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아이와 놀아주는 걸 잘하지 못했다.
때문에 아이의 행동들도 잘 이해 못 했고, 본인이 예민할 때 아이가 우는 걸 싫어했다.
아이가 아빠의 기분에 맞춰 행동해야 하나..?
나도 초보 엄마이고 아이를 처음 키워보는데 남편에게 지금 이 시기엔 그럴 때야. 우리가 이해해야 해라고 했을 때 남편은 어떻게 그렇게 매번 그런 시기인 줄 아냐, 아이 키워봤나 봐?라는 말을 했다.
어이가 없었고 웃음이 나왔다. 그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이때야 비로소 아이아빠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ep 9. 가벼운 경고, 무거운 한방
유부남에 아이아빠인 남편은 술자리에서 적당히 끊는 걸 하지 못했고, 술자리를 하게 되면 귀가시간은 늘 새벽 3시를 넘겼다.
아이에게도 못하는 아빠였지만 남편처럼 이혼가정을 만들어주기 싫었고 나는 해탈하여 참고 참는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10월의 어느 연휴에 우리는 가족여행을 갔고, 아기를 재운 후 둘이 저녁을 먹으며 가볍게 한잔 하며 나의 속마음을 꺼내놨다.
술문제와 늦은 귀가문제로 싸우는 게 계속되어 지친다고. 이런 문제로 자꾸 싸우고 의견 대립이 되니 이혼까지도 생각했었다고. 바뀔 의향이 있는 거면 이야기해 보라고 했다.
남편의 대답은 “술이 문제라는 걸 나도 안다. 하지만 네가 이해해야 된다.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일주일에 두 번으로 줄이겠다.”라고 했다.
그리고 술을 먹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하길래
나는 “아니 먹다가 화장실을 가거나 담배 피우러 나갔다 왔을 때 시간을 보고 너무 늦었다 아내가 기다리기도 하고 내일 출근 준비를 해야 하니 이제 그만 갑시다 “라고 라면 되지 않느냐라고 이야기하니 본인은 그렇게 말을 못 한다고 한다..
반성하고 있으니 우리 싸우지 말고 잘 지내보자 한번 더 믿어봐라 하는 말에 나는 조금 기가 찼지만 얼마나 더 믿어야 고쳐지려나 막막했지만 다시 한번 수긍했다.
그런데 진지한 이야기와 함께 한 여행에서 돌아온 그 주에 또 유부남인 회원과 술을 마신 후 아침 6시에 귀가했다. 나는 경고를 주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새벽 4시에 나가서 아침 라운딩을 돌고 낮에 끝나 점심 겸 한잔 한다더니 새벽 3시에 귀가를 했다. 항상 아침 라운딩 돌고 나서 술을 마셔도 피곤해서 늦어도 저녁 10시쯤엔 들어오던 사람이 하루를 넘겨 들어온 것.
그 멤버엔 여성이 한 명 껴 있어서 조금 느낌은 이상했다.
남편은 네가 내 입장이 아니라서 모른다 모르는 사람은 이해 안 될 수도 있지 하며 또 합리화하려 했다. 어느 부분은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하루 넘겨 들어왔다는 사실에 또 경고를 주었다.
그리고 그다음, 고민 있다는 회원을 만나 일얘기를 한다고 했고 귀가 시간을 정했다. 하지만 귀가시간을 넘겨 연락하니 노.래.방 이라고 했다.
일얘기를 한다고 갔다 온다고 하고선 새벽 1시에 노래방에 있는 회원 사진을 찍어 보내는데 화가 치밀었다.
나와의 약속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
귀가시간은 또 새벽 4시경..
늦게까지 자고 일어나 출근을 한 남편에게 고민 끝에 연락을 했다.
“쓰리아웃이야.. 난 도저히 안될 거 같아. “
가볍게 이야기를 꺼낼 수도 있었지만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친 나는 무거운 그 이야기를 결국 꺼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