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민석 Feb 08. 2024

예습이냐 복습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학교 다니며 수없이 들었던 말. “예습과 복습만 철저히 하면 누구나 공부를 잘할 수 있다.”라는 말일 것이다. 누구나 이 말의 중요성과 의미를 잘 알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잘 지키진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니까. 필자도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를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위의 말은 진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진리가 개개인에게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 역시 진리다. 그래서 필자는 위의 말을 살짝 비틀어서 아이들에게 제안을 한다. “ 얘들아. 솔직히 예습과 복습을 잘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 않니?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것, 아니 무척 어렵다는 것도 알고 말이야. 물론, 공부가 쉽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부를 해야 하고, 게다가 잘하고 싶다면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 예습과 복습 둘 중에 하나만 하자는 거지. 어때?” 아이들은 삐죽삐죽하면서 그나마 둘 중 하나라니 뭐 괜찮다는 듯이 끄덕인다. 그렇다면, 둘 중에 뭘 해야 할까? 

"박철범의 라스트 공부기술"(박철범 지음. 다산에듀.2011년) 에서 저자 박철범씨는 선생님의 수업 스타일에 따라 예습을 할지, 복습을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필자는 반만 동의한다. 일견 맞는 말이지만, 과목의 성격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여기서는 수학에 대한 내 생각만 이야기할 것이다. 다른 과목에 관한 얘기는 따로 전반적인 공부 이야기를 할 때 이야기할 것이다. 


내 생각에 수학에 있어서 예습과 복습 중에 굳이 하나를 선택하자면 절대적으로 복습이다. 과거 필자가 학창 시절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그때는 사교육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으므로, 혼자 공부해야만 했다. 예습을 하고자 수학 교과서 또는 참고서를 펴도, 새로운 단원 즉, 아직 배우지 않은 내용에 관한 예습을 하는 것은 완전히 맨땅에 헤딩이 된다. 새로운 기호라도 등장하면 간단히 소개된 내용만으로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요즘엔 여러 책들이 워낙 잘 만들어졌으니 어떻게든 집중해서 이해했다고 쳐도, 솔직히 시간이 너무 많이 소모되는 상황이다. 누군가가 설명을 해줘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공부에 있어서 왕도는 없지만, 효율이라는 것은 분명히 존재하는 데, 그 효율이 무척 떨어지게 된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예습을 통해 익힌 후에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그에 따른 복습을 한다면, 최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겠지만, 이는 논외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분명히 복습을 선택하는 것이 수학에 있어서는 옳다는 주장이다.


우선, 예습 없이 수학수업을 들을 때, 새로운 단원에 대한 이론수업이라면 당연히 집중해야 됨을 인식할 것이다. 집중하지 않고 새 단원의 이론수업을 듣는다면, 뭐 그 이후는 말할 가치도 없다. 어쨌든 집중해서 들었다고 가정하면, 그 내용을 본인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할 텐데, 그게 복습이라는 말이다. 혹시, 복습이라는 게 매우 거창하거나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앞서 언급한 노트필기가 바로 중요하면서도 매우 실천하기 쉬운 복습법이 된다. 수업시간에 들은 내용을 다시 한번 내 손으로 정리해서 필기하는 것. 이보다 좋은 복습이 또 있겠나? 그리고 하나 더, 바로 과제를 하는 것이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겠지만, 수학 수업에는 반드시 과제가 따라다닌다. 학교수업에서는 과제를 안 내주는 경우도 가끔 있겠지만, 학원이나 과외 수업에서는 매 시간 과제가 나온다. 혹시 혼자 공부하는 학생이 있다면, 문제집 하나를 지정하고, 학교 진도에 따라 해당 분량을 푸는 것을 스스로 과제라 생각할 수도 있다. 이 과제가 바로 복습이 된다. 거의 모든 수학 선생님들의 과제가 배운 부분에 대한 문제풀이가 될 것이다. 배우지 않은 부분에 대한 문제풀이를 내주는 경우는 방학 때 다음 학기의 내용을 공부해 오라는 등의 특수한 경우 외에는 거의 없다. 그러니, 수업에서 이론 배우고, 혼자 공부하는 시간에 노트 정리하고, 해당 과제 풀면 거의 완벽한 복습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자,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가? 그동안 학생 여러분이 늘 해왔던 과제가 바로 복습인 것이다. 거기에 노트필기만 더했을 뿐이다.


