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에서는 사각틀 골조를 만들었다. 모든 것이 그렇듯 처음 시작이 힘들다. 사각틀 골조가 만들어진 후부터는 기둥이 쓰러질 걱정이 사라져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도 했고 기둥과 기둥 사이에 연결하는 큰 보 작업도 한결 수월해졌다.
건축 용어가 조금씩 언급되니 이해를 위해 몇 가지 용어와 역할을 설명해 보겠다.
- 주각부 : 바닥과 기둥이 연결되는 베이스플레이트 + 앵커 부분을 말한다. 건물이 받는 하중을 바닥으로 전달한다.
- 기둥 : 바닥으로부터 지붕까지 수직으로 서 있는 구조물로 건물의 형태를 만들고 하중을 지탱한다.
- 보(큰 보) : 기둥과 기둥을 이어주는 수평 구조물로 층의 바닥이나 지붕의 하중을 지탱한다.
보통 현장에서 각관을 들어 옮기는 작업은 중장비를 이용하지만 우리의 방식은
1. BT비계에 각관을 올려 이동시킨다.
2. 큰 보 각관을 설치할 양쪽기둥에 60mm × 60mm × 200mm 크기의 나무 각재를 L클램프로 조여고정
3. 큰 보 각관을 한쪽 각재에 올리고 그다음 반대쪽 각재에 올린다.
(주의 : 각관을 들어 올리다가 먼저 올려놓은 쪽이 떨어질 수 있다. 잘 보면서 떨어지지 않게 올려야 한다.)
4. 자동바(일명 깔깔이)로 밴드의 텐션을 높여 기둥과 기둥을 당겨 벌어지지 않도록 한다.
5. 올려놓은 큰 보 각관과 기둥을 용접으로 완벽하게 접합한다.
중장비 없이 작업을 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 많은 구독자분들께서 그 많은 각관을 어떻게 이동시키고 어떻게 고정시켰는지 궁금해하셨다. 아래 사진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자동바 사용은 아버지의 아이디어이다. 기둥을 세우고 큰 보를 연결하려고 올려놓았는데 기둥이 살짝 기울어 밀착이 되지 않고 간격(틈)이 생겼다. 각관의 길이는 정확히 6m로 재단했고 바닥의 주각부 기둥의 거리도 6m이다. 첫 번째 사각틀은 정확히 수직으로 세웠다. 그렇기에 새로 세운 기둥과 기존의 기둥이 벌어졌다는 것은 새로 세운 기둥이 수직 하게 세워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처음이 중요하다. 처음 세운 기둥의 수직이 맞지 않으면 이후의 공정에서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준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다시 측정하고 계산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처음 시작이 오래 걸리고 까다롭더라도 반드시 기준 수직을 잘 잡고 작업에 임하기를 권한다.
이 간격을 좁혀 기둥과 큰 보를 어떻게 밀착시킬지 고민하고 있던 중 아버지께서는 트럭적재함에서 자동바를 꺼내 오셨다.
(어디에 쓰시려고? 하는 의문이 생겼다.)
자동바(일명 : 깔깔이)는 트럭에 화물을 적재한 후 화물이 운행 중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해 주는 강력한 밴드 클램프이다. 밴드의 텐션을 높일 때 클램프를 조작하여 조이는데 이때 깔깔깔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일명 깔깔이로 불리기도 한다.
아버지께선 참으로 기발하신 것 같다. 항상 별것 아니지만 상상도 못 한 방법으로 주변의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작업방식을 선보이셨다. 집 짓기를 하면서 나와 아내만 고민을 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버지께서도 작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오셨던 것 같다. 아버지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들이 내 집 짓기를 하며 아들에게 전수되어지고 있었고 아들은 그것을 통해 아버지의 살아온 길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많은 지식과 기술을 양도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마치 본인이 당연히 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깊이 없는 사고와 행동은 현장에서 오래 버티지 못한다거나 실제 작업을 했을 때 숙련되지 못한 미숙함으로 금세 보인다.
자동바(일명 : 깔깔이)는 트럭에 화물을 적재한 후 화물이 운행 중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해 주는 강력한 밴드 클램프이다. 밴드의 텐션을 높일 때 클램프의 손잡이를 조작하여 조이는데 이때 깔깔깔 소리가 난다고 해서 깔깔이로 불리기도 한다.
반복적인 작업으로 몸에 작업방식이 베어 든다. 제법 작업 속력도 오르고 위험에 대한 대처능력도 올랐다.
하지만 매일 하루종일 집 짓기에 매진할 수 없는 형편이었고 부족한 통장의 잔고를 채우기 위해 하루의 시간을 쪼개 새벽에는 현장으로 달려와 기둥하나 큰 보하나 연결하고 오전 10시가 되면 출근해서 돈을 벌었다. 주말은 하루종일 집 짓기에 매진할 수 있었는데 아내는 놀잇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데려와 놀게 하고 함께 공사를 하며 끼니때가 되면 밥을 챙겼다. 아내의 노력과 헌신에 항상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그렇게 3주간 기초골조 공사를 마쳤다. 그 순간의 느낌은 집을 다 지은 느낌이었다. '힘든 건 끝났어'라고 생각하며 아내와 손을 잡고 기뻐했다. 집을 짓는 매 순간이 감동이었고 기쁨이었다.
바닥이 생긴 것만으로도 기뻤는데 이젠 기초 골조가 생겼다. 다음 작업이 기다려지고 상상했던 미래에 한걸음 더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이 기분을 살려 힘차게 작업에 임했다.
하지만 현실 속 집 짓기는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행복한 순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쉬운 작업은 한 가지도 없고 매 순간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의 연속이다.
이제 기초골조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줄 보조기둥(샛기둥), 작은 보 작업들이 기다리고 있다. 외로운 작업의 시작이 코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