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씨엘로 Jul 15. 2024

Cielo, 하늘


 하늘의 하늘색을 좋아한다. 털이 복슬복슬한 양떼구름으로 가득한 하얀 하늘도, 지는 태양이 물들인 불그스름한 하늘도, 새벽의 어둑어둑한 어스름도 다 좋지만, 개중에 으뜸은 티 하나 없이 맑은 날의 파란 하늘이다.


 온갖 걱정에 휩싸인 채로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다가도 문득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이 있다. 잠시 멈춰 서서 눈에 하늘색을 담는 동안만큼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온 정신이 하늘로 빨려드는 기분을 느끼며 그 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곤 했다.


 내가 하늘을 바라보고 때론 사진으로 남기는 걸 좋아한다고 하자 누군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줬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얼굴을 구경해 본 적 있나요? 대부분 무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시선은 땅바닥에 고정하고 있어요.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은 손에 꼽죠. 저도 하늘을 하루종일 보지 못한 날도 많더라고요. 요즘은 일부러라도 보려고 애쓰고 있어요.“


 목 근육만 조금 움직여도, 눈동자만 조금 굴려봐도 볼 수 있는 게 하늘인데 하루 한 번 하늘을 보고 인증하는 챌린지까지 생겼다. 의식적으로 잠시 하늘을 보며 여유를 갖는 것이 목적이란다.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하는 하루에 하늘색 쉼표를 하나 억지로 찍는 상상을 했다.


 Cielo, ‘하늘’이라는 의미의 스페인어다. 처음 이 단어를 만났을 때, 하늘의 하늘색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시원하면서도 포근한 색, 내가 사랑하는 색이자 내게 안정을 주는 색이었다. 하늘이, 그 색감이 내게 주는 것처럼 나 역시 다른 사람에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여유를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하늘 이야기는 끝났다.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기를 바란다. 이왕이면 티끌 하나 없는 파란 하늘이었으면 좋겠다. 잠시 모든 생각을 멈추고 하루의 쉼표를 즐겼으면 좋겠다.

keywor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