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혼을 했지만 어느 순간 남편과 함께 있는 공간, 시간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서로 예민해져 날 선 대화들이 오고 가고,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과 계속 이야기하자니 너무 답답했다.
그러던 중 집 앞의 헬스장을 등록했고, 그 운동시간 2시간이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ep 8. 따로 또 같이
어떤 어머니들이나 육아는 다 똑같이 했는데 왜 친정어머니는 더 잘 알고, 시어머니는 모르시는 걸까..?
우리가 친정에 가게 되면 친정어머니는 아기를 위해
뭐든 준비해 두신다. 독립된 잠자리까지 세팅 후 아기가 자러들어가면 잠이 완전히 들 때까지는 하던 일을 멈추고 조용히 계시다 잠이 완전히 들면 움직이신다.
나의 외가식구들이 전부 그러하다.
반면에 시어머니와 친척 식구들은 당연히 우리가 오랜만에 방문하는 것도 맞지만 아이가 잠들기 전까지는 좀 조용히 해 주셨으면 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큰소리를 내신다. 하지만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에 나와 아기는 시댁에 놀러 가면 잠을 한숨도 못 잔다.
여름휴가 겸 시댁에 놀러 가기로 했다.
남편도 오랜만에 가는 시댁이라 2박 3일로 합의 후 내려가기로 했다. 하지만 남편은 본인 퇴근하면 자는 애 차에 태워서 가자던지, 더 있다 오자 라던지 계속 머무는 시간을 늘리려 했다.
짐도 내가 싸야 하고 불편한 건 난데 나를 배려하지 않는 저 모습이 너무 싫었다.
게다가 아기 배려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기중심적..
그러다 결국 3박 4일 머무르게 되었고, 나는 또 해탈하며 우선 시댁을 갔다.
남편은 오랜만에 친구도 만나야 한다며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보냐며 나와 아기를 시댁(남편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이모님들, 시어머니)에 두고 친구를 보러 나갔다.
물론 재우는 시간에 나갔지만 밖이 시끄러운 탓에 아기는 쉽게 잠이 들지 않았고, 나의 육퇴는 늦어져만 갔다.
그렇게 지쳐 아기랑 같이 잠들었는데 남편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시간은 새벽 6시 정도..
나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시댁이었기에 별다른 소리를 못했다. 시댁에 있는 3박 4일간 나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서 얼굴이 노랗게 뜨는 걸 경험했다. 시댁에서 돌아왔는데 남편은 코로나도 함께 얻어왔다.
2번째 코로나였다.
우리는 각방을 썼고, 나는 남편의 끼니를 따로 챙기고 아기도 챙기며 아기만은 또 안 걸리길 바랐는데 결국 가족모두 코로나에 걸렸다.
남편은 격리기간에도 밖에 못 나가 좀이 쑤셔했다.
잠깐 차에 갔다 온다던지, 심지어 회원과 밥만 먹고 온다고 하고 나갔었다.
나는 그 태도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코로나 격리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 각방을 썼다.
같이 자다가 각방을 써서 나 혼자 자보니 수면의 질이 더 좋았기에 다시 같이 자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았다. 물론 사이도 계속 좋았다 나빴다 했다.
그렇게 우리는 따로 자지만 생활은 같이 하는 부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어른들이 하시는 옛말에 부부는 싸워도 같이 자야 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정말 싸웠어도 같이 자며 서로서로 깊은 대화를 했어야 했을까..?
내 마음속에서만 정리하고 있던 마음이 점점 풍선처럼 부풀어 커지게 된 계기는 언제부터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