단, 여기에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이 있다. 노트필기와 과제를 반드시 배운 날 또는 다음 날 이내에 완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필자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항상 강조하는 내용인데, 이유는 이렇다. 학생들의 경우, 하루에 6~7교시의 수업을 받는다. 사교육까지 더하면 더 될 것이고, 주요 과목만 따져도 하루 평균 3~4과목은 듣게 된다. 아무리 집중을 해서 수업을 들어도 그 기억이 오래갈 리 없다. 곧 잊게 된다는 말이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아 보통의 경우, 하루가 지나면 30% 정도가 날아가고, 또 하루가 지나면 30% 정도만 남는다. 시간이 더 지나면 더 날아가고. 그러다 보니, 실제 상황에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금요일에 수학수업을 듣고, 숙제가 있었는데, 화요일에 들었다. 그래서 주말에 놀고 월요일에 노트필기와 숙제를 하려고 하는데, 수업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결국 노트필기는 연습장에 쓴 내용 베끼는 정도로 마무리했는데(30분), 문제풀이 숙제에서 많이 막힌다. 30문제 정도가 숙제인데, 평소 같으면 1시간도 안 걸릴 것을 벌써 2시간째 끙끙거린다. 결국 몇 문제는 못 풀고 해답지 보고서야 해결했다.


자, 만일 이 과정을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에 했다면, 노트필기 15분, 문제풀이 50분 정도면 다 마무리했을 것이다. 시간이 거의 2배나 소모되고, 그 효과도 그다지 좋지 않게 된다. 결국, 공부를 하긴 했는데, 시간은 2배 소모되고, 효과는 절반인, 그런 비효율적인 공부를 하게 되니, 얼마나 안타까운가? 더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하는 학생은 스스로가 비효율적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이다. 결국 이 학생은 한 참 뒤에야 그동안 굉장히 비효율적인 공부를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앞서 “(4) 수학공부를 위한 준비는 교재와 연습장부터...”에서 언급했던 A, B 학생의 예처럼 이 학생은 아무리 공부해도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학생을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게 된다. 그날그날 복습하는 습관이 엄청나게 중요함을 알려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착각하지 말아야 할 부분도 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학생들이 이런 질문을 해왔다. “선생님.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설명해 주시고, 바로바로 문제 풀면 대부분 잘 풀리는데, 집에 가서 며칠 있다가 과제하려면 잘 안 돼요. 짜증 나요. 왜 그러죠?” 그러면 나는 반문한다. “노트필기는 잘하고 있니?” 그 학생은 우물쭈물한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해가 잘 된다. 그건 학생들이 이해가 잘 되도록 선생님이 최대한 노력해서 설명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이해되도록 설명하는데, 그게 이해가 안 된다면, 선생님이나 학생 둘 중에 하나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물론, 공부를 하고자 하는 학생에 대한 얘기다. 중간중간에 이해가 잘 안 되면 질문도 하고, 그 질문에 응답하고, 이러다 보면 자연스레 이해가 되는데, 문제는 학생들의 생각이다. 이해가 되었으니, 다 알겠다는 생각.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수업시간에 이해가 되었다고 해서 그 지식이 완전히 학생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데, 그게 노트필기이고, 문제풀이인 것이다. 그런데, 노트필기를 생략하고, 이해되었다는 믿음만 가지고, 며칠 후에 문제를 풀려면, 그 이해되었던 지식이 남아있을 리 없다. 그러니 안 풀리는 것이다. 학생은 갸우뚱하게 된다. 분명히 며칠 전 수업에선 잘 알아들었었는데 왜 지금은 안 될까? 하고. 수업을 받았다고 해서 공부를 다 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수업은 선생님이 하는 것이고, 그걸 받은 학생이 스스로 해야 하는 게 공부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만일 수업을 받는 행위가 공부라면, 수업만 많이 받으면 누구나 공부를 잘해야 할 텐데,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결국 정리하자면, 수학공부는 그날그날 노트필기와 문제풀이를 통한 복습을 하라는 것. 그리고 시간엄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https://tong-math.tistory.com/53



작가의 이전글 수학의 노트필기 방법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