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수투성이 사람이다. 발령받은 날에도 말이다.
나는 9월 1일 자로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그날은 정식 발령을 받기 전 학교에 인사를 드리러 가는 날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날은 학교에서 여름방학 후 전체 회의를 하는 날이었다. 어떻게 보면 발령 첫 날로 볼 수 있는 날이었다. 나는 미리 전 날에 학교도 가보고 해서 길도 익혀놓려고 했었다.
나는 이제 운전 한 지 2달 차 된 생초보 드라이버였다. 아직 차 폭감도 잘 익히지 못했으나 왜 인지 운전대만 잡으면 자신감이 솟구쳤던 시기였다. 어디든 다닐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졌다. 누구나 처음 운전하면 운전이 재미있고 또 본인이 운전을 잘한다는 오만에 빠지기도 한다. 그 당시 내가 그랬다.
발령 첫인사를 드리러 차를 몰고 가고 있었다. 아뿔싸. 회전 로터리에서 잘못 빠지고 말았다. 다시 차를 돌리고 가는데 내비게이션은 원래 도착 시간보다 5분 늦게 도착하는 것으로 시간이 바뀌어 있었다. 마음이 너무 급했다.
첫날부터 지각을 하고 싶진 않았다. 어찌어찌해서 주차장에 들어왔는데 주차 자리가 딱 한 자리 남아있었다. 그 자리는 주차장에서도 맨 안쪽 자리였다. 그 상황에서 운전초보는 전면주차의 선택지 말고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전면주차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미 시간은 늦었고 첫날부터 지각쟁이 선생님으로 낙인찍히고 싶진 않았다. 더 지각하기 전에 빠르게 주차를 해야만 했다. 전면주차를 막 하려고 아등바등하다가 이 소리가 들렸다.
끼이이익 깍
등골이 오싹했다. 분명히 긁은 게 틀림없다. 내려서 확인을 했더니 누가 봐도 뽑은 지 얼마 안 된 신형 G80을 긁어버렸다. 긁은 범위는 앞 범퍼와 헤드라이트까지..
눈이 아찔했다. 누구의 차인지도 몰랐다. 결국에는 교감선생님께 전화를 드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우선 인사부터 하라고 말씀하셨다. 회의실에 들어가서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은땀이 났다. 자기소개를 하고 인사를 드렸는데 사실 내가 뭐라고 말한 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그저 자괴감과 걱정, 불안감만 들었다.
회사로 치면 입사 첫날 회사 선배의 G80 차를 긁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누구의 차인지 너무 긴장되었다. 이윽고 회의가 다 끝나자 한 선생님께서 내게 오셨다. 중년의 여자 선생님이었다. 얼굴에 당혹함이 가득하신 채 나에게 같이 보러 가자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차를 보러 갔는데 이 말을 하셨다. 어우 이거 많이 긁혔네...
진짜 죄송하다고 수십 번을 말씀드린 것 같다. 죄송한 마음도 크고 나는 왜 이럴까 자괴감의 마음도 크고 절망적이었다. 선생님께서 한 말씀해주셨다.
첫날인데 되게 놀랐겠다. 괜찮아요?
뽑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차인데 먼저 저렇게 말씀해 주시니 너무 감사했다. 당사자 본인도 기분이 나빴을 텡게 신규 교사 마음부터 생각해서 저렇게 말 한마디 해주신 게 너무 죄송하면서 위로가 되었다.
보험처리를 하고 집에 오고 나서 다시 전화 통화를 해 보험처리 과정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집에서 부모님께 다시는 운전 안 하겠다고 생떼 아닌 생떼를 피웠다.
그 이후 사실 학교에서 내가 긁은 차주의 선생님을 볼 때면 괜히 내가 마음이 무겁고 죄송스러워서 일부러 피하기도 했다. 확실히 시간이 나의 실수를 덮어주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의 마음에는 첫날부터 실수했다는 속상한 마음이 계속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긁었던 차주의 선생님께서 본인 반 아이들 때문에 너무 힘들어 교무실에서 울고 계셨다. 그 당시 교과 전담을 맡고 있던 내가 급하게 그 반에 투입되어 하교까지 잘 마무리하였다. 선생님께서 내게 카톡으로 고맙다고 하셨다.
선생님 괜찮습니다. 부르시면 언제든지 달려가겠습니다. 편하게 불러주세요. ㅎㅎ
그러자 선생님께서 이렇대 대답하셨다.
감사합니다. 말씀만으로도 든든하네요.
나는 항상 실수투성이의 사람이었다. 매번 실수를 했고 항상 상황이 악화되는 것처럼 느꼈다. 그러나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에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실수 후에 대해서 어떻게 처리를 하느냐 인 것 같다. 시간이 해결해주기도 하지만 간혹 먼저 나서는 것, 그리고 따뜻한 말 한마디로 커 보였던 실수가 종종 빠르게 덮이곤 한다. 실수에게서 도망갈 수는 없다. 다만 실수 그 이후의 상황은 내가 만들어갈 수 있다. 좋은 상황으로든 나쁜 상황으로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