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 학년즈음에 학교의 마룻바닥을 모두 시멘트 바닥으로 교체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더 이상 마루에 왁스칠을 안 해도 된가는 기쁨에 아싸~ 하고 좋아라 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학교 교실의 마룻바닥에 왁스칠을 하고 반질반질 윤을 내는 시간도 추억이라는 즐거운 감정의 시간이었다.
청소시간에는 책상과 걸상을 모두 교실의 뒤편으로 밀어내버리고, 여자아이들 남자아이들 모두 삼삼오오 모여 교실의 마룻바닥에 주저앉아 우리의 무기인 천 걸레와 왁스를 꺼내 들었다. 걸레는 손이 쏙 들어갈 수 있는 주머니 모양으로 엄마가 만들어주기도 하였고 학교 앞 문방구에서 사기도 하였다.
왁스는 액체형도 있고 고체형도 있었는데, 액체형 왁스는 곰돌이 모양의 통에 담겨 있었다. 모르는 사람은 아이들이 마시는 음료수로 생각할 만큼 핑크색 하늘색 다채로운 색깔로, 먹음직한 모양과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100원 정도 하였던 것 같다.
왁스의 모양 그것만으로는 달콤한 음료수 같았지만 왁스는 칼칼한 화학 냄새를 가지고 있었다. 아직도 머릿속에 그 냄새가 남아있다. 요즘에는 어디에서도 맡을 수 없는 냄새이다. 그러나 굳이 비슷한 냄새를 찾아보다면, 주유소의 가솔린 냄새와 유사하다. 딸기맛 같았던 핑크색의 왁스는 알고 보면 석유의 부산물이었던 것이다.
나를 비롯한 여자아이들 모두 왁스를 걸레에 조금씩 묻혀 자신에게 할당받은 마루 부분을 막 문지른다 선생님의 말을 따라 성실히 손가락과 팔에 힘을 주고 마루마 닦을 열성적으로 닦았다. 가끔은 가위바위보를 하여 진사람은 100번 문질러야 했다.그렇게 마룻바닥을 광나게 문지르면 반질반질,반짝반짝해졌다.뻥을 좀 보태서, 파리가 스케이트를 타야 할 판이었다. 문지를 때에는 힘들었는데 반짝반짝 광내는 마룻바닥을 보면 어린 나이에도 기분이 좋았고, 보람이 느껴졌다.
깨끗해진 마룻바닥에서 여자아이들이 할 수 있는 놀이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공기놀이! 오징어 게임을 통해서 이제 전 세계 사람들에게도 알려진 우리의 전통놀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추억 소환으로 공기를 구입하여 자녀들과 함께 공기놀이를 하고 있을 것 같다. 지금 딸아이의 손을 보면 나의 어릴 적 손의 크기가 어름 짐작된다. 그 작디작은 손으로 어떻게 5개의 공기 알들을 던지고 쥐고 손등에 올려놓고 누가 먼저 25년 50년에 도달하는가의 나름 심각한 내기를 했다. 그 기억이 소환되는 것만으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남자아이들은 교실뒤편 반들반들 깨끗해진 마룻바닥에서 말뚝 박기를 하였다. 나중에 여자아이들도 6학년즈음에는 여자아이들끼리 말뚝 박기를 하면서 놀았는데, 그 재미가 정말 좋았다. 가위바위보를 하고 진사람은 말이 되고 이긴 사람은 우다다 달려와 살짝 점프를 하여 말이 된 사람의 몸에 휙 올라타고, 상대편의 대장과 가위바위보를 하여 승패의 결말이 나는 게임. 현재의 우리 아이들은 핸드폰과, 아이패드로 게임을 하고 가상의 세계에서 만나서 노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지만, 30년 전의 나와 우리들은 직접 만지고, 몸을 부딪히고 서로를 느끼면서 그렇게 놀았다
몸을 부대끼면서 노는 게 점점 더 어색해지고 어려운 일이 되어가는 2025년의 세상, 그리고 그 앞의 미래세상에서 어쩌면 우리의 세상이 갈수록 개인화가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어느새 말뚝박기며 공기놀이는 우리만의 추억이 유니콘이 되어버렸다.
왁스 냄새, 공기놀이, 말뚝박기, 몸을 부대끼며 웃던 친구들. 모든 것들이 세련되고 멋진 현재에서 지금 돌아보면 불완전하고 거칠었던 과거의 시간이었지 막, 오히려 완벽하게 반들반들, 반짝이던 마룻바닥처럼 가상이 아닌 현실의 시대였다. 그 시절의 우리는 서로를 닦고 부딪히며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때의 그 반짝임은 지금의 나를, 우리를 만들어낸 , 우리만의 시대의 광택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