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많이 당황하셨죠? 저도 당황했습니다.

매일 아침 단상과 그 기록

by 북마니

캐나다에 살면서 그나마 장점이라고 꼽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보이스 피싱의 염려로부터 프리한 삶이다.. 아무래도 캐나다에 사는 한인들의 수가 적다 보니 그들을 대상으로 삼기에는 별 소득이 없어서 일 것이라고 생각하다. 그렇다고 이곳이 완전히 보이스 피싱청정 국가는 아니다. 여기의 보이스 피싱은 당연히 영어로 이루어진다. 아직은 한국에서처럼 정교하고 치밀하게 하지는 않지만 주로 자동 음성 메시지이다.




“This is Amazon… your delivery cannot be processed due to unpaid tax.” “You have an outstanding fine with the Canada Revenue Agency.” 아마존이나 UPS에서 지금 나의 택배를 보내야 하는데 세금이나 벌금이 물려있어서 보낼 수 없다는 메시지이다. 또는 국세청이나 노동청에서도 가끔 전화가 오는데 들어보면 결국 내가 내야 할 돈을 아직 내지 않았다 란 소리다. 혹시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역시 하고 전화를 끊는다. 요즘에는 가끔 중국말로 뭐라고 쏼라 쏼라 하기도 하는데, 중국어를 모르니까 다행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Consulate General of the Republic of Korea in Vancouver (캐나다 총영사관)에서 전화가 왔다. 번호도 밴쿠버 지역번호인 604로 시작하였다. ‘총영사관에서 나에게? 왜? 설마 보이스 피싱?’ 이란 생각이 2초 만에 다다닥 지나갔다. 받을까 말까 라는 망설임 속에서 전화기의 초록 응답 버튼을 슬라이드 하고 ‘여보세요’라고 응답하였다.



젊은 남자가 “안녕하세요 저는 캐나다 밴쿠버 총영사관의 이수민 사무관입니다. OOO 님 되십니까?” 그는 내 전화번호와 이름까지 정확히 말했다. 순간 의심은 안개처럼 사라지고 대신 ‘무슨 일이 있나’라는 염려가 생겼다. 무엇보다 한국을 방문하고 캐나다로 돌아온 지 2주의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혹시 내가 신고할 게 있었나?’라는 불안이 스쳤다.



그는 곧바로 이어 “OOO 님 앞으로 급하게 전달된 서류가 있으니 빨리 밴쿠버 총영사관으로 방문해 주십시오”라고 했다” 갑자기 웬 서류? 이상하다는 마음과 무슨 서류지 라는 호기심이 교차했다. 동시에 ‘이 사람은 밴쿠버에서 전화한다면서 내가 사는 이곳과 밴쿠버의 거리가 멀다는 것을 분명히 알 텐데, 무슨 동네 편의점 들렸다가 가라는 것처럼 말하네, 여기서 차로 10시간도 넘게 가고 비행기도 2시간인데, 어떻게 나보고 당장 빨리 오라고 서두르지?라는 의심이 생겼다



“ 무슨 서류인데 제가 가야 하나요?”

“ 그건 전화로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직접 와서 찾아가셔야 합니다” 또 서두르는 말에 약간 화가 났다

“아니 여기서 거기까지 거리가 얼마인데 당장 오라는 거예요? 혹시 보이스 피싱 아니에요?”라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는 약간 당황하면서 살짝 버벅 거리며 급한 목소리로 “아니 전화번호도 맞는데 뭐가 보이스피싱이에요?”라고 되려 나에게 반박했다.



내가 누구인가? 요즘 유튜브에서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인 HSP (Highly Sensitive Person)이다. 나의 예민한 귀는 그의 당황함과 비정상적인 서두름이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하였다. “ 잠깐만요, 아무래도 너무 이상한데 이게 진짜 보이스 피싱이 아니라면, 밴쿠버 총영사관에 내가 직접 문의해 보면 맞겠네요. 알겠어요. 끊습니다” 그가 뭐라고 말했지만, 나는 이미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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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가 오해한 것은 아닐까 라는 의심 섞인 마음으로 인터넷으로 총영사관 전화번호를 검색해 보니 놀랍게도 번호가 똑같았다. 잠시 혼란이 왔지만 민원에 해당하는 번호를 누르고 기다리니 다른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네 캐나다 밴쿠버 총영사관의 OOO 사무관입니다”라고 응대하였다

“ 제가 방금 캐나다 밴쿠버 영사관에서 급한 서류를 찾아가라는 전화를 받았는데요”라고 하자 그는 곧이어 “ 그거 보이스 피싱입니다 요즘에 그런 전화 많이 와요”라고 했다.



설마 캐나다까지 한국어 보이스 피싱이 올까 싶었지만 역시나였다. 그들은 캐나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에게까지 보이스 피싱질을 하는 것을을 성공해 내었다. 발전한 기술덕에 전화번호도 똑같아서, 조금만 방심하면 속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다만 ‘아니 도대체 어떻게 영사관까지 빨리 와서 서류를 가져가라고 채근할 수 있지?라는 궁금증은 계속되었다. 그로부터 한 2주 후에 누군가가 북미 한국인을 위한 게시판에 미국, 캐나다 영사관을 빙자하는 보이스 피싱이 증가하고 있다는 올린 영상을 보게 되었다. 영상은 대부분 사람들은 너무 멀어서 급하게 영사관까지 갈 수 없다고 하는데 그러면 어떤 사이트의 링크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걸 클릭하면 당하는 것이었다.



난 다행히 그들의 수법에 걸려들지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방심하거나 불안한 마음이 크다면 보이스 피싱에 걸리는 것은 순간이었다. 이제 더 이상 보이스 피싱 청정 공간은 없다. 해외에 사는 한인이라고 할지라도 안전하지 않고, 어떤 권위와 환상적으로 발전한 기술을 이용하여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지는 알 수 없다. 이상한 번호의 전화는 받지 말고, 받아도 그냥 보이스 피싱이겠거니 라는 기본 마인드가 우리의 돈, 정보, 시간과 평온한 일상을 지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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