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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둡 Feb 28. 2024

길 위에서 | 6

돈이 흐르는 강물처럼

찬을 꺼내 그릇에 담고 미니 화로를 가운데 배치했다. 소고기 안심을 올려놓고 추석 때 받은 와인을 올려놓을까 하다, 아냐 이럴 땐 소주지 하는 생각이다.

남편의 빚은 갚아 주게 될 것이다. 잠정적 확정이다. 아마 그도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가 갚지 않거나 부부 사이인데 중형 외제차 한 대 사준 걸로 쳐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할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안다.

이자까지 해서 달에 얼마씩 상환하겠다 시뮬레이션까지 해줄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다른 방식으로 요구할 생각이다.


남편은 익숙한 공기를 품고 달뜬 듯 집에 들어왔다. 소고기를 미니 화로 올리고 냉큼 한입을 권했다. 잘 먹고 있는 그에게 조심히 의중을 건넸다.


"이번 달부터 월급 모두 내게 보내줘 내가 관리해보고 싶어. 운영해 보고 당신 용돈도 산정해 볼게 “


빚은 내 퇴직금으로 정리해 주겠다 했다. 우리 각자 앉고 있는 문제를 단일화하고 같이 하자라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설득했다. 나는 우리가 좀 더 일반적인 부부였음 한다고도 했다. 우리가 어때서?라고 한다면


"나는 당신이 말하는 파트너이거나 무슨 집을 사기 위한 협동조합 같은 거 원치 않아. 나한테 좀 더.... 강력한..... 요식행위라도 당신이 내게 월급을 가져다주고 나는 그 월급을 우리 생활을 유지해 보는 것이 필요해. 나 그래 보고 싶어"


모르겠다. 이 방식이 맞는지 아닌지. 내가 내어 주는 돈을 남편이 은행에 빚 갚듯이 가볍게 갚아 주길 원하지 않았다. 그냥 우리 둘의 계산이 꼭 돈의 금액과 일치하여야 한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내가 그러하듯 그가 가진걸 기탄없이 나눌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라면.


“월급 관리면 되겠어?”


남편은 물었다. 그거면 되겠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고 남편은 편하게 다시 대꾸했다


“그럼 그렇게 해”


생각보다 쉬워 응? 하고 있는데 남편이 말을 이어갔다.


"돈이 아닌 거지? 뭔가 우리 사이가 진짜 부부 같이 더 많은 교류가 있었으면 하는 거잖아"


역시 그 점쟁이 말이 맞았다. '남편 분 남자에게는 잘 없는 식스센스가 있어요'


"뭐 그게 돈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 당신 편한 대로 해봐"


"용돈 받아도 괜찮겠어?"


"안 괜찮치. 그런데 어쩌겠어 나도 잘못했으니 물러 서는 게 있어야지 알잖아 나 그런 사람인 거"


생각보다 편안한 흐름이었다. 내가 오늘 하루 종일 골치 아파하면 우리 관계를 의심하고 확정하지 못했지만 남편은 계산적이지만 더 큰 믿음으로 우리 관계를 임하는 듯하여 안심되기도 미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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