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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캇아빠 Mar 23. 2024

좋은 사람들

한국에 있던 친구가 집으로 놀러 온 적이 있었다. 개인적인 불행이 겹쳐져 우울증이 심해진 친구를 보고, 그러지 말고 몇 달 우리 집에 있으면서 마음을 좀 정리하라는 말에 친구는 몇 번의 거절을 했지만, 결국 순순히 우리 집으로 와줬다. 캐나다가 워낙 심심해서 밤에 할 게 없고, 집에 고칠게 좀 있다는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았다.


그런데, 캐나다에 와서 거의 매일 밤마다 술 한잔 하며 지내다 보니, 친구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게 됐다. 그리고 나는 정말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깜짝 놀랐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로 지낸, 아니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서 알고 지낸 지 30년이 넘은 친구를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알고 보니..


착하고 예의 바르고 말을 예쁘게 하는 친구였다.


덩치는 산만하고, 얼굴은 진짜 무슨 범죄자처럼 생겨가지고, 같이 다니면 같이 다니는 것만으로 범죄를 예방할 수 있고, 운동은 하나도 안 하는데 힘은 왜 그렇게 센지, 무표정하게 있으면 무서우니까 좀 웃으라고 했다가, 진짜 웃으면 웃는 게 더 무서우니까 얼굴을 아예 가리라고 하면, 착하디 여린 나를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던 내 친구가, 그런 내 친구가 착하게 말하는 사람이었다니, 충격을 아니 받을 수 없었다.


사실 내 주변에는, 이상할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 많다. 얼굴도 잘생긴 게, 몸도 좋고, 신의가 목숨보다 중요한 친구가 있는가 하면, 말은 좀 독하게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아서,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게 되는 친구도 있고, 얼굴도 이쁘고 성격도 너무 좋아서 할아버지들이 볼 때마다 플러팅하고, 간호하던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 할머니와 함께 눈이 퉁퉁부을 정도로 우는 여자친구도 있다.


나는 존경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잘 알지 못했다. 워낙 성격이 반항적이어서, 호의를 보이면 의심부터 하고, 뉴스에 아무리 평판 좋은 사람도 검은 속내가 있다고 여기고, 세상은 기본적으로 탐욕과 욕망으로 발전하고 그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했기에 세상에 존경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몇십 년을 지나서 알고 보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존경할 만한 사람들이었다. 항상 내가 바라던 인간상이 내 주변에 있었다. 존경하는 친구들과 존경하는 여자친구, 그리고 언제나 자랑스럽고 한편으로는 정말 존경스러운 내 아이들이 있었다.


흠, 어쩌면, 정말 어쩌면, 내가 좀 괜찮은 사람이라서 그런가?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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