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로드, 만든 지 한 달도 안 됐어요?
봤는데 너무 깔끔해서 3년은 운영한 줄 알았어요.
지난 글 보러 가기
링크 : 블리자드 연말파티에 초청받은 오버워치 클랜 운영기 #1
2019년 6월 15일, 4개월의 짧은 클랜 운영 역사에도 불구하고 블리자드 코리아로부터 'BEST CLAN MASTER'를 수상 받고 블리자드 본사에 오버워치 클랜 신설 기능을 건의, 이후 블리자드 코리아 연말 파티에 초청받은 '리로드클랜'을 만들고 운영하게 된 이야기다.
2019년 2월 14일, 모든 준비는 끝났으니 클랜원만 모집하면 된다.
어떻게? 홍보를 해야지!
그럼 홍보는 뭘로 해?
여러 게시물을 보며 느낀 거지만, 일단 소개 이미지가 알차고, 멋지고 예쁠수록 클랜이 궁금해졌다. 뭔 당연한 소리야? 맞다. 그럼 실천해야지.
좋은 PR 자료가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사람을 데려올 기회가 늘어나므로 소개 이미지 제작에 상당한 힘을 쏟았다.
이 당시 리로드에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가입신청서가 너무 길었다. 심지어 가입신청서 이후 규정 동의까지 고려한다면 타 클랜 대비 가입에 2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다.
가입신청서가 길수록 귀찮아지니 후반부 지원 사유에서 정성을 보이는 사람은 정말 예의 바른 사람일 것이다 가정했고, 아쉬워도 좋은 클랜원을 만나기 위해서 가입신청서 양식을 유지했다.
'와 여기 진짜 좋아 보여, 가입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든다면 조금 귀찮더라도 해주지 않을까?
어쩌겠습니까. 대외 홍보에서 매력도를 끌어올릴 수 밖에.
다행히도 멋진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포토샵은 어느정도 경험이 있던 터라 꽤 느낌있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클랜 소개, 가입 조건 등 기본적인 내용을 비롯해 미래의 클랜 콘텐츠 구상을 담았다.
차별성을 주기 위해 '특별한 활동이 있나요?' 파트에는 모든 클랜이 하는 내전 외에도 미래에 할 콘텐츠를 기획해 포함시켰다. 일종의 '페이크도어 프로덕트'처럼 아직 하고 있지 않더라도 소개했고, 속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신생 클랜이라 당장의 콘텐츠들의 당장 진행은 어렵다 명시하는 내용을 최하단에 배치했다. 클랜이 커진 이후 실제로 차근차근 하나씩 진행하며 신뢰를 지켰고, 이 과정에서도 좋은 콘텐츠가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
벌써 5년이 지났고, 아쉬운 워딩도 좀 있지만 이 정도면 나름 괜찮지 않은가. 모든 클랜이 간단하게 가입 제한 조건과 컨셉만 설명하던 이 때 상세 소개 흐름을 최초로 구성했고, 현재까지도 많은 클랜들이 이를 따라 구성하고 있다.
소개 이미지도 만들었겠다. 이 전단지를 '합법적'으로 뿌릴 곳을 찾아야 한다.
에이 이런 거 정식으로 홍보할 곳이 얼마나 있겠어 싶지만 인터넷 세상엔 생각보다 많은 커뮤니티가, 그리고 많은 곳에 따로 게시판을 통해 홍보할 수 있게 돼있다. 진짜 찾아보고 놀랬다. 아니 다들 나 빼고 클랜 만들고 놀고 있던 건가?
인벤
루리웹
오픈카톡 채널
페이스북 그룹
네이버 카페
오버워치 공식 페이지 (POTG 클랜 프로그램 선정 이후)
그냥 적어놔서 각각 1개로 보이지 네이버 카페도 여러 개, 페이스북 그룹도 여러 개다 보니 사실상 채널이 10곳이 넘었다. 어찌 보면 축복이요, 달리 보면 다 일이다.
