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17년에 흉선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에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 부모님도 걱정이었지만 내가 사랑하는 아내와 그리고 아들이 제일 걱정이 됐다. 혹시나 잘못된다면 다시 볼 수가 없을 텐데. 아빠가 없다는 걸 아들이 크면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하나 걱정이 됐다.
아들의 가장 친한 친구 아버지이자 같은 길을 걷던 후배, 그리고 아내와 친한 동생의 남편, 그가 많이 힘든 얼굴로 세상을 떠났다.
가끔 술을 한잔 하면서 했었던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경험한 흉선암 수술을 하면서 죽는다면 제일 걱정되는 게 나의 가족이었다고 그도 그때는 많은 공감을 했었다.
그리고 그가 어울려 지내던 후배 한 친구가 군 복무 중에 스스로 머리에 총을 쏴서 자살을 했었다. 그는 그들의 아이와 시간을 보내주고 잘 챙겨주려 노력했었다. 그리고 죽음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었다.
뭐가 그렇게 그를 힘들게 했을까. 그의 아내와의 갈등을 이야기했었다. 가족문제라 적극적인 개입과 충고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을 했고 아이들을 봐서 이혼만큼은 반대한다고 얘기했었다. 그가 죽음을 선택할 거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하늘에 갔다. 시간이 흘러도 그의 죽음이 실감 나지 않고 믿기지 않지만 그는 없다. 언제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고 안쓰럽고 불쌍하기만 하다. 내 기억에도 지워졌으면 할 때가 있다. 나중에 아이들이 크면 교통사고가 아니었음을 알게 될 텐데 아빠 없이 지낸 시간만큼 배신감이 더 클 것 같았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아이들에게는 누구보다 더 잘했으며 많은 사랑을 줬고
아내에게는 어떤 누구와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자상했다.
나와는 절대 일찍 죽지는 않겠다고 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계속 그립고 보고 싶다.
그의 가족들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벌써 잊었나 하는 서운한 생각이 들 만큼 잘 지내고 있다. 내 기준에 잘 지낸다고 생각을 하는 거지 그들의 바뀐 삶을 나는 잘 모른다. 직접 겪은 슬픔이 아니기에 그 슬픔의 크기를 판단할 수 없지만 그가 준 사랑에 비하면 너무 일찍 지워졌나 싶다.
그냥 그가 편하게 쉬었으면 한다. 나와 우리 가족에게는 너무 큰 사랑을 줬다. 감사한 마음을 다시 갚을 수 없어서 많이 아쉽다. 그가 선택할 길이기에 최선을 다해 이해하려고 한다. 다만 마지막 얼굴이 너무 힘들고 지쳐 보여서 잊히지가 않고 그를 떠올리면 웃던 얼굴은 생각이 나지 않고 길게 나온 혀와 다 감지 못한 눈을 마주쳤던 기억만 있다. 그리고 그는 많이 차가웠다.
시간이 지나면 차차 지워져 가고 기억으로만 남을 것이다. 그가 뿜어내던 에너지와 따뜻한 손길 등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더 단단해졌다. 절대 가족들을 두고 저렇게 무책임하게 떠나지 않겠다고.
내가 지킬 수 있는 한 우리 가족들만큼을 잘 지켜주고 행복한 삶을 보내겠다고.
그래도 그를 많이 존중하고 그리워한다.
빨리 잊혀졌으면 좋겠고 또 잊혀지지 않으면 좋겠다. 어떤 게 그를 추모하고 그리워하는 게 맞는 건지. 그냥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