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강사와 회원으로 처음 만나 7월에 차를 바꾼 후 상간녀 집주소가 찍힌 기록 한번.
9월부터 시작된 그들의 개인적인 연락.
처음엔 회원과 강사 사이로 연락한 흔적들이었지만 다른 회원들보다 연락 빈도수가 높았고, 다른 회원과 함께 하는 술자리에 오란말도 다수 포함.
내 입장에선 이것들 모두가 썸의 단계라고 말할 수 있지만 판사님의 입장에선 정확한 불륜단계가 아니기에 인정을 안 해 줄 수도 있다.
바람 정황을 알고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차디찬 겨울이었었는데 어느덧 곳곳에서는 따뜻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에게 24년 봄이 다가와주긴 할까?
ep 17. 35살의 남자아이
답변서를 받고 바로 반박문을 작성해야지 마음먹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와 면역력이 한 번에
떨어진 건지 몸이 아팠다.
변호사님은 아직 법원 기일이 안 잡혔기 때문에 충분히 생각해 보고 반박문을 써서 제출해도 된다고 하셨다.
답변서에는 분명 아내와 아이에게 다정다감한 사람이었다라고 쓰여 있지만, 남편은 1월 말 집을 나갔고 나간 지 두 달이 되어가지만 딸아이를 보러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중간에 두 번 아이 어린이집에 갔을 때 짐을 가지러 온 게 전부.
정말 아이에게 다정다감하고 잘해줬던 아빠라면 아이가 보고 싶어서라도 찾아왔을 텐데 영상통화도 한 2-3번이 다였다.
본인이 그 여자와 없을 때 심심한 시간 대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도 이제 아는 건지 아빠가 영상통화가 와도 화면은 보지 않고 장난감만 가지고 논다.
친정엄마나, 아이 삼촌과 통화할 때랑은 확실히 다른 반응. 그걸 느낀 나는 가슴 한편이 조금 시렸다.
원래도 잘 못 보는 아빠였는데 이제는 얼굴도 잘 안 보이고 집에도 없으니 아이 스스로 아빠는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하는걸 느끼는 거 같아 울컥했다.
2월 말인 어느 날 그 사람은 짐을 가지러 온다며 집을 방문했고, 팔만 한 게 없냐며 자기 결혼반지를 달라고 했다. 본인이 11월경 생활비 못주니 결혼반지도 다 팔라고 이야기해서 나는 그 즉시 반지를 팔았었다. 다이아라 금액이 많이 나오지도 않았어서 팔고 생활비로 사용했었는데 이제 와서 자기 반지를 내놓으라니 너무 웃겼다. 팔았다고 하니 이 집에 있는 가전도 같이 한 거니까 다 팔라고 했다.
정말.. 너무나도 충동적이고, 아이 같고, 이기적인 다시 봐도 인간쓰레기였다.
그리고 양육비 얘기를 하던 중 격양돼서 또다시 물건을 날 향해 집어 들다가 홈카메라를 발견하고는 욕을 하며 카메라 선을 뽑았다.
그리고는 자기 버릴 신발들을 현관 밖에 중구난방으로 던진 채 사라졌다.
어쩌면 사람이.. 상식밖의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정말 그냥 성인 남자가 아니라 떼쓰고 고집부리는 5-6살의 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옆집분들도 있고 엘리베이터 타고 왔다 갔다 택배기사, 배달기사들도 있을 텐데 창피해서 내가 정리해 내다 버렸다.
마음 같아선 지금 그 여자가 들락거리는 집 앞에 버리고 오고 싶었지만 같은 사람이 되기 싫어 참았다.
지금까지 나는 이혼이야기를 하며 단 한 번도 눈물을 보인적이 없는데 그날은 갑자기 혼자 방안에 들어오니 어느새 내가 아이처럼 소리를 내며 엉엉 울고 있었다.
오히려 소리 내어 울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안정이 되었다.
그렇게 울다가 문득 선 뽑힌 카메라가 생각났다.
나에게 물건을 던지려 하고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빼러 오던 그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이로써 증거 하나가 더 확보되었다는 사실에 나는 또 안도하며 그 인간의 답변서에 대한 반박문을 쓰려한다.
내가 얼마나 많은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는 감히 네가 상상도 못 할 거야.
빠져나올 수도 더 이상 이야기 할 수도 없게 만들어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