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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금구렁이 Feb 03. 2024

남편 내놓습니다. 7화

좋은 감정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면 정말 걷잡을 수 없이 점점 정이 떨어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연애할 땐 그 남자만 싫어지지만, 결혼을 했을 땐 그 사람의 가족들까지도 싫어진다.




ep 6. 난 도대체 뭐에 씌였던 걸까


나는 남편과 연애할 때 아버님에게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아버님을 만나 뵐 일이 있어 남편과 함께 갔었고, 식사자리엔 아버님 어머님 외에 지인 분들도 함께 계셨다.

그런데 얘기 도중 나에게 아버님께서

 “너희 아버지가 무슨 암으로 가셨다했지?“

나는 순간 가슴속에 돌덩이가 무겁게 내려앉은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버지이야기만 나오면 가슴 한편이 아픈데 남들도 있는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어른이지만 내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에게 그때 좀 기분이 좋지 않았다라고 했지만 나쁜의 도로 한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나도 알지만.. 아버님을 마주할 땐 자꾸만 그날일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아이가 생겼다, 성별은 딸이다라고 알려드렸을 때에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반응에 상처를 받곤 했지만 성격이 그러시니 그러려니 했다.


코로나시기 본 결혼식 전에 거제에 내려가 전통혼례로 결혼식을 하고 본 결혼식을 또 한 것에 대해서도 그러려니 했는데, 아이 돌잔치를 한다고 하니 돌잔치하기 전에 거제도에 내려와서 식사자리를 갖자는 아버님의 말을 남편에게 전해 듣는데 화가 치밀었다.


결혼식까지는 그렇다 쳐도 아기를 데리고 차로 장거리를.. 돌잔치 전에는 엄마아빠도 몸 사리는데 그 먼 곳을 아이랑 왔다가라는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갔다.

식사자리 갖는 거면 돌잔치하고 나서 내려가도 되지 않냐고 한마디 했다가 우리 아버지를 무시하는거냐며 남편과 또 싸웠다.


남편의 친 어머니에게도 이야기를 해 봤지만.. 내 마음을 헤아려주진 않으셨다.


남편이 싫어지니 이런 행동을 하시는 시부모님들도 점점 싫어졌다.


내가 부모님에 관해 입을 대면 나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주긴커녕 부모님에 관해 안 좋게 이야기하지 말라는 남편이 야속했지만 그런 기분이 든들 어쩌겠나..


우리 친정어머니도 남편이 친정어머니가 와 계시는데도 술을 먹고 늦게 들어온다던지, 집안일을 돕지 않는다던지 여러 일들로 남편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는데 시댁의 이런 일들 때문에 점점 이해하지 못하고 계셨는데 친정엄마가 극대노 하는 사건이 터졌다.




거제에서 전통결혼식을 하고 아버지 회사 리스

차량을 받아왔는데 차 값 보험비 포함 월 150 정도를 현금으로 내야 했다. 남편 직업은 비수기엔 돈을 정말 못 벌 때도 있는데 우리는 차 값 나가는 날이 다가오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싸우기 일쑤였다.

어찌어찌 리스가 끝나고 차를 바꿀려는데 나는 당연히 아이도 있고 가정을 위해서는 원래 타던 차보다 눈을 낮추고 차 값을 줄이는 쪽으로 갈 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은 기존 차를 타다가 낮출려니 낮출 수가 없다며 오히려 그거보다 한 단계 높은걸 고집했고 금액은 기존보다 조금 더 나갔다.

기존  차 값 낼 때도 현금 나가는 거라 허덕였던 터라 나는 저렇게 말하는 남편이 한심했다.


하지만 남편은 고집을 꺾지 않았고, 자기 가족들에게 차를 바꾸기 위해 돈을 좀 빌려달라고 했는데 가족들이 안된다고 하자 친정어머니에게 돈을 좀 빌릴 수 없냐며 물어보라고 했다.

나는 기가 찼다. 돈을 맡겨놓은 사람처럼 물어보라고 하길래 싫다고 했더니 화를 냈다.

차 문제로 고집을 계속 부리고 너무 싸워서 나는 아기와 함께 친정으로 갔고, 결국 다른 걸로 바꾸기로 했다며 우릴 데리러 왔는데 차를 못 바꿔 스트레스받는다며 로또 10만 원어치를 사 와 친정엄마와 저녁 먹는 밥상머리 앞에서 로또 10만 원어치를 전부 확인했다.

나는 한소리 하고 싶었는데 친정엄마가 참고 아무 소리 하지 않아서 나도 가만있어봤다.

눈치 없는 남편은 확인을 다 하고 국물을 두 숟가락 떠먹더니 “여기 치킨 잘하는데 없어요?”라고 했다.


나는 순간 욕이 나올 뻔했다. 우리 아빠가 살아계셔서 같이 앉아계셨어도 저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무시받는 느낌과 함께 서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친정엄마는 한번 찾아보라며 요새 안 시켜 먹어서 모른다고 답하길래 나중에 물어봤다.

왜 그렇게 한 거냐고! 화 안나냐고!

그랬더니 친정어머니도 쥐어박고 싶었지만 참은 거라고 하셨다.


친정어머니도 남편을 점점 놓고 계시다가 그 일 이후 해탈 하신 거 같았다.

나 또한 그랬다. 정이 떨어졌다.

뭐 하나 만족할만한 게 없었다.

술문제, 귀가문제, 가사를 돕는 문제와 육아문제, 대화방식, 인성..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었다.



내가 미쳤지.. 이 결혼.. 나는 도대체 뭐에 씌었던 걸까..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남편을 만나지 않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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