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하늘색을 좋아한다. 털이 복슬복슬한 양떼구름으로 가득한 하얀 하늘도, 지는 태양이 물들인 불그스름한 하늘도, 새벽의 어둑어둑한 어스름도 다 좋지만, 개중에 으뜸은 티 하나 없이 맑은 날의 파란 하늘이다.
온갖 걱정에 휩싸인 채로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다가도 문득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이 있다. 잠시 멈춰 서서 눈에 하늘색을 담는 동안만큼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온 정신이 하늘로 빨려드는 기분을 느끼며 그 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곤 했다.
내가 하늘을 바라보고 때론 사진으로 남기는 걸 좋아한다고 하자 누군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줬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얼굴을 구경해 본 적 있나요? 대부분 무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시선은 땅바닥에 고정하고 있어요.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은 손에 꼽죠. 저도 하늘을 하루종일 보지 못한 날도 많더라고요. 요즘은 일부러라도 보려고 애쓰고 있어요.“
목 근육만 조금 움직여도, 눈동자만 조금 굴려봐도 볼 수 있는 게 하늘인데 하루 한 번 하늘을 보고 인증하는 챌린지까지 생겼다. 의식적으로 잠시 하늘을 보며 여유를 갖는 것이 목적이란다.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하는 하루에 하늘색 쉼표를 하나 억지로 찍는 상상을 했다.
Cielo, ‘하늘’이라는 의미의 스페인어다. 처음 이 단어를 만났을 때, 하늘의 하늘색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시원하면서도 포근한 색, 내가 사랑하는 색이자 내게 안정을 주는 색이었다. 하늘이, 그 색감이 내게 주는 것처럼 나 역시 다른 사람에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여유를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하늘 이야기는 끝났다.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기를 바란다. 이왕이면 티끌 하나 없는 파란 하늘이었으면 좋겠다. 잠시 모든 생각을 멈추고 하루의 쉼표를 즐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