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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틀비와 함께 Apr 13. 2024

나의 알람시계

은퇴와 타로카

[나의 아침을 깨워주는 알람 시계]

커튼이 없는 창문을 통해 나는 여전히 밖이 어둡다는 것을 안다. 유리에 투영된 어스름한 검은빛은 지친 저녁인 것과는 다르게 몸을 일깨워 준다. 하루가 시작된다.  

   

나는 저녁보다는 아침에 활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고등학교 때도 나는 아침에 혼자 일어나 학교에 갔다. 지금도 알람이 울리기 전에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가끔 주말에는 늦게 일어나고 싶은데 신기하게도 눈이 떠진다. 내 몸은 나의 아침을 깨워주는 알람 시계다. 은퇴하면 알람 시계가 더 일찍 울린다는데 그 긴 아침 시간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고민이다.    

 

[은퇴 후 노년의 삶 준비-돈과 건강]

은퇴 후 빨리 시작될 나의 아침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하나 고민하면서 나는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나눠 생각하기 시작했다. 많은 자기 계발 및 글쓰기 전문가들이 추천하는데 이유가 있겠지 하며 따라 해 봤다. 확실히 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처음에 잘하는 걸 적는데 너무 없어서 이제까지 뭘 하고 살았는지 한심스러웠다. 그래서 하고 싶은 관심 분야를 10개 정도 먼저 적어봤다. “은퇴, 건강, 재테크, 글쓰기, 타로, 인문학, 인간관계, 교육, 여군, 영어” 분야는 중구난방이지만 그래도 이 나이에 하고 싶은 게 있는 걸 확인하고 안심했다. 아마도 이제까지 너무 한 것이 없어서 더 많이 생각한 것 같기도 하다. 하고 싶은 걸 먼저 찾은 다음 지금 내가 하는 것과 연결할 수 있는지를 파악했다. 

     

10개의 관심 분야를 생각할 수 있게 만든 건 역시 ‘은퇴’이다. 2023년 여름 처음 내 인생의 중요한 단어로 은퇴를 두면서, 은퇴 후의 나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나의 직업을 바탕으로 미래를 쭉 이어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제까지 나는 책을 읽고 학생들과 소통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 잘하는 건 확실히 문해력이며 함께 의견을 나누는 능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은퇴를 생각하게 된 원인이 바로 이 교육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완전히 다른 분야를 하고 싶었다. 그런 찰나에 우연히 인터넷 강의로 알게 된 ‘타로카드’를 보면서 무엇인가를 읽고 이해하는 나의 업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타로카드는 마치 문학처럼 카드 그림의 상징으로 이해하고 인간의 유형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텍스트로 다가왔다. 타로카드의 설명이 우리 인간을 전부 설명해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학 혹은 영화 속 인물을 통해 나와 타인을 이해할 수 있듯이 공통된 어떤 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은가?]

나는 타로카페를 열어 전문적인 타로 마스터가 되고 싶은 건 아니기에 나만의 타로카드 읽기로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았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글쓰기임을 알게 되었다. 글쓰기는 친근하면서도 어렵다. 지금까지 나는 책을 읽고 그것을 분석하는 글을 써왔다. 나의 논리와 이해를 객관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글은 확실히 어조가 건조하고 문장이나 단어 역시 딱딱하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이며 기승전결이라는 일정한 양식에 맞춰 글을 썼던 나에게 에세이 글쓰기는 수학을 풀어야 하는 것처럼 완전히 다른 분야로 다가왔다. 내용과 나의 글쓰기 역량을 개선하기보다는 어미의 “~했다, ~했었다”를 이리저리 바꿔보는 일만 하면서 글쓰기를 계속 미루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렇게 하다가는 은퇴 후에도 글을 쓰지 못할 것 같았다. 지금부터는 글을 ‘잘 쓰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고 우선 무조건 ‘많이 쓰는 것’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글의 소재는 현재 관심을 두고 있는 타로카드 해석이다.      


[타로카드 글쓰기]

내가 보는 타로카드 글쓰기는 인생의 굴곡 속에서 많은 변화를 겪고 나잇값을 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도대체 나는 어떤 사람이길래 지금 여기에 있는지를 이해하려는 한 가지 방법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나의 주위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상대방을 좋고 나쁜 사람 혹은 나랑 맞는 사람 아닌 사람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나처럼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과는 어떻게 대화하고 협력하는 것이 최선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은퇴를 앞두었다는 말은 반평생을 살았다는 말이지만 여전히 사람과의 관계가 제일 힘든 것 같다. 타로카드 글쓰기를 통해 나는 은퇴 후의 삶을 주위와 조화롭게 살아가는 통로를 찾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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