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에게 전하지 못한 이야기
직장 동료들에게 싱글맘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A동료는 이혼 사유가 궁금하지만 애써 묻지 못하는 표정이 말을 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반면에 B동료는 요즘 시대에 코 닿으면 이혼하는데 아무것도 아니야~ 라며 물어왔다.
이혼 사유가 뭐야?
싱글맘인건 밝혔지만 이혼 사유는 밝히고 싶지 않았다. 나로 인해 밝았던 분위기가 우중충해지는 그 어색한 공기가 싫었다. 그렇게 나는 이혼이 참 쉬웠던 것처럼 얼렁뚱땅 대답해 버렸다.
" 성격차이로 이혼했어 "
사실 단순한 성격차이로 시작된 가정폭력, 수차례의 경찰 방문. 가정폭력 상담소, 부부상담 센터까지 다니면서 5년이란 시간을 유지해 오다가 고작 5살 된 아들한테 손 지검이 전달되는걸 눈앞에서 본 이후로 아이의 엄마로만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이혼하고 2년이 지나다 보니 왜 이혼했냐는 질문에 내성도 생기더라. 싱글맘이라는 것과 더불어 내가 이혼 사유를 눈물 한 방울 없이 담담하게 말하는 날이 오다니!
1년 전만 해도 누군가에게 나의 이혼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복받쳐 오르는 감정과, 눈물부터 쏟아냈는데.. 이렇게 또 한 번의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이혼하고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Q. 왜 이혼했어?
Q. 이혼한 거 후회 안 해?
Q. 네가 혼자 애들 다 키울 수 있겠어?
보통 기혼인 친구들은 왜 이혼했냐는 말에서 끝났지만 미혼인 친구들은 나보다 나의 이혼을 더 걱정하고 궁금해했다.
이혼이 인생에서 가장 암울하고, 힘들었던 시기였던 만큼 질문이 깊어지면 나는 그 시기의 아픔을 고스란히 회상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땐 늘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는 최선의 방법으로 상대가 더 이상 묻지 않기를 바라며 대답했다.
" 결혼하고 살다 보니 서로 힘들어서 성격차이로 이혼했어, 그렇지만 이혼하고 지금이라도 내 인생 찾았으니 다행이야. 애들은 결혼 생활 중에도 내가 혼자 키워와서 걱정 없어, 오히려 아이 아빠와 함께 살 때보다 경제적으로 더 많은 여유가 생겨서 난 지금이 너무 행복해 "
마치 마음속에 준비해 둔 일방적인 이혼소개서라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나는 잘 못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받고자 아이 아빠를 내려 깎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남을 내려 깎는 것과 나의 행복도는 비례하지 않는다. 내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면 분명 그 사람도 가장 힘든 시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가장 아끼는 아이들의 친아빠이지 않은가?
동료들에게 전하지 못한 이야기
단순히 성격차이라고 하기엔 난 사실 많이 힘들었어. 내 나이 29살에 우리 아이들 지키려고 동사무소 복지 창구 가서 애원하듯 도움 요청도 해보고, 쿠팡 물류센터 아르바이트 다니면서 기초수급자로도 살아봤어. 이 과정들이 있었기에 내가 그토록 원하던 지금의 회사를 다닐 수 있었고, 마음 맞는 너희를 알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 그리고 너희는 헤어진 남자친구의 연락을 차단하면 그만이라 하지만 나는 시도 때도 없이 폭력을 행사했던 남자를 아이들의 아빠라는 이유로 싫어하는 티를 낼 수 조차 없고 인연을 끊을 수도 없단다. 아침부터 불금이라며 퇴근하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한다는 너희 삶이 오늘따라 유난히 부러워진다.
늘 그랬듯 우리 집 아이들은 나의 퇴근만 기다리고 있으니 퇴근길에 여유를 부릴 수도 없다. 언젠간 나에게도 마음 편히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는 퇴근길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