫가에 가서 연습을 하다

해질녘까지 기타를 치다 작곡했던 곡이다

정말 가을이 짙게 묻어나온 곡이라 생각하며,

당장 가진 것은 없었지만

충분히 희망과 용기를 가져도 되는 시기였기에

'가을에 꿈을 꾸다'로 제목을 정했다



-


4. 나를 마주볼 때

2021년 11월 작곡


모교 앞 작은 원룸에서 살고있던 어느 날

출신 학교 선배인 기타리스트 형님이 내 집에 놀러왔다



실력도, 명성도 있으며 늘 바쁘게 사는 형이었는데

형은 지금의 내가 자유로워 보인다며 오히려 부럽다고 했다

형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야 시간 많고 돈도 있을 때 놀아, 나중 되면 너 의지와 상관없이 엄청 바빠질걸?'



처음에는 내가 무슨 능력으로 바빠지냐며 반신반의 했지만

진짜 이 시기가 아니면 언제 마음 편하게 놀아보냐 싶어

당장 제주도로 떠났다

11월의 제주도, 제법 선선하면서도 쌀쌀했다

나는 청명한 하늘과 푸른 바다들을 보며 걷고, 걷고 또 걸었다



밤이 되어 숙소로 걸어 돌아가는 길,

지난 나의 삶을 돌아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딜 가나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

내 중심적으로 얘기하고

은근히 자랑하던 내 모습들이 떠올랐다



도대체 내가 뭐라고,

얼마나 대단하게 뭘 했다고

그렇게 우쭐대고 다녔을까?



가뜩이나 자존감이 낮아져있던 때라,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부끄러운 심정이었다

하고 있던 SNS들도 전부 지우고

이제부터라도 조용히 살아야 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의기소침 해진 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여행에 가져갔던 기타를 꺼냈다

그 때 연주했던 선율이 바로

'나를 마주볼 때'였다

아주 단순했던 그 선율이

'괜찮아 그럴 수 있지'

라며 나를 다독여주는 것 같았다



그게 꼭,

문장으로서의 위로가 아니라

나에 대해 굉장히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다 포용해주며 괜찮다고 해주는 느낌이었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 나이기 때문에

내 스스로가 나를 위로해줄 수 있구나

라는 것을 느낀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래서 제목을 '나를 마주볼 때'로 지었다


-


5. 푸른밤

2021년 11월 작곡


'나를 마주볼 때'를 작곡한 그 다음주에 쓴 곡이다


제주도 북쪽에만 있다가,

처음으로 남쪽에 있는 서귀포를 가보았다

서귀포는 더욱 자연과 가까웠으며

아침에는 햇살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웠고

노을은 가슴까지 따뜻하게 해주었다

밤에는 숙소에서 나와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무수한 별들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날 나는 별똥별을 3번이나 보았다

그 푸른밤을 생각하며 떠오른 멜로디가 바로

'푸른밤'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별처럼 푸르게 빛나고 있는 수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곡이 되기를 바란다


-



6. 310호

2022년 1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310호의 의미



혼자 살아보겠다고

졸업한 대학교 앞에 살던 작은 원룸이 바로 310호였다


내 인생 처음으로

학생도 아니고 직업도 없고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았던 시기이다 (한마디로 백수)



음악으로는 이루어지는 것도 없고

지원하는 계약직마저 다 탈락하니

불안하고 조급해질 때가 자주 있었다


학교는 한참 코로나 시기라 썰렁했다

과거 학생 땐 동생들한테 인기도 많고

무엇을 하든 성공할 것 같은 멋진 형, 오빠였던 것 같은데

지금 이렇게 아무것도 없이 다시 학교 앞에 돌아와 이 좁은 방에 살고 있는

내 모습이 과거와 대조되어 더 처량했다


또 나를 품어주는 듯 했던 학교가

나를 받아주지 않고 외면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게다가 바닥에 난방도 잘 들어오지 않고 추웠던 방이어서

더 쓸쓸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가장 외롭고 힘든 이 시기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주었다



친한 형, 친구, 동생들이 많이 놀러왔었고

타지에 살고있는 내 친형은 거의 격주로 주말마다 와서 자고 갔다

형이 우리 집에서 자면

형은 내 침대에서 자고 나는 침대보다 좁은 바닥에서 잤지만

그래도 온기가 있어 좋았던 기억이 있다


아주 단기간이었지만,

계약기간이 끝나서 방을 빼는데

어딘가 가슴이 쓰라리게 아렸다


그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고

나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지만



유일하게 내게 자리를 내어주고

누울 곳을 허락 해주던 곳이라서,

주변 사람들의 온기를 담아주던 곳이라서,

아주 많은 추억을 남겨준 곳이어서 그랬을까?

