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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금구렁이 Feb 02. 2024

남편 내놓습니다. 3화


나는 정이 많은 사람이다.

사회생활도 문제없이 잘하는 편이었고, 사람 사귀는 걸 좋아했다.  일하는 곳에 환자들에게도 인정받았고 원장님과 상사들에게도 사랑받으며 직장 생활을

했다.

정들었던 부산 생활을 끝내고 수원으로 올라오던 날.. 내 의지로 그만둬야 했던 게 아니기에, 갑자기 사람들과 헤어져야 했기에 차 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ep 3. 수원에서의 새로운 시작


화성시의 한 골프장에 프로로 들어가 일을 하게 된 남자친구 때문에 그 근처로 집을 구하려 했지만 운전면허가 없었던 나는 역세권을 선호했고, 서로 타협하에 수원에 투룸을 구했다.

나도 퇴직금을 받으면서 한두 달 정도 재정비 시간을 갖고 수원에 있는 한의원 데스크에 바로 취업을 했다.

부산에서 조금 이름이 있었던 한의원에서 근무했던 터라 다음 취업이 비교적 쉬웠다.

나는 수원에 와서도 새로운 사람들에 빠르게 적응하며 직장 생활을 했다.


하지만 수원에 와서도 남자친구의 술 문제는 계속되었다. 사람마다 스트레스는 다 다를 수 있고, 돈 문제로 받는 스트레스는 누구나 다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경제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남들보다 더 큰 듯했다. 늘 레슨 회원과 안 맞을 때마다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거 같다는 말과 자기 성격 때문에 살갑게 하지 못할 거 같다는 말을 했다.

나는 살아온 인생의 반 이상을 한 운동만 해 왔고, 그걸로 먹고살아야 하는 사람이 잘되려고 노력하고 있지 않는 거 같아 충고도 하고 다독이기도 했지만 충고에는 자기편을 들지 않는다며 화만 내고, 그렇다고 다독이기만 하면 발전하지 않는 남자친구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자친구의 가족들이 하는 말조차 그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누구도 그를 통제할 수 없었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인간은 바뀌지 않고, 고쳐쓸 수 없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어야 했다..


어느 날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나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내가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고 다그치자 순간 화가 나서 가게에 있는 가위로 자기 허벅지를 찍는 자해를 하기도 했다. 나는 너무 무서웠다.

부산에 있을 때부터 술을 마시고 화가 나게 되면 물건을 던진다던지 시비를 건다던지 하는 행동들에 무서움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날 이후 나는 그와 함께 술을 마시면 마음 한편이 불안 불안해서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을 꺼려했다.

그는 항상 일을 저지르고 나서 그다음 날 사과를 했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 한 번만 봐달라는 말을 했다.

나는 수십 번 봐줬는데도 안 고쳐지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이야기했지만 그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 믿어달라고 하면 믿어주면 되지 왜 자꾸 그전 이야기를 꺼내냐”라는 말..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듯이 저는 그의 고치려고 하지 않는 태도와 저를 생각하고 말하지 않는 날 선 말들에 상처를 하나씩 쌓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왜 헤어지지 못했을까..?


자꾸만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본 사람, 아버지의 마지막 전에 손을 잡고 아버지가 그에게 한 말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우리 가족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생각에 잘못을 하고 나를 아프게 해도 쉽게 헤어질 수가 없고 계속 그를 봐주게 되었다.


지인 중 몇몇은 내가 힘든 모습을 보고  결혼은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하였지만 나는 고민해 봐야겠다는 말과 동시에 저 사람을 내가 고쳐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금의 희망을 가지고 더 이해해볼까 생각하며 또 지나갔다.


그러던 중 나는 결혼 전 최후의 방법으로 예비부부 상담을 권했고, 그의 어머니도 아들의 상태를 알기에 그 방법도 괜찮다고 하며 가보라고 했다.

우리는 상담을 갔다.

남자친구는 이혼가정이기 이전에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낸 게 적었고, 아버지를 어려워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너무 많은 잔소리를 견디기 힘들어했다. 내가 잔소리를 하면 어머니가 하는 잔소리 같아 싫었던 것.

그리고 우리의 대화 방식이 너무 날 서 있었던 것.

우리는 상담 몇 번을 통해 서로 고치려고 노력했고, 남자친구도 자기가 잘못하고 있던 게 많았었다 이제 고쳐보겠다 잘하겠다. 자기의 문제를 알겠다라고 하며 고치려는 의지를 내 비쳤고, 나는 그 말에 이 사람이 그래도 성심이 나쁜 사람은 아니구나 하고는 그대로 결혼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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