채널에 그냥 올리면 끝일 줄 알았으나 다양한 곳에 홍보하려 보니 긴 이미지들이 어울리지 않는 채널이 다수 존재했고 각 채널별 특성에 맞춰 이미지를 조정해야 했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의 경우 긴 정사각형의 이미지를 올리는 형태가 가장 적합했기에 전체적으로 사이즈를 조정해 자르는 방식으로 새로 콘텐츠를 기획해 업로드했다.
채널이 많았던 만큼 가입신청서에 필수 질문으로 가입 경로를 수집했다. 다들 네이버카페 가입할 때 이런 걸 적은 기억이 있을 거다. 그 당시에는 왜 필요한지 몰랐으나 홍보를 직접 하는 순간에는 너무도 소중한 데이터였다.
이게 실제 데이터다. 인벤과 네이버카페에서만 과반을 넘겼고, 페이스북 그룹까지 포함 3개 채널 외에는 1주에 1명 정도의 신청자만 있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요 채널 외 별 효과 없는 곳에는 홍보를 그만뒀고, 비로소 홍보의 지옥에서 돌아올 수 있었다.
여러 채널에 홍보한 결과 금세 노력이 빛을 발했다. 첫 주부터 가입 신청자 수는 30명 정도, 중복 지원도 있겠지만 수십 개의 클랜들 사이에서 아직 신생이라 콘텐츠 진행도 어렵다 명시한 클랜임을 감안한다면 정말 많은 숫자가 지원했다.
그러나 분명 잘 정리해 전달한 것 같아도 생각보다 조건에 맞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원자 분들의 정보를 확인하다보면 많은 사람이 나이 제한이나 요구하는 레벨 제한에 맞지 않았다. 제한에 걸리시는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연락을 드리니 3분의 1과 이별하고, 부적절한닉네임과 지원 사유에 1, 2글자만 적거나 반말을 사용하신 분들을 반려하고, 나머지 분들 중 연락이 닿지 않는 분까지 빼고 나면 실질적으로 3분의 1정도만 제대로 된 가입 프로세스를 거치게 됐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렇게 연락이 닿은 사람들은 클랜과 가치관이 알맞은 분들이었다. 금방 즐거운 마음으로 안내드릴 수 있었고 이렇게 나름 순조로운 초기 클랜이 구성되게 된다.
재미난 비하인드가 하나 있는데 이 당시 대부분의 클랜이 인벤에 게시물을 올릴 때 제목에 다 ♥ 하트를 넣고, 이미지 아이콘이 제목에 나타나는 형태로 평균 조회수 110 정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눈에 띄고자 하트가 아닌 다채로운 색의 이모지 ✨로 차별성(?)을 만들었고, 영상 아이콘을 제목에 표시하고자 유튜브 영상을 그냥 오버워치 영상 아무거나 html코드로 1x1 픽셀 사이즈로 작게 만들어 넣었다.
이 단순한 차이가 평균 조회수 220(최고 1400)으로 거의 2배에 가까운 조회수를 만들었다. 이게 헤네시스 자유시장 짬바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하나둘 신경 쓰다 클랜 완성 2주 차, 어느덧 클랜원이 20명 넘었을 당시 즐거운 분위기에 자신감이 붙었고 클랜을 소개할 홈페이지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앞서 말한 대로 상당히 귀찮은 가입신청 UX를 가진 만큼 클랜에 가입하고 싶다는 욕구가 들도록 매력도를 더 올리고 싶었다. 이미 애정을 단단히 가져버린 거다.
다른 운영도 바빴던 만큼 당시에 사용하기 좋은 노코드 홈페이지 툴을 여럿 비교해 보고 '크리에이터링크'를 사용해 홈페이지를 구성했다. 대부분 블록 바이 블록으로 원하는 랜딩 페이지를 만들기엔 충분했고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은 직접 이미지를 만들어 대체했다.
참조 : https://reload.creatorlink.net/
※ 2019년 말 운영권을 넘기고 종합게임클랜으로 바뀌어 이전과 사뭇 달라졌으나 전체적인 구성은 동일하다. 예전엔 크리에이터링크 사용 하단 배너가 좀 작아 예뻤는데, 현재는 배너가 엄청 커져있어 아쉽다.
