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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관희 Feb 11. 2024

담임 맡고 2주 만에 애들 앞에서 울었다.

힘이 들고 도움이 필요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자

 내가 지금까지 쓴 글을 하나의 주제로 관통한다면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정말 힘든 상황 혹은 나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있을 때 그것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소수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스스로 파악하고 해결하는 사람은 정말로 강하고 대단한 사람이다. 아쉽게도 나는 그런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다.


 발령 후 첫 담임을 맡은 지 약 2주 만에 아이들 앞에서 울었다. 그것도 엉엉 울었다. 젊은 남자 신규 선생님이 3학년 학생들 앞에서 우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하지만 그때 나는 엉엉 울고 말았다. 


 이 전의 글에서 쓴 적도 있지만 그 당시 우리 반은 학교 제일 기피 학년 반이었다. 우리 반 아이들 중 상당수가 정신과 혹은 상담 치료를 받는 아이들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누구나 생각하는 평범한 교실의 반이 아니었다. 


 단 한 명의 학생이 특이 행동을 하더라도 그 반의 분위기와 아이들의 태도는 쉽게 무너진다. 그만큼 아이들 사이에서 언어와 행동의 전염력은 강력하다. 하지만 나의 반에서 그런 아이가 최소 7명 이상이었다. 그리고 나는 첫 담임을 맡는 신규 교사여서 어떤 경험이나 노하우도 가지지 못한 상태였다.


3월 2일 개학식 날부터 이거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내가 알던 초등학생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나는 통제를 전혀 하지 못했고 아이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 지에 대해서 전혀 해답을 내지 못해 멘탈이 붕괴되었다.


어떤 아이는 충동성 조절 능력이 부족하여 수업 중에 계속 나갔다가 왔다가 하면서 교사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고 나갈 때는 내가 잡으러 같이 나갔다.

어떤 아이는 혼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교육적 지도를 받으면 항상 선생님에게 반항하고 소리를 질렀다. 

어떤 아이는 감정표출 하는 방법을 몰라 화가 나면 종이를 씹어 먹었다. 

어떤 아이는 의자에 앉는 것이 힘들어 바닥에 앉아있었다.

어떤 아이는 욕을 달고 살아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과 매일 부딪혔다. 

어떤 아이는 친구들을 조종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 매일 친구들과 싸워 고립되어 있었다. 

어떤 아이는 아예 가정에서 보육 및 돌봄이 안되어 기본적인 예절을 몰라 선생님에게 반말을 하고 있었다.

어떤 아이는 소리를 지르지 못하면 쉽게 감정을 표출을 못해 기분이 좋든 나쁘든 항상 소리를 질렀다. 

그리도 또 어떤 아이는..... 등등... 말하자면 너무 많았다.


지금 말한 어떤 아이는 모두 다른 아이들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들면 다행이지만 그 당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단 하나였다.


자괴감


아이들을 통솔하지 못한다는 그 감정 그리고 다른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었다. 화도 내보고 좋게 말해보고 했지만 전혀 먹히지가 않았다.

하루하루 버티고 있던 어느 날, 그날은 국어 수업 시간으로 기억한다. 칠판에 무슨 판서를 하고 뒤를 딱 돌아봤을 때 내가 본 광경은 교실붕괴 그 자체였다.


수업 중 절반의 아이들이 엎드려 있었다. 3~5명은 아예 일어나서 자기들끼리 놀고 있었다. 그리고 몇 명은 아예 의자에 앉아 있지 않고 땅바닥에 앉아 있었다. 나의 목소리는 교실에서 들리지 않았다. 그때 정말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내가 아니라 다른 선생님이었다면 이 정도의 상황까지는 만들지 않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었다. 


 자괴감, 자책감, 죄책감, 등등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일어나 아이들 앞에서 울어버렸다. 그냥 힘들어서 운 것 같았다. 방법을 전혀 찾지 못했다. 이때가 개학 후 딱 2주가 지났을 때였다.


아이들은 내가 우니까 신난다고 이야 선생님 운다~ 하고 막 떠들었다. 우리 반 아이들은 그런 아이들이었다. 정신을 차린 나는 어영부영 수업을 끝내고 얼른 하교를 시켰다.


개인적으로 교직인생을 하면서 다양한 일들, 힘든 일들을 겪었지만 이러한 적은 처음이었다. 나의 역량의 한계를 느끼며 막다른 골목에 있는 기분이었다.


내가 스스로 해결을 못하겠고 너무 힘든 상황에서 떠오른 것은 바로 주변 사람들이었다. 


정말 무작정 찾아갔다. 선배 선생님들을 찾아가는 것 말고는 딱히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아이들을 내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일이면 이 아이들을 또 만나야만 했다. 그것이 나의 임무였다. 


 작년에 이 아이들을 맡았었던 선생님, 상담 선생님, 우리 부장 선생님 내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 것 같은 선생님에게 가서 도움을 요청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만두고 빨리 다른 길을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모두 놀라는 눈치였다. 내가 그 정도로 힘이 들지 몰랐던 모양이다. 사실 그러기도 한 것이 나 역시 내가 이렇게 힘들어할 줄 몰랐다. 고작 10살짜리 아이들 27명을 내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줄은 전혀 몰랐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간절해지니까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중 한 선생님이 나의 마음을 관통하는 말을 하셨다.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저도 작년에 그랬으니까요. 절대 선생님 잘못 아닌 거 아시죠? 선생님을 위해서라도 아이들에 대한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편안하게 대하세요.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욕을 해도 막 화가 나서 혼내고 대응하기보다는 얘는 욕하는 아이인가 보다 이렇게 마음을 내려놓아봐요. 수업도 그렇게 한 번 해보고요.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선생님을 위해서요.


이 말 한마디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그때부터 마음을 내려놓고 하나씩 해보았다. 그러다가 의자에 못 앉아 있던 아이가 의자에 앉으면 나도 너무 기뻐서 칭찬을 했다. 계속 교실 밖을 뛰쳐나가는 아이가 교시라도 앉아 있으면 너무 기특해 보여서 칭찬을 했다. 친구를 조종하려는 아이가 친구에게 예쁜 말로 부탁을 나도 모르게 아이가 예뻐 보여서 칭찬을 했다. 나에게 반항하고 대드는 아이가 처음으로 자기 잘못을 인정했을  아이가 대견해서 칭찬을 했다.


아이들에 대한 욕심과 스스로에 대한 자책을 내려놓았을 때 우리 반에는 변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나에게도 그 변화가 찾아왔다. 물론 전체 우리 반의 애들을 정말 평범한 반으로 만드는 데는 약 1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 1년의 시간이 지나고 찾아온 내 마음은 1년 동안 잘 버텼다, 이런 애들 이제 안 봐서 다행이다 이런 맘이 아니었다. 


나니까 이 아이들 이렇게 까지 만들었다. 내가 너무 자랑스럽다.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교육을 하는 선생님이 오히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서 본인이 더 성장을 해버렸다. 내려놓으라는 저 말 한마디가 없었다면 나는 계속 아이들에게 붙잡혀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내려놓았을 때 아이들이 나를 좋아해 주었고 나 역시 아이들에게 더 잘해 줄 수가 있었다.


 인생에 막다른 골목에 서 있을 때는 다른 누군가의 관계 그리고 그 말 한마디를 통해서 뜻밖의 위로와 방향을 얻게 되는 것 같다. 막다른 골목에 있으면 어떠한가. 다시 뒤로 돌아 그 막다른 골목을 나오면 그만이다.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겠으면 당당하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자. 대부분 흔쾌히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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