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인 시작

처음, 바람

by 민윤슬

엄마는 나를 출산하러 병원에 갔을 때

병원비가 넉넉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시절 아빠는

월급을 제대로 가져오지 않았고,

열 달 동안 돈을 모으지 못한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엄마는

병원비를 조금이라도 깎아달라고

부탁했단다.


그 말을 들은 의사는

“젊은 아기 엄마가 참 까탈스럽네.”

하며 병원비를 깎아주었다고 했다.


그때 병원비는 25만 원.

나를 낳기 위한 돈이었다.


병원비를 깎아달라고

의사에게 말을 꺼낸 그 순간,

엄마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나는 문득 생각했다.


그때의 엄마가,

나를 세상 밖으로

첫걸음을 내딛게 하던 그 순간,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돈이 없어 병원비를 깎아야 했던 일이

마치 내 인생까지

깎이며 시작된 것처럼 느껴져서.


지금 내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 것도,

어쩌면 그 첫 순간부터

조금씩 어긋나 있었던 건 아닐까.


괜한 생각인 줄 알면서도,

애꿎은 마음을

자꾸 붙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