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무 힘들었다. 삶을 살아내는 것이 힘들었다. (-었다)가 아니고 (-다) 현재 진행형 이다. 그때도 힘들었고, 어제도 힘들었고, 현재도 힘들다.시쳇말로 존버 정신으로 월화수목금토요일을 살아내고 있다(존버 정신도 일요일은 쉰다)
** 존버- 존나게 버텨내기의 줄임말 **
나는 새로 이직한 직원 24명이 근무하고 있는 A회사의 5인실 사무실에서 6개월 째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고 있고, 추석 명절 선물도 내가 쉬는 날에 나누어져,2024년 추석 명절 선물을 받지 못하였다. 본사에서 준 명절 상여금 5만원으로 퇴근길 마트에 들러 식용유/참기름 선물 세트를 사 들고 집으로 들어가 나의 평생 친구들(나의 엄마와 나의 딸)에게 회사에서 받았다고 말을 하였다.
아이고, 이런것도 챙겨 주니 감사하네.
선물 세트를 반겨주는 나의 엄마의 모습에 뿌듯함 한 스푼 마음속에 담았고, 상여금 5만원에서 선물세트를 사고 남은 금액으로 나의 딸에게 명절 선물로 티니핑 피규어를 사 주었는데 그 자그마한 피규어 하나에 신이난 아이의 모습에 기쁨 열 스푼을 내 마음속에 담아 둔 것만으로도 명절 상여금 5만원은 이번 추석 명절에 나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 것은 확실했다.
그러나...
명절 연휴 마지막 날 밤.
나는 다시금 인내의 다짐을 하고 잠이 들었고, 타들어가는 속마음과 달리 해맑은 웃음으로 아이와 아침을 맞이 하였고, 출근을 위해 현관문을 나가기 전, 등교 준비를 하는 아이를 꼭 안고 마치 나 스스로에게 외치는듯 말 하였다.
오늘도 화이팅! 힘내자!
나도 오기가 생긴듯 하다.
저들의 바램대로 나 스스로 그만 두겠다는 말을 하기엔 너무 억울하고, 왜 저들 때문에 최저임금 이지만 매월 받는 월급을 포기 해야 하는가!
나는 그냥 버텨내기를 선택 하였다.
나의 인사를 받거나 말거나, 간식을 먹을 때 대놓고 나를 제외 시키고 자기네끼리 먹거나 말거나, 필요한 전달 사항만 말하고, 나의 목소리가 저들에게 씹힘을 당해도 6개월 동안 내성이 생겼는지 감정 소모에 에너지를 낭비 하지 않게 되는 신비한 힘이 생겼다. 그것은 마치 초능력과도 같다. 현재도 그 초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말 할수 없는 상황들.
매일밤 울며 이 상황들이 빨리 해결 되기를 간절히 기도를 하였고, 꿈속에서도 저들이 나와 괴롭혔고, 매일 새벽 3~4시에 눈이 떠져 오늘을 어떻게 버텨낼지를 걱정하곤 했다.
그렇게 매일 아무렇지 않은척 속은 뭉그러지는 생활을 하던 중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이 났다.
한달 전에 3代가 함께 설악의 단풍을 보기 위해 여행 일정을 계획 해 놓았던 것을, 나의 엄마가 먼저 단풍 이야기를 꺼내면서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갈 때가 단풍이 절정이라더라. 이번 여름이 너무 더워서 단풍이 늦었대
맞다. 10월 20일 주일 예배가 끝나면 함께 강원도 속초로 출발 하기로 했던 계획이 짜여져 있었다.
이미 호텔을 2박으로 예약도 하고 결제도 완료 했다는 것을 그제야 생각이 났다.
저들에게 쓸데없는 감정 소모를 안하게 되었다고 단언 했으나 그렇지 않았음 또한 깨닫는 순간 이었다.
호텔을 예약했을때 내가 얼마나 기대를 많이 했었던가.
속초까지 가는 지도를 검색하며 잠깐 들릴 휴게소에서 맛있는 간식을 먹을 나와 나의 평생친구들의 모습을 상상 하며 즐거워 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기대를 하고 있던 여행을 한달 동안 새까맣게 잊고 [왜 나에게는 굳이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일어나는가]의 생각의 꼬리잡기 놀이 속으로 스스로 끼어 들어가 고통 스러워 하고 있었다.
일단 떠나자
2024년 10월 20일. 추수 감사 주일 예배를 마치고, 감사함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며 [주님 일단 떠납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저를 위로해 주시고, 유00집사(나의 엄마)를 위로해 주시고, 박00(나의 딸)을 위로 해 주세요]라고 기도를 하고 우리 셋은 속초를 향해 달려 갔다. 아무래도 나뿐만 나의 평생 친구들도 각자의 고민들을 품고 있을 것이다. 이번 여행이 각자의 마음에 위로가 있는 여행이 되길 바라며 나는 열심히 운전을 하였다.
내가 운전을 하는 동안 뒷 좌석에 할머니와 손녀가 앉아 귤을 까먹고, 운전하는 내 입에도 한 조각 넣어주고, 미스터 트롯 멤버들의 노래를 들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운전자의 마음은 마치 한 가정의 가장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이미 천국에 먼저 가서 쉬고 있을 나의 아빠도 그런 마음이었으리라.
일요일 오전 11시 30분에 경기도 일산에서 출발 하였는데 밀리는 구간이 없었고, 홍천 휴게소에서 잠깐의 휴식을 가졌는데, 높은 하늘과 뭉실 구름들이 [어서와! 홍천은 처음이지!]라고 하는듯 너무나도 맑고 푸르게 우리를 맞이 해 주었다.
나의 평생 친구들 - 홍천 휴게소에서 <사진-개인소장용>
홍천 휴게소에서 산과 하늘과 바람의 짧은 환대를 받고 기분좋게 다시 운전대를 잡고 설악산으로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