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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행복

by 여름나무


몇 날을 봄바람이 세차게 불어주더니, 어제오늘은 눈치 보듯 봄비가 조용히 내린다.

나는 지금 내 놀이방에서 잔뜩 흐려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얼마 전 남편이 없어졌다. 넓지도 않은 집인데 한참을 찾아다녔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정리하고 닦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에게 놀이방을 만들어주고 싶었나 보다.

좁디좁은 베란다 한편. 달랑 의자 두 개.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책도 보고 음악도 들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먹태를 굽고 맥주도 꺼내왔다.

시원한 맥주가 목을 타고 넘어가며 온몸에 전기 충격이 오는 듯했다. 뒤이어 바삭한 먹태에 고소한 소스를 푹 찍어 입안에 넣으니 와사삭 소리와 함께 고개가 끄덕여졌다.

소소한 상차림이지만 행복한 마음이 충분한 안주가 되었다.


바람이 부나 보다.

진회색의 먹구름이 가는 길이 정해진 듯 조급히 흘러간다.

우리의 시간도 빠르게 흐르겠지만, 오늘의 행복은 오랜 시간 마음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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