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민재 Jan 20. 2022

커피숍

커피를 마시러 갔어요. 오래된 커피숍에요. 카페보다 커피숍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런 곳 있잖아요. 커피가 아주 유명한 곳이었거든요.


비싼 커피를 시키고 앉았는데, 앉자마자 자리를 옮겼어요. 뒤에 앉은 한 커플이 싸우기 시작했거든요. 자 이제 우리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라는 말만 듣고 우리는 멀찍이 떨어졌습니다.


처음엔 굳이 여기까지 와서 싸우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말이죠.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굳이 거기에서 싸우는 건 괜찮은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싸우려는 의지가 있다는 건 관계 개선의 의지가 있다는 거잖아요. 민감한 대화라고 표현하는 게 적절한 것 같기도 합니다. 게다가 두 분은 아주 점잖게 서로의 불만을 털어놓는 것 같았어요. 저도 다음 부부싸움은 커피숍에서 해볼까 하는….


그날의 커피는 유난히 부드러웠는데, 무척 대비되는 기억 때문인지 쉽게 잊힐 것 같지 않습니다.



Photo by Jonas Jacobsson

매거진의 이전글 취향의 발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