방을 빼고 나니

아리는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이사하는데 물건을 두 번이나 빼먹고 와서

물건을 되찾으러 새벽에 두 번이나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 갔다

그리고 두 번 모두 아리는 가슴으로

추억을 회상하고 돌아섰다



물건을 두 번이나 빼먹은 건 진짜 고의가 아니었다

아마, 310호도 내가 떠나는 게 많이 아쉬웠나보다


짧았지만 길었던, 추웠지만 따뜻했던 310호에서의 추억과

방을 뺄 때의 쓰라린 감정을 떠올리며 쓴 곡이 바로

310호다


-



7. 엄마에겐 항상 미안한 마음

2022년 4월 작곡


당시에도 백수였던 나는

본가로 돌아가 녹음 장비들을 사고

집에서 자주 녹음을 했다


녹음을 할 땐 집중을 평소보다 많이 하는데

녹음 도중 소음이 나면 잘 녹음 되던 소스도 날려야했기 때문에, 굉장히 예민했다

가끔은 내가 녹음을 하는지 모르고 부엌에서 소음을 내는 어머니한테

괜히 짜증 섞인 목소리로 조용히 해달라고 하고는 했다


어느 날 나는 어머니한테 나갈 일이 있다고 했고,

나갈 시간이 다 되도록 계속 방에서 연습만 했다

어머니는 내가 녹음 하는 줄 알고

내가 나가기 전 해야할 일을 조심조심, 조용히 대신 해주셨다


연습이 끝나고 나와서

내 일을 대신 해주신 어머니한테 감사하다고 해도 모자를 판에

내가 애도 아니고, 왜 부탁하지도 않은 걸 하냐며 버럭 화를 내며 집을 나갔다

사실 나는 어머니한테 화가 났던 게 아니었다



그냥 내가 너무 한심해서,

뭐하나 제대로 갖춘 것 없고

뭐하나 제대로 하는 거 없는 난데

이런 상황에서 사소한 일까지

어머니의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내 스스로에게 화가 났던 것이었다




아무 잘못 없는 어머니한테 화를 내고나니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나는 그날 바로 사과를 했지만

가시지 않는 미안한 마음으로 작곡 한 곡이 바로

'엄마에겐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이 곡을 작곡하고 바로 몇 주 뒤에

어머니는 뇌경색 증상으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어머니의 간병을 하며

수차례 주삿바늘을 꼽는 어머니를 옆에서 지켜보고

집에 돌아와 내가 녹음한 이 곡을 들으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곤 했다



우리는 왜 소중한 사람일 수록 미안할 일이 많을까?

이 곡을 듣는 이들은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더 후회없이 사랑했으면 좋겠다


-


8. Lovely Plum

2022년 9월 작곡


Lovely Plum은 '사랑스러운 자두'라는 뜻이다

Hold Your Hand Again에서 언급된 그녀가 바로 자두다ㅎ

왜 자두냐?


            얼굴이 자두처럼 둥글둥글하다          

            턱끝이 살짝 뾰족한 디테일까지 자두같다          

            김천은 자두가 유명한데 그녀의 고향이 김천이다          

            부모님이 진짜 자두 농장을 하신다          

            달콤하고 쌉쌀한 맛이 마치 그녀의 성격같다          

대전 갑천


달콤 쌉쌀 귀여운 자두와 함께

밤에 강변을 걷던 시간을 떠올리며 쓴 곡이다

그리고 그 자두가 바로..!!! (자두둥장)


Strings Arranged by 유민정


이번 앨범의 스트링 편곡을 해주신 작곡가님이다!!!


-


9. 여름 걸음

2022년 6월 작곡


한참 음악학원에 출강할 때 쓴 곡이다

레슨실에서 학생을 기다리며 기타를 치다가 자연스럽게 완성했다


이 곡을 들으면,

자주 걸어다니던 그 해 여름이 생각 나 ‘여름 걸음’이라 제목을 정했다


곡의 엔딩은 아쉬운 듯 여운을 주려고 의도했고, 앞으로도 계속 나의 걸음이 이어질 것을 의미한다


-


마치며

제가 음악을 하는 이유에 사실 대단한 포부는 없습니다


그저 음악이 제 삶을 나타내는 언어가 되어, 누군가 제 이야기에 깊이 공감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곡 길이가 대부분 짧지만 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은 첫 정규앨범이며, 부담없이 언제나 찾고싶은 앨범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제게 관심과 응원을 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