ما هو دورك في هذا العالم؟
9시 10분 즈음이었나?
수업이 시작된 지 30분이 넘어 살짝 지루해진 그 시간,
교수님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ما هو دورك في هذا العالم؟"
ما(무엇) + دور(역할) + ك(너의) + في(~에서) + هذا(이)
+ العالم(세상) + ?
= 이 세상에서 너의 역할은 뭐야?
다른 친구들의 대답을 들으며 생각했다.
그러게. 이 세상에서 나의 역할은 뭘까.
역할이라는 단어를 설명하기 위한 단순한 예시 문장이었으나, 이 질문은 봉인되어 있던 나의 철학적 감성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생각거리에 설레었다.
교수님께는 죄송하지만 잠시 귀를 닫아두고 사색에 잠겨보는 낭만을 즐겨보겠다.
역할,
특정한 공간에서 '미션'을 부여받은 상태
수업 중이라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어 나만의 정의를 만든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학생이다.
'아오, 진부해'라며 스스로를 나무라던 순간
아니나 다를까 어디선가 같은 대답이 들려왔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지식과 사회성을 키우는 미션을 부여받은 상태.
초등학교에 입학한 여덟 살부터 스물셋 지금까지 쭉 유지해 온 기나긴 역할이다.
15년간 회원가입 직업란에 당당히 기입해 온 것으로 보아 의심의 여지없이 확실하다!
하지만, 이 역할에겐 무시무시한 단점이 있다.
언제 빼앗길지 모르는 불안감을 동반한다는 것.
그 위기는 19살 대학입학을 준비하며 한번 찾아왔고,
약 2년 후 대학졸업을 앞두고 또 한 번 찾아올 예정이다.
곧 끝날 학생이라는 역할은 이 세상 속 나의 역할이 아니다.
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의 역할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듯,
이 세상에 내가 존재하는 한 아직은 알 수 없는 '그' 역할이 쭉 이어졌으면 하기 때문이다.
눈동자를 굴려 반을 쓱 둘러보니 학생 50%가 무슬림이다.
무슬림은 알라(하나님)만이 유일한 신이라고 믿는 이슬람교도를 뜻한다.
내친김에 질문에 대한 답을 종교에서 찾아보기로 한다.
'하나님을 섬기고, 하나님을 이해하고, 하나님에게 온전히 헌신하기 위함'
이슬람은 인간이 창조된 목적을 이렇게 설명한다.
나에겐 한번 읽고 두 번 읽어도 여전히 모호한 듯 느껴지지만
그들에겐 하나님을 섬길 수 있는, 이해할 수 있는, 온전히 헌신할 수 있는 아주 명확한 방법이 있다.
'신앙고백, 기도, 금식, 자선, 성지순례'
위 다섯 가지는 무슬림의 5대 의무다.
신앙고백을 통해 무슬림이 되고, 하루 다섯 번 기도하고, 일 년에 한 달 라마단이란 금식기간을 지내고, 기부를 통해 자선을 베풀며, 메카로의 성지순례를 다녀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명쾌한가! 무슬림은 위 의무들을 통해 하나님을 숭배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것이다!
역할이 있는 삶이란...
이 교실에 앉아 여기저기 머리속을 헤매는 지금, 무슬림 친구들이 새삼 부럽다.
그러나 수명이 길고 단단한 역할인만큼 엄청난 조건이 존재한다는 걸 아는가?
그 이름은,
믿음..!
.....
멍 때리며,
물을 마시며,
쉬는 시간 꺼진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교과서 속 빈칸을 채우며 틈틈이 생각하다 보니
11시 15분이다.
수업은 끝나가는데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찌어찌 이 세상 속 나의 역할을 찾아봐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언젠간 없어지거나, 타인에 의해 박탈당할 수 있는 그런 역할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 삶을 지탱해 줄 나의 역할을.
모든 역할을 잃은 그 순간을 맞닥뜨리더라도 '아 맞다' 정신 차리고 이 세상에서 내가 해야 할 '미션'이 있음을 되뇌일 수 있도록.
여전히 실마리조차 잡지 못한 나의 역할을 고민하다 오늘의 수업이 끝나버렸다.
이제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생각을 넘긴다.
이 세상에서 당신의 역할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