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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금구렁이 Feb 02. 2024

남편 내놓습니다. 6화

아이는 여자 혼자 갖는 게 아니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가졌고, 육아도 같이 하는 것이다.

육아도 집안일도 혼자 다 하게 되면.. 나는 어느새 나 자신을 잃게 된다.



ep 6. 나는 무조건 이해해야만 하는 사람


전세 사기 피해는 지금 피해자 결정문을 받고, 대환대출을 실행하고 있지만 그 외 어떤 것도 진행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남편의 출근시간은 12~1시 사이, 더 늦게도 갈 수 있는 직업이었지만 11시 퇴근으로 아이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었다.

술을 좋아하는 게 아니고 술자리가 좋다는 남편은 여전히 술을 줄이진 못했고, 술을 먹고 새벽 늦게 집에 들어와 아침 10시까지 자다가 일어나서 밥을 먹고 씻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잠자리에 들고를 반복했다.


집안일은 온전히 내 몫이고 육아도 내 몫이다.

우리에게는 이게 당연한 일이었다.

어쩌다 반찬이 부족하면 “우리 집은 메인반찬이 없냐” 라며 핀잔을 주었다.

미처 양말 빨래를 못해서 자기가 신을 양말이 없었을 땐 “양말이 하나도 없냐”라며 짜증 섞인 말을 내뱉었다. 그때마다 우린 싸우게 되었다.

나의 주장은 반찬이 좀 부족할 때도 있다는 주장과 신을 양말이 없으면 그전에 당신이 직접 빨래를 돌려도 되지 않느냐 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언제 다양한 음식을 해줬냐, 난 일 하고 와서 피곤하다. 나가기 전엔 자야 한다 라며 플레이스테이션을 켜고 피파를 하는 모습뿐..


이때까지 해 준 음식들은 기억이 안 나나 보다.. 나는 억울했고, 밥을 차려주지 말까 생각도 했다.


어린이집을 아직 안 보냈을 때라 하루종일 육아도 해야 하는데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부남이고 애아빠면 술을 마시고 3~4시에 들어오거나 6시에 들어오는 건 좀 아니지 않냐고 말했을 땐

아기는 어차피 그 시간에 자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했다.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벽에 대고 이야기하거나 깡통로봇에게 혼잣말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모든 걸 다 이해해줘야 하는 감정 쓰레기통이 아닌데.. 본인 기분 나쁠 땐 이해하고 , 본인이 풀리면 나도 똑같이 풀려야 되는 그런 이상한 관계가 되고 있었다.



종종 나와 둘이 술을 먹자고 했지만 나는 싫었다.

매번 술 마신 후 끝이 안 좋게 싸움으로 끝났고, 다음날 아침 육아를 해야 하는 사람은 무조건 내가 되기에 피곤하고 힘들어서 거절을 하니 자꾸 다른 사람과 먹게 되는 거라고 했다.


나는 술이 들어가지 않은 맨 정신인 상태에서 대화를 하며 풀건 풀고 고칠 건 고치고, 미래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싶은데 남편은 맨 정신엔 심도 깊은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마음의 거리가 멀어져 가고 있었다.


나는 어디까지, 도대체 뭘 얼마만큼 더 이해를 해줬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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