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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 Feb 20. 2024

#1강.  직장인 K, 박사 되다.

직장인의 파트타임 대학원 진학을 위한 Tip


" K 박사님, 졸업 축하 드립니다."

처음 뵌 대학 총장님은 따뜻한 인사와 함께 학위증을 건네주셨습니다. 총장님과 악수를 하고, 비로소 도톰한 학위증 겉지를 손에 쥐어들었습니다.  일반 상장 겉지라며 가볍게 받았는데 제법 묵직했던 기억입니다. 장내의 박수소리와 함께 무대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2023년 여름, 직장인 K는 그렇게 박사가 되었습니다.


여느 행사와 같을 거라 생각했던 졸업식은 새삼 달랐습니다.  꽤 무더운 날씨였지만 학위 가운과 학위 모자를 꼭꼭 챙겨 입었습니다. 졸업식 가운은 학위별로 모양과 형태도 다르지만, 대학원 졸업생부터는 학위가운의 '띠' 전공별로 색상이 다릅니다.  실제로 안내받은 박사학위 졸업생 대기 구역에 앉으니 형형색색의 띠를 두른 졸업생들이 눈에 띕니다. 이공계열, 인문계열, 사회계열, 예술계열들의 박사학위 졸업생들은 학위가운의 띠 색깔만큼 나이와 성별들이 다양했습니다. 외국인으로 보이는 박사님들도 계셨고요. '아, 이 분들이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들로 활동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이들 속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새삼 졸업식이 실감 납니다.


학위가운(gown)은 전공별로 색깔이 달라요

이미지 출처: 캘리포니아 공대(Caltech) 홈페이지(www.caltech.edu/about/news/academic-regalia)


총장님을 포함한 귀빈들의 축하와 응원, 동문회장과 귀빈들의 축하가 있었습니다. 또 우리 학교 음대 교수님과 제자들로 구성된 축하공연도 이어졌습니다. 여느 행사라면 참 지루했을 텐데, 순간순간이 집중되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축하공연을 들으며 울컥하고 눈물이 나오기도 했었지요. 홀로 밤 새우던 나날들이 눈에 스쳐 지나가며,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과 가족뿐만 아니라 지도교수님과 원우들에게 '감사하다'라는 마음이 가득이었습니다.




" 6년 조금 넘은 파트타임 박사과정의 시간"



박사학위 논문을 본격 준비한 지 2년을 포함해서 총 6년 반의 졸업이었습니다. 그새 30대에서 40대가 되었고, 갓난 아들은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석사과정을 풀타임(full-time) 전일제로 마쳤고, 나름의 자신감이 충만했기에, 박사과정은 직장을 다니면서 하는 파트타임(part-time)이었지만 3년 안에 끝내겠다고 호언장담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대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조금씩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 들었습니다. 논문 작업에 돌입했을 때는 이미 기한을 정하는 건 잊혔었지요. 그렇게 6년 반이 걸렸습니다.  



이미지 출처: 아시아경제(2023.02.05., https://cm.asiae.co.kr/article/2023020108585042271)



박사학위를 마치고 나서 조금씩 변화를 실감하는 중입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연락이 오고, 외부 강연이나 자문 활동들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다니던 직장에서는 학위를 정식으로 인정받았는데(월급은 아주 소폭 상승했습니다.), 명함에도 직함과 함께 별도의 찬란한 'Ph.D.'라는 호칭도 추가되었고요.


축하 인사와 함께 연락 주신 분들과 대화를 하면서, 의외로 많은 직장인 분들이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 2000년대에는 국내박사 졸업자가 6천명 남짓 이었는데, 2021`년에는 16천명이 되었지요. 직장인들만을 위한 대학원이 생기고, 또 다양한 융합학문과 전공이 태동했습니다. 이제 주변에서 직장 다니면서 늦깎이 대학원 혹은 대학(사이버 대학 포함)을 다니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직장   학위 과정에 대해 질문하는 이들은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대학선택과 등록금 정보에 대해 묻기도 했고, 논문 작성에 대해 문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분 한분과 만나면서 제 파트타임 박사과정도 정리되었지요.


박사학위 졸업자가 2021년 16,420명이네요. 2020년 6천명 수준에서 많이 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파이낸셜뉴스(2021.09.23., https://www.fnnews.com/news/202109231247362120



이제 제 경험을 시리즈로 연재해 볼까 합니다. 


주제는 물론 "직장인의 박사과정 진학과 수학과정" 입니다. 아, 물론 '직장인'이라는 것에 방점을 둘 겁니다. 우리 모두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잖아요. 불확실한 미래는 매일 다가오는데, 이렇게 살아도 될까 싶을때도 있잖아요.


대학원 진학이 정답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도움은 될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이 시리즈는 다시 공부를 고민하시는 직장인 분들과 대화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합니다. 대학원과 전공선택, 그리고 장학금 기회 등에 대해 소개드리고, 대학원에 다니시는 분들을 위해서는 학위연구 설계, 연구방법 같은 지루하지만 필요한 주제들도 다뤄볼까 합니다.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무거울 수도 있어요.  



함께, 공부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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