홈페이지는 단순 이미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기 적합하고, 정말 좋은 클랜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칠 수 있는 창구다. 이미 이미지도 있던 터라 뚝딱뚝딱 2,3일 만에 만들었다.
이로서 이 당시 오버워치 클랜 중 유일하게 랜딩 페이지를 가진 클랜이 됐다.
홈페이지 제작 이후 가입자 수가 전 주 대비 50%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톡톡히 봤고, 팟지 클랜 신청까지 남은 일주일간 다수의 신청자를 받아 약 34명이 활동하는 당당히 하나의 클랜임을 증명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을 거쳐왔던 이유가 뭔가, 바로 팟지클랜을 신청하려 한 것.
팟지 클랜 신청기한 마지막날 3월 2일. 지금까지 준비한 내용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본문에는 양식에 맞춘 내용을 가득가득 채우고, 활동했던 게임 공략글 작성 사례들, 오버워치에 대한 애정, 클랜 운영 방식 등을 상세히, 거기에 간단한 리로드 설명서를 만들어 첨부해 발송했다.
클랜을 얼마나 뽑을지 몰랐던 만큼 정성을 다해 작성했고 폭풍전야의 심정으로 발표만을 기다리길 나흘.
퇴근하고 집에 도착한 순간 설레는 메일이 도착했다.
오버워치 팟지클랜으로 선정되셨습니다.
내가 블리자드 코리아를 가다니!
블리자드 내부는 어떻게 생겼을까?
팟지 클랜은 얼마나 많을까?
이벤트를 열면 기념품을 지원해 준다 했는데 얼마나 지원해 주는 걸까?
클랜 마스터는 오버워치 굿즈를 준다 했는데 뭘 줄까? 혹시 피규어?(안준다)
저녁식사도 교통비도 지원해준다고 한다. 역시 대기업이야.
왔노라, 보았노라, 뽑혔노라
메일로부터 2주가 지나 도착한 이곳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역시 게임회사 다운 이 아름다운 분위기.
오버워치는 물론이고, 스타크래프트와 하스스톤 거기에 고급레스토랑이라는 이명을 가진 히오스까지 블리자드의 게임을 대다수 즐겼던 나로서는 눈이 쉴 틈 없이 돌아갔다.
그런데 이게 웬걸 많아야 10팀 정도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점점 사람이 차더니 무려 22명의 팟지클랜마스터가 참석했다. 심지어 이게 더 뽑은 건데 포기하거나 덜 온 거란다.
당시 '와 진짜 블리자드 제대로 하려나보다. 이 많은 클랜을 다 지원한다니'하며 감탄하던 중 옆에서 툭툭 건드린다. 역시 인싸들인가, 먼저 살갑게 어느 클랜에서 오셨어요? 하면서 말을 걸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서로 소개하며 리로드 클랜 마스터로 왔다고 하자마자,
리로드, 만든 지 한 달도 안 됐어요?
봤는데 너무 깔끔해서 3년은 운영한 줄 알았어요.
진심 어린 반응과 더불어 다른 분들도 막 끄덕인다. 인정받는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 듣고 싶던 말을 다른 클랜마스터로부터 들었으니 기쁨은 배. 신생이지만 어설픈 모습은 보이기 싫어 여러 워딩과 디자인, 시스템을 구성했던 노력이 보람찼다.
왁자지껄 떠들기를 30분 정도 지났을까 발대식이 시작됐고, 매니저님이 나와 팟지 프로그램에 참가해준 것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참가자 수를 얘기해주셨다. 무려 1400팀이 신청했다고 한다.
'와 그 많은 신청서를 다 봤다고? 22팀도 엄청 줄은 거네.'
이후 대표이사님이 한 명씩 위촉장을 주시는데 역시 사람은 실물을 가지는 것과 그냥 말로만 듣는 건 다르다. 괜히 위촉장을 손에 쥐니 아직 한 건 지원서 제출 뿐이면서 벌써 뭐라도 이룩한 거 마냥 기분이 들떴다.
싱글벙글은 잠시였다. 팟지 클랜 프로그램의 목적, 상품 지원 방식 등 운영 방식들이 소개됐고, 마지막에 급작스레 공개된 'TOP 5 우수 클랜'
말 그대로 성과가 좋은 클랜 5개를 선정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클랜들이 경쟁자가 돼버린 순간. 순식간에 조용해진 가운데 평가 기준에 이목이 쏠렸다.
운영, 클랜원 성장, 활동/이벤트, 클랜원 피드백 이 4가지 지표를 본다. 아니 블리자드가 모든 커뮤니티에 들어가 저걸 감시할 수도 없을테고 이걸 어떻게 본다는 거야?
- 클랜 활동을 증명하기 위한 '클랜 활동 보고서'
- 이벤트를 개최할 때 '이벤트 계획서 및 상품 지원 요청'
- 4개월의 활동 기간 동안의 '클랜 신규 가입자 수'
이렇게 3개를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하시겠다고 했고, 사실상 클랜원 피드백 파트는 사건 사고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운영 파트의 신규 클랜원 수가 자신 없었다. 아무리 신입이 많이 온다 한들 리로드는 남들보다 가입 과정에서 따지는 게 많았던 클랜으로서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었다.
옆에 앉았던 클랜은 무려 300명이 활동하는 나이 제한 없는 대규모 클랜이었고, 이전 사전 조사 과정에서 리로드만큼 가입 과정이 긴 곳이 없었다. (대부분은 오픈카톡으로 신청하면 바로 카톡방과 디스코드에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응? 그런데 신규 가입자 수는 조작 가능한 거 아닌가?'
그럴리가 없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신규 가입자 수'를 측정하는 방식이 생각보다 복잡했다.
클랜으로 가입 신청을 바로하는 것이 아니라 블리자드로 가입신청을 먼저 하고, 여기서 얻은 정보를 모아 각 클랜에게 전달해 준다는 것.
가뜩이나 길었던 가입신청서에 머리 부여잡고 노력했던 일이 많은데 앞 단 과정이 3개나 추가됐다. 거기다 블리자드로 신청하면 바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보내줘 2,3일 정도 지연시간이 발생하고, 각 클랜은 전달받은 정보에 있는 메일로 연락을 취해야했다. 신청자는 가입신청서를 2번 작성하게 되는 것이다.
걱정을 한가득 가지고 돌아온 후, 클랜원들과 오랜 시간 논의했다. 그냥 가입신청서를 없애고, 일단 블리자드로 신청하면 신입으로 받아 수습기간을 거치는 걸로 할까?
의외로 결론은 금방 났다. 지금의 리로드가 좋다는 것.
그래 리로드 클랜의 정체성을 뚝심 있게 밀어가자.
좋은 클랜이란, 좋은 클랜원이란 무엇일까?
이미 팟지 클랜에 선정된 것도 맞고 좋은 클랜이라는 가치에 대해 생각했던 점을 고려한다면 초기의 마음가짐을 그대로 가지고, '클랜 신규 가입자 수'라는 지표는 어느 정도 포기하기로 했다. 나머지 평가 요소에 두각을 드러내면 되지.
그래도 신입을 맞이하는 과정은 포기할 수 없기 사전에 가입 신청과정에 대한 안내를 상세하게 작성하고, 메일을 보낼 때 최대한 양해를 구하며 보내도록 재구성했다. 이대로 잘 흘러갔으면 좋겠으나
걱정하던 대로 가입과정에서의 이탈률이 증가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블리자드로부터 받은 연락처로 메일을 보냈을 때 추가적인 가입신청이 이뤄지지 않은 것. 다만 알아보니 이게 단순 리로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클랜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로 위안 삼을 순 있었다.
반대로 장점도 컸다. 블리자드의 '공식 팟지 클랜'이라는 문구에서 얻는 신뢰감과 공식 채널 홍보로 인해 전체 신청자 수가 대폭 증가한 것. 덕분에 전과 비슷한 가입 신청자 수를 유지할 수 있었다. (4월 1일 하루에만 30명의 신청자가 들어왔다.)
다음 3편에선 클랜 활동 구성 방식과 안전한 오프라인 모임을 위한 고민에 대해 담아보겠다.
지난 글 보러 가기
링크 : 블리자드 연말파티에 초청받은 오버워치 클랜